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벌금경제’ 호황, 단속카메라 한 곳서 연매출 수억원

이언
2020년 10월 20일 오후 3:56 업데이트: 2020년 10월 21일 오전 8:50

중국에는 ‘벌금경제’(罰款經濟)라는 말이 있다. 벌금으로 경제행위를 한다는 의미다. 경찰·공안당국이 벌금을 남발해 돈벌이를 한다는 풍자적 표현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허베이, 산둥, 허난 등 여러 지역 간선도로에 속도제한 구간을 늘리거나 교통규정 위반여부를 조사하는 검문소를 설치해 교통 범칙금 부과를 늘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뜻하지 않게 벌금 고지서를 받아든 운전기사들의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SNS 글도 늘었다. ‘돈벌이’를 위한 범칙금 부과가 오히려 교통안전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속도제한을 걸 이유가 없는 구간에 갑자기 속도제한 카메라가 설치돼 자칫하면 딱지 날라오기 쉽다”는 글을 올렸다.

또다른 누리꾼은 “교차로에 없었던 실선을 그어, 운전자가 까딱 잘못하면 차선을 위반하게 된다. 표지판을 애매하게 만들어 놓아 길을 잘못 들게 해서 교통위반을 하도록 만든 구간도 있다”고 했다.

중국 교통당국 공식집계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연간 교통 범칙금은 500위안(약 8만원)으로 작년 교통 범칙금 총액은 2천억 위안(약 34조원)이 넘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랴오닝성 선양(瀋陽)과 하이난성 하이커우(海口)를 연결하는 총 3710km 구간의 하이선(瀋海)고속도로의 경우, 3374km 지점에 설치된 교통법규 위반 감시카메라 1개소에만 매년 12만 건이 넘는 교통위반을 적발해 부과된 범칙금만 2500만 위안(약 42억)이다.

지난 11일 안후이성의 한 화물차 운전자는 “차량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600위안(약 1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누리꾼들의 ‘벌금경제’ 의혹을 샀다.

이에 현지 당국은 “더러운 차량으로 돌아다니면 환경과 사람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규정대로 처분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부과된 범칙금이 실제로 교통위반 때문에 부과됐는지도 논란거리다.

후난성의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감시 카메라 한 곳에서만 연간 수억에서 수십억원까지 범칙금을 매긴다. 믿기지 않아서 단속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인신매매는 신고하고 10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지만, 교통 법규 위반은 놓치는 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범칙금을 내지 않으면 불시 점검에 걸린다. 관련법에 규정되지 않은 강제집행을 가한다. 일부러 법을 어기도록 함정을 만들기도 한다. 한 도로는 제한속도가 80km인데 중간에 갑자기 제한속도 40km인 구간을 20~30m 정도 만들어 놓고 카메라를 설치한다. 많은 운전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후난성에서는 한 파출소 소장과 지역 당 간부가 한 사건 처리를 두고 ‘돈벌이’를 언급하는 대화 녹음파일이 유출돼 논란이 됐다. 해당 소장은 현지언론에 돈벌이가 범칙금 부과라고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