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뒤바뀐 중국판 ‘파이터 클럽’…”할리우드까지 뻗친 언론과 사상 통제”

최근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1999년 극장가에 등장했던 영화 ‘파이트 클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유는 중국에서 공개된 파이트 클럽의 결말 부분이 원작과 다르기 때문이다.

파이트 클럽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수상한 미국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헬레나 본햄 카터, 자레드 레토 등이 출연한 영화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에드워드 노튼)은 사업가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을 만난다. 주인공에게 자신을 때려보라는 타일러의 말을 들은 주인공은 타일러를 이유 없이 때리고, 둘은 치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곧 ‘파이트 클럽’이라는 집단으로, 물질문명을 혐오하는  타일러의 사상을 기본으로 기존 체계를 파괴하려는 테러단체로 발전한다.

제72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편집상 후보에도 오른 바 있는 이 영화는 인상적인 결말과 함께 ‘저항’을 대표하는 영화로 평가받아오고 있다. 1999년 개봉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는 배급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DVD 출시 이후 영화는 성공을 거두며 2009년 뉴욕타임스는 “시대를 정의하는 컬트 영화”로 칭했다.

미국 유명 매체 바이스 등에 따르면, 중국 텐센트를 통해 이 영화를 본 중국 네티즌들이 텐센트 버전과 원작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러닝타임과 결말이 다르다는 것이다. 텐센트 버전은 원작보다 러닝타임이 12분가량 적다.

텐센트 버전은 주인공이 자신의 입에 총을 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마지막 화면에는 “경찰은 타일러가 제공한 단서로 전반적인 테러 계획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모든 범죄자를 체포해 타일러의 대량 살상 계획을 성공적으로 저지했다”며 주인공이 정신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2012년 퇴원했다는 글자만 나온다.

그러나 원작은 테러 활동을 벌이는 또 다른 자아 타일러(브래드 피트 분)를 저지하기 위해 영화 말미에 스스로 뺨 쪽에 총을 쏴 분신을 소멸시킨다. 그러나 타일러의 테러 계획은 성공을 거두고, 이들은 무너지는 고층 건물을 보며 영화는 끝난다.

신문은 원작 엔딩이 변경된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텐센트 측은 이번 일에 대해 논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그러면서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영화가 스트리밍 플랫폼에 재판매되는 과정에서 중공 정부의 승인을 받기 전 저작권 소유자에 의해 수정되었다고 전했다. 영화의 중국 배급사는 광둥(廣東)TV의 자회사 퍼시픽A/V(Pacific Audio & Video)이다.

신문은 이 영화가 2006년 상하이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되었고, 영화·드라마 정보 플랫폼 더우반(豆瓣)에서 리뷰 74만 개 이상, 평점 9점(10점 만점)을 받았으며, 제작사 20세기 폭스를 소유한 디즈니는 이번 일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시사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은 “이는 중공이 언론과 사상 통제를 미국 할리우드까지 뻗친 전형적인 사건”이라며 “사실상 이는 미국 문화 역사의 한 부분이기에 이러한 선례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중공이 미국의 역사 문화에 개입한 것과 같다”고 했다.

탕징위안은 그러면서 “ 영화에서 테일러가 공격 부대로 정부에 맞서 사회를 파괴하려는 계획을 행동에 옮긴다는 내용은 중공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라며 “현재 중공의 모순이 극도로 심각하다. 이러한 위기를 뒤엎은 중공 당국은 사회적 혼란과 정부에 대한 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를 극도로 두려워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화의 결말을 수정해 중공은 이러한 반란에 참가한 이들은 모두 체포되고 정부가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것을 믿게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영화제작자 스위거(石宇歌)는 영화 결말이 수정된 것에 대해 중공 당국이 문화예술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는 중국에서 이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놀랄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어 “중국 공산당이 게임의 규칙을 공식화하고 좋은 레이아웃을 만들었다”며 “서방 사회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이러한 게임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문화산업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 있어서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게임 규칙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일이 많다”며 “국제사회가 이런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