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2차 뇌관, P2P 대출 버블 터지나?

FAN YU
2015년 09월 16일 오후 1:39 업데이트: 2019년 10월 24일 오후 2:27

 

P2P 대출회사 대표인 하이촨 텅은 중국에서 잘 나가는 22살의 인기 사업가였다. 중국 공영 중앙방송국 CCTV는 텅이 16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014년 1월 개인 사업을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10월 8일, 청도에 본사를 둔 P2P 대출회사 볼리야(Boliya)의 대표인 텅이 갑작스레 사라졌다. 그 이유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볼리야가 투자자들에게 빚진 돈은 7000만 위안(1100만 달러; 129억 8550만 원)이 넘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볼리야의 파산은 현재 중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인터넷 금융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고 인터넷 금융 시장이 중국경제의 또 다른 버블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P2P 성장

미국의 인터넷 금융 관련 서비스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이체와 잔액 조회 기능만 온라인․모바일 금융 서비스에서 제공된다. 일정한 고정 고객들은 온라인 은행 심플(Simple)을 포함한 미국의 인터넷 금융사들과 P2P 대출회사인 ‘렌딩클럽(Lending Club)’서비스를 사용한다. 하지만 제공되는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의 유비쿼터스식 서비스와는 거리와 멀다.

반면, 중국에서는 디지털 뱅킹․투자․대출이 상용화된 지 한참 됐다. 잊어버리고 지갑을 안 가져와도 문제 될 게 없다. 텐센트 홀딩스의 중국판 카톡 ‘위챗(We Chat)’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계산하면 손쉽게 해결된다.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가 7억 4000명이 넘는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어렵지 않은 결정이다. 이미 중국 시장에 자리 잡은 텐센트,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주식회사 바이두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뿐 아니라 P2P 대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P2P 대출이란 텐센트 등과 같은 인터넷 회사들이 투자자(대출자)와 차용자를 연결해 회사와 무관한 개인에게도 돈을 빌려주는 시스템이다.

중국의 인터넷 대출정보 사이트인 왕다이지지아(Wangdaizhijia)는 올해 6월까지 중국 인터넷 P2P 대출 총액이 3006억 위안(470억 달러; 55조 4365억 원)에 달했고, 2014년 한 해의 대출액수가 2528억 위안이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왕다이지지아는 P2P 대출이 올해 말까지 8000억 위안(147조 329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6월 30일 현재 중국에는 2000개 이상의 인터넷 대출 플랫폼이 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29% 증가한 수치다.

대규모 P2P 대출기관 중 하나인 통반지에(Tongbanjie)는 자사의 대출 서비스를 매달 이용하는 고객 수가 3000만 명이 넘는다.

통반지에의 경쟁사인 디안롱(Dianrong)은 지난주 총 매출이 2억 7000만 달러(497억 2000만 원)였다. 디안롱의 주요 투자자는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다. 디안롱 대표는 ‘렌딩클럽’의 공동 설립자이자, 소울타이트(Soul Htite)의 전 최고기술책임자였다.

P2P 활약 두드러져

P2P 대출의 성장세는 수요에 발맞춘 공급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지난 20년간 중국 국영 은행들은 지자체 정부와 인프라 투자, 국영 기업들에 대출해주면서 불어난 빚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영 은행들은 일반가계나 소상공인들에게 융자를 주는 것을 꺼린다. 물리적 담보 대출을 할 수 없는 일반가계와 소상공인들은 결국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게 돼 P2P 대출이 급증한 것이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 볼 때, 중국 중산층은 엄청난 현금을 벌어들이지만 투자할 곳이 없는 게 문제였다.

또, 주식시장을 구하기 위해 정부가 최근 시행한 구제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상하이 종합 주가 지수는 지난 6월 12일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39% 하락했다. 그 결과 중국 주식 시장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한 많은 투자자는 인터넷 대출기관이 대안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왕다이지지아는 P2P 대출의 연평균 수익률이 15%에 달했다고 밝혔다.

많은 회사는 자금 이동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대부분 이미 갖춰놓은 상태다. 실제로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인터넷 제국인 위챗과 알리바바의 온라인 계좌이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Alipay) 서비스는 소비자 신용조사기관도 구축했고, 많은 P2P 투자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P2P 플랫폼 개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텐센트나 알리바바와 같이 자금이 많은 기업은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차용자를 걸러내기 위해 신용등급절차를 자체 개발했다. P2P 대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신용등급이기 때문이다.

P2P 대출의 성장세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면, 올해 말 중국의 P2P 대출기관은 3000개가 넘게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대부분이 검증되지 않은 소규모 기관이라는 점이다.

중국 P2P 대출기관인 지무박스(Jimubox)의 공동설립자인 배리 프리만(Barry Freeman)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규제로는 P2P 대출기관으로의 진입 장벽이 매우 낮아서 누구나 플랫폼을 개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정행위도 일어나는 겁니다. 일부 업체는 단순히 사람들의 돈을 갈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거죠.”

청도에 본사를 둔 볼리야 사례와 같이 아예 대출자가 없는 플랫폼도 있다. 또 다른 회사들은 차용자들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이율을 매겨 소위 ‘온라인 사채업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다수 P2P 대출기관은 시중 은행이 신용불량자로 분류해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일반가계나 소상공인들에게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 대출정보사이트인 왕다이지지아는 지난해 조사결과 P2P 플랫폼 1500여 개 가운데 18%인 275개 플랫폼에서 문제가 보고됐다고 전했다. 또 ‘온라인 렌딩 하우스’(Online Lending House)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에 P2P 플랫폼 419개가 사기죄나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금지로 기소됐다.

중국 당국도 사태를 파악하고 P2P 대출의 리스크에 대해 경고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14일 중국 관영 영문 매체인 ‘차이나 데일리’는 사설에서 P2P 대출 플랫폼이 2012년 110개에서 2015년 6월 말 2000개가 넘게 늘어났다며 P2P 대출 플랫폼의 놀라운 성장세에 주목했다.

해당 사설의 저자인 시후안은 “하지만 반대로, 플랫폼 수가 5년 후인 2022년 2012년의 수치로 떨어진다고 해도 별로 놀랍지 않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