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트럼프 퇴임하자마자 폼페이오 등 28명에 제재 가해

정용진
2021년 01월 21일 오후 6:47 업데이트: 2021년 01월 21일 오후 6:47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하자마자 중국 공산당(중공) 외교부는 전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 백악관 수석 전략가 배넌 등 28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20일 아침(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백악관을 떠나 앤드루스 기지에서 퇴임식을 가진 뒤 플로리다로 향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워싱턴 DC에서 취임식과 인수인계식을 가졌다.

트럼프 정부 퇴임 후, 중공 외교부는 1월 21일(베이징 시간) 트럼프 정부 구성원 28명 및 그 가족의 중국과 홍콩, 마카오 입국을 금지하며, 이들과 관련 있는 기업 및 기관이 중국과 거래하는 것도 제한한다고 말했다.

28명 중에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제조업 정책국장,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차관보, 매튜 포틴저 국가안전보장회의 부 보좌관, 알렉스 아자르 보건복지부 장관, 케이스 크라치 국무부 경제담당관, 켈리 크래프트 미 유엔대사, 존 볼튼 백악관 국가 안보담당 보좌관,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등이 포함돼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공이 트럼프 대통령 퇴임 직후 그의 주요 구성원을 제재한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트럼프 정부 퇴임 전에 시행할 경우, 트럼프 정부가 중공에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에 경고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계에서는 중공 독재 정권의 제재를 받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지난해 마코 루비오 미 연방 상원 의원이 중공을 비판했다가 제재를 받게 되자 그는 공개적으로 “나는 당분간 중국에 갈 생각이 없다. 그들이 나를 위해 레드 카펫을 깔아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매우 자랑스럽다. 어느 때든 독재정권이나 사악한 정권이 여러분을 반대하는 것은 여러분이 옳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넌은 1월 20일 ‘워싱턴포스트(WP)’ 조쉬 로긴 기자의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중공 제재를 받은 것은 중공이 안겨준 ‘큰 영예’라며 중국 ‘국민’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역시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트럼프 정부는 이미 중공 당국에 의한 신장 위구르족 무슬림 탄압을 ‘집단학살 및 반인류 범죄’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퇴임 닷새 전인 지난 15일 중국공산당 중앙 통전부 부장 유취안 등 6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1월 6일 홍콩 경찰이 민주 인사 50여 명을 체포한 사건의 배후 책임자로 지목된 인물들이다.

그동안 중공 외교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린 일련의 제재 조치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급작스럽게 내린 이번 제재 조치를 통해 향후 중공의 대미 외교 방향 전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