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당국, 하루만에 200조 규모 9개 금융사 경영권 박탈…그룹 측 이례적 반발, 배경은?

장둔(張頓)
2020년 07월 28일 오전 11:16 업데이트: 2020년 07월 31일 오전 10:22

중국 공산 당국이 보험·증권·신탁 등 9개 금융사의 경영권을 한꺼번에 접수했다. 경영권을 박탈당한 이들 9개 기업은 모두 밍톈(明天)그룹 계열사다.

관심을 끄는 것은 밍톈그룹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밍텐그룹 회장 샤오젠화(肖建華)는 장쩌민의 측근 쩡칭훙의 후원을 받는 인물이다.

장쩌민과 쩡칭훙은 현 시진핑 정부의 최대 라이벌 세력이다. 밍톈그룹의 이례적인 반발은 중공 고위층 내부의 치열한 권력암투의 산물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7일 밍톈그룹 산하 9개 금융사는 각각 중국 은행보험·증권 감독당국에 경영권이 인수됐다. 인수기간은 최소 1년이다.

감독당국은 해당 회사들이 실제 소유주의 지분정보를 은폐하는 등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어 투자자 권익보호를 위해 경영권을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밍톈그룹은 “자산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감독당국이 갑자기 경영권을 박탈해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반발성명을 내고 “당국이 경영권 인수에 전력을 기울이는 목적은 무엇인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밍톈그룹의 성명문은 발표 몇 시간 뒤 중국 인터넷에서 삭제됐지만, 본토 기업이 중공 당국에 도발에 가까운 성명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밍톈그룹 샤오젠화 회장은 지난 2017년 실종됐다가 이후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그는 심문 과정에서 장쩌민 전 주석의 최측근인 쩡칭훙 전 부주석의 비리를 전부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국 정법(政法)대 허춘(何純)교수는 21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밍톈그룹의 성명은 일반적인 민영기업이 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라며 “밍톈그룹이 현 정권의 비호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다른 배후세력의 비호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허춘 교수는 이어 “이 배후세력은 지방의 고위 관리 정도가 아니라 고위층에 도발을 할 수 있는 정도의 힘을 갖춘 세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오젠화은 중공 원로 자제 그룹인 태자당과 친분이 있으며 특히 쩡칭훙의 아들 쩡웨이(曾偉) 등 태자당 내 친(親)장쩌민 인물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사전문가 탕징위안은 “밍톈그룹의 실체는 장쩌민 계파의 돈세탁을 위한 조직”이라며 “장쩌민 계파 고위층과 그 가족들을 배후세력으로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샤오젠화는 2015년 중국 주가 폭락사태를 일으켜 시진핑 정권을 곤경에 빠뜨린 ‘금융 쿠데타’의 주범으로 지목됐다고 전한 바 있다.

샤오젠화와 중공의 밀회는 1989년 톈안먼 사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베이징대(북경대) 학생회장이었던 샤오젠화는 톈안먼 사태로 학생들이 사망했지만, 중공을 편들었고 다른 학생들이 농촌으로 보내질 때 베이징대 공산당 위원회에 근무하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베이징대 출신으로 미국에 건너온 한 인사는 “권력과의 유착은 중국에서 성공한 대부분 기업가의 특징”이라며 “샤오젠화는 처음부터 공산당의 권력에 의존해 셋방살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밍톈그룹의 경영권 인수는 부당한 권력이 베푼 부당한 특혜를 회수한 것으로 공명정대를 논할 거리가 못 된다”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밍톈그룹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이라고 평했다.

샤오젠화는 1999년 밍톈투자그룹을 창립, 20여 년간 금융, 산업, 부동산, 통신 서비스, 에너지, 인터넷 등 거액의 자본을 축적하며 명톈그룹을 키웠다. 현재 17개의 은행, 9개의 보험사, 8개의 증권사, 4개의 신탁회사, 3개의 펀드 회사, 2개의 선물 회사, 1개의 금융리스 회사 등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당국에 경영권이 넘어간 9개 금융사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2천억 위안(약 204조6800억원)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중국 평론가 위안궁이는 “이번 금융사 경영권 접수는 쩡칭훙 등의 돈줄을 인질로 삼은 조치다. 이는 베이다이허 회의를 앞두고 ‘조용히 있을 것’을 경고한 셈”이라면서 “하지만 밍톈그룹은 공개 성명으로 반격했다. 중공 고위층의 치열한 내부 다툼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휴양지인 베이다이허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며 개최하는 비공개회의다.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열리며 향후 중공의 노선과 정책을 결정한다. 중공 밀실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