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폐렴성 흑사병 2명 확진…공포감 확산

윤건우
2019년 11월 15일 오전 9:16 업데이트: 2019년 11월 17일 오후 8:50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 2명이 전염성이 가장 강한 질병으로 알려진 흑사병에 걸린 것으로 밝혀지면서 중국 전역에 흑사병 공포심이 확대되고 있다.

13일 인민일보 인터넷판 인민망(人民網)에 따르면, 내몽골 자치구 북쪽 지방에서 최근 흑사병 환자 2명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2명의 환자는 지난 3일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후 폐렴성 흑사병 확진을 받았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에 확인된 흑사병이 확산할 위험은 극히 낮다”며 “시민들은 감염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도했다. 이어 센터는 “환자들을 즉시 격리 치료했으며 이들이 베이징에 온 뒤 접촉한 사람들에게도 예방 투약을 했다”며, 흑사병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과 통제 조치가 잘 이뤄졌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보도에도 웨이보(微博) 등 중국 사회관계망 서비스 이용자들은 불안을 호소하는 등 베이징 시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 2100만 명이 넘는 베이징에 환자가 들어온 지 열흘이나 경과했으며, 환자의 병이 공기 중으로도 병원균을 옮길 수 있는 폐렴성 흑사병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흑사병으로 숨진 사례가 2014년 3건, 2016년과 2017년에 각 1건이 있었고, 올해 들어 이번이 두 번째다.

5월에 몽골족 부부가 익히지 않은 마모트의 신장을 먹은 후에 림프절 흑사병으로 사망했다. 마모트는 설치류로 다람쥐과 중 가장 큰 동물이다. 몽골 지역의 주민들은 마모트의 내장을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믿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흑사병(일명 페스트)은 증상에 따라 폐 페스트·패혈성 페스트·선 페스트의 세 종류가 있으며, 그 중 ‘림프절 흑사병’이라고도 하는 선 페스트는 전체 발병률의 75%로 가장 흔히 발생한다. 흑사병은 ‘페스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데, 감염되면 살덩이가 썩어 검게 된다는 이유로 ‘흑사병’이라 이름 붙였다.

마모트 | Garoch/Pixabay

흑사병은 야생다람쥐, 들쥐 등 설치류 간 돌림병이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쥐의 피를 빨고 있는 동안 페스트균에 감염되고,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이 사람을 물었을 때와 사람이 감염된 설치류를 먹었을 때 전염된다.

폐 페스트는 ‘폐렴성 흑사병’이라고도 하며, 가장 생명에 위독한 유형으로 흑사병 환자의 약 5%가 이에 해당한다. 호흡곤란, 기침 가래, 가슴 통증의 호흡기 증상이 발생한다. 폐렴성 흑사병은 제때 항생제를 투입하면 병이 낫거나 합병증을 완화할 수 있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치명적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설명한다.

림프절 흑사병은 인체 내에 1~6일 페스트균의 잠복기 후 오한, 발열,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발생한 후 24시간 이내에 페스트균이 들어간 신체 부위 국소 림프절 부위에서 통증이 생기고 이어 전신 림프절이 부어 염증을 일으켜 치료받지 않으면 일주일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

패혈성 흑사병도 림프절 흑사병과 같은 잠복기를 경과한 후 구토, 설사 등 소화기계 증상이 나타난다. 그 외에 출혈성 반점, 상처 부위 출혈, 콩팥 기능 저하, 쇼크 등이 생길 수 있다.

WHO 기록에 의하면 2010~2015년 전 세계 흑사병 발생 건수는 3248건으로, 584명이 사망했다. 지난 20년 동안 거의 5만 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기 때문에 WHO는 흑사병을 ‘다시 발병하고 있는 질병’으로 분류했다.

흑사병은 14세기 중엽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 넣었다. 전 세계적으로 창궐했던 대 역병 시기(1346~1353년) 유럽에서만 최대 1억 명의 인명 피해를 일으켰다. 이 수치는 중세 유럽 각국의 인구조사 지표를 합산해 산출한 것으로 유럽 전체 인구의 1/3에 해당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콩고·마다가스카르·탄자니아·모잠비크·우간다 등에서 흑사병이 생기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미얀마·베트남·인도·중국·몽골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 브라질·페루·미국 남서부 등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환자 사례가 보고됐다.

이들 국가 중 감염자가 가장 많은 곳은 주로 마다가스카르·콩고·페루 등이며,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한 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는 거의 매년 흑사병이 보고되고 있다.

한국 내에서는 최근 발생 현황이 없지만, 전세계적으로는 한해 2500여 명이 걸리는 것으로 보고돼 발병 지역을 방문하고 귀국할 때 건강상태질문서를 검역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흑사병을 예방하려면 감염된 쥐벼룩이나 야생동물과의 접촉에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또한 흑사병 환자의 분비물이나 분비물에 오염된 물품을 소독해야 하며, 백신은 예방 효과가 충분하지 못해 일반인에게는 사용하지 않고, 노출 위험이 높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만 권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