중국서 활동하던 미국인 영어강사 2명 체포…보복성 조치 우려

에바 푸
2019년 10월 23일 오후 6:49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6

중국 외교부는 17일 중국에서 영어강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국인 2명을 체포했다고 확인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불법 월경하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혐의는 중국 법에 따라 2년에서 7년 형을 선고 받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영어교육 회사인 차이나 호라이즌의 사장 제이콥 할란과 디렉터 앨리사 페터슨이 각각 9월 29일과 27일 중국 남동부 장쑤성에서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겅 대변인은 “두 미국 국적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보석에 대한 강제 조치가 취해졌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들의 석방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미 국무부는 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본지에 이메일로 “이들의 구금을 확인했으며 페터슨과 접촉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 프로그램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앨리사 페터슨. | GoFundMe

차이나 호라이즌은 미국인들이 중국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중국 비자 발급을 도왔다.

11일 차이나 호라이즌은 페이스북을 통해 두 사람이 “가짜 범죄 혐의로 기소돼 있다”며 이들이 “앞으로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구금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17년간 운영됐던 이 회사는 이달 말 문을 닫을 예정이다.

차이나 호라이즌은 “미중 간 정치·경제적 문제가 증가하면서 더 이상 중국에 교사를 안전하게 보낼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할란과 페터슨의 변호인 비용을 모으기 위해 개설된 고펀드미(GoFundMe) 페이지는 17일 기준 4만 달러를 모금했다.

11일 친구 사라 잭슨은 고펀드미 페이지에 경찰이 지난달 28일 산둥성 웨이팡시 호텔에 묵고 있던 할란과 8살짜리 딸 비아라를 연행했다고 썼다.

페터슨의 가족은 그녀가 체포된 후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그 후 가족들은 그녀를 찾기 위해 국무부에 연락했다.

그녀의 가족은 고펀드미 페이지에 “우리는 그녀가 괜찮다는 소식을 받았다”고 전했다.

앨리사 페터슨. | GoFuneMe

그러면서 “페터슨은 10년 동안 중국에서 영어 강사 교육과 전장(鎭江)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이 프로그램에 관여해 왔다. 그녀는 현재 한 달에 한 번 방문하는 총영사관 직원과 변호사 외에 다른 누구와도 접촉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할란과 페터슨의 체포는 미국 연방 검찰이 뉴저지 주에서 중국 국적의 류중산을 중국 공무원들을 위해 미국 비자를 부정 취득하도록 지원한 혐의로 기소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이뤄졌다. 이 사건과의 타이밍을 두고 일각에서는 두 미국인의 구금이 정치보복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16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류씨가 중국 공무원들이 연구원으로 가장해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로 기소됐으며 “실제 그들의 (미국 내) 임무는 중국 정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미국의 최고 인재들을 모집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현 중·미 관계와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2월 캐나다가 멍완저우 중국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를 체포하자 중국 내 캐나다 국적자들을 체포했다. 캐나다 당국에 따르면, 멍완저우 체포 후 중국에서 구금된 캐나다인은 13명이다.

지난해 중국계 미국인 목사 존 산치앙 카오도 중국에서 할란과 페터슨과 같은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