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 김봉수 교수 “무용지물 국보법… 韓, 중공 공작에 무방비 노출됐다”

차이나뉴스팀
2021년 05월 12일 오전 1:33 업데이트: 2021년 05월 12일 오전 11:24

“중국 간첩이 체포됐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나요? 얼마나 많은 중국 사람이 와있는데요. 그중에 최소 일부는 정보원일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한 번도 그걸 색출하거나 처벌하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전직 판사 출신인 김봉수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가 한국이 중국공산당의 공작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몇 년 전, 그가 교편을 잡고 있는 대학에 중국 대학 측이 한 가지 요구를 해왔다. 바로 ‘대학 내 중국 유학생들의 공산당 활동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교류 협약에 추가해달라는 것이었다. 해당 학교와 교류 협정을 맺지 않았지만, 김 교수는 관련 법률을 검토하면서 한국의 법이 미비함을 발견했다.

그는 국가보안법과 간첩죄를 담은 형법(98조) 모두 중국의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특히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을 겨냥해 제정한 국가보안법은 중국에는 전혀 적용할 수 없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 내 중국의 침투 활동에 경각심을 갖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김봉수 교수를 만나 관련 내용을 질문했다.

공산당 활동, 국가보안법으로 처벌이 안되나?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공산당 활동을 하면 당연히 처벌받는 줄 안다. 하지만 막상 법을 찾아보면 그런 게 없다. 국가보안법조차 공산주의나 공산당을 언급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은 오로지 반국가단체 즉, 북한과 관련된 단체를 겨냥해서 만든 법이다. 반국가단체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만든 단체다. 실제로는 정부가 아닌데 감히 정부라 칭할 때 참칭이라는 표현을 쓴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반국가단체에 해당 자체가 안된다. 

한국에서 어떤 사람이 외국의 공산당에 동조해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마땅하지 않은 실정이다.

공산당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다른 법은 없나? 

사안에 따라 형법상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형법에서도 간첩에 대한 정의가 명확히 않아서 문제다. 어디까지가 간첩인지 애매모호하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위는 처벌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마치 과거에 공산주의자가 아닌데 공산주의자로 몰아서 처벌했던 걸 떠올린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주변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적어도 중국공산당의 공작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학내 공산당 활동을 보장하면 어떻게 되나.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 학생들이 홍콩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붙였을 때 훼손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는 게 아닌 지령을 받고 조직적으로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면 한국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위해, 협박할 가능성도 있다.

실질적인 위협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의사 표현을 하는데 중국인 눈치를 봐야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학내 기술 탈취 활동도 염려된다. 

지난해 카이스트(KAIST)에서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국가 차원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일부 연구소에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도록 하거나 통신 보안에 유념하도록 수시로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 과학 기술자들이 과학 기술에만 매몰돼서 다른 걸 고려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한국에 원천 기술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을 통해 중국에 그러한 기술들이 유출된다는 의심을 받으면 결국 불이익을 받는 건 우리 산업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공자학원도 공공연하게 공산주의를 선전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공자학원을 퇴출해야 한다. 부적절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없애면 된다. 지금 한국에는 너무 많은 공자학원이 세워져 있다.

공산주의 사상에서는 공자가 위대한 인물이 아니다. 그런데 공자의 이름을 이용하고 있다. 공자학원이 있는 국가에 침투하려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공산당의 위협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친여 성향의 사람들은 중국이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잘살게 되면 우리도 당연히 잘살게 될 것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은 지금 전체주의로 가고 있다. 시진핑이 종신집권을 꾀하는 상황이다. 전체주의 세력은 주변국에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했다. 히틀러가 있던 독일, 소련 등 전체주의 국가들이 주변국을 위협하고 침공한 역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지 않나.

개별적인 친분은 있을 수 있지만 정치, 안보 문제에서 분명히 선을 그을 수 있어야 한다.

국가보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지금은 모든 게 북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거에 우리에게 북한이 유일한 위협이었다면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그 범죄를 처벌하는 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국가보안법은 전혀 국가를 지킬 수 없다.

형법상 간첩죄도 마찬가지다. 간첩에 대한 정의가 없다. 또 적국에 대한 논의도 되어 있지 않다. 중국이 적국인가?  규정한 적이 없다. 따라서 적국을 타국으로 바꿔야한다고 본다.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가 있을까.

호주를 참고해야 한다. 중국인들이 호주로 이민을 많이 갔다. 하지만 많은 중국 출신 이민자들이 호주인이 되지 않고, 호주에 사는 중국인으로서 중국 공산당에 충성하고 있다. 이걸 호주 정부가 늦게 깨달았다. 

최근 호주는 지방정부가 중국과 맺은 협약을 연방정부가 취소할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 최근 우리나라 강원도 차이나타운 사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들의 반중 정서가 큰데도 도지사가 해당 사업을 일대일로이라고 칭하지 않았나.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만 이상하게 낭만주의에 빠져있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고, 사이가 나쁜 사람과 화해하는 것도 좋지만 항상 경계는 해야 한다. 주변국과 대치하자는 게 아니다. 경계를 잘한 상태에서만 주변국과 안심하고 악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