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美 대사관, 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직원 비자발급 거부

에바 푸
2019년 12월 19일 오전 10:22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38

미국이 홍콩 시위자들을 지지하는 인권 법안을 제정한 지 몇 주 만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한 간부가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환구시보의 하오쥔스 뉴미디어 부장은 “대사관에서 받은 신청서에 사진을 붙이고 있을 때, 주중 미국대사관이 자신의 비이민 비자 신청을 거부했다”고 16일(현지시간) 웨이보를 통해 밝혔다. 그는 어떤 비자를 신청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사관 측은 서한을 통해 하오 씨에게 “비이민자 비자 발급 자격이 없다”며 “(그가) 계획한 미국 방문 활동이 비자의 카테고리 표준에 부합함을 입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오쥔스 부장이 미국 방문 후 중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증명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결정에 항의할 수 없으니 대신 새로 신청해야 한다”고 대사관은 부연했다.

이번 중국인에 대한 미국 비자 거부는 지난 6월부터 중국의 정치적 간섭에 저항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홍콩 시민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으로 미국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홍콩 인권법)’을 제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뤄졌다.

홍콩 인권법은 매체 기자에게 비자를 발급할 때 취업 비자 또는 여행 비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민주화 운동가와 외교관을 상대로 허위 정보를 제공했는지, 고의로 표적을 삼고 괴롭힘을 저질렀는지를 고려하라는 조항을 포함한다. 특히 중국 관영 언론이 주 대상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에포크타임스에 “비자 기록은 미국 법에 의해 기밀 사항”이라며 그 같은 결정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이메일을 통해 전했다. 이어 “영사관은 출입국관리법이나 기타 미국 법 조항에 따라 신청자가 자격이 없다고 판명된 경우 비자 신청을 거부한다”고 부연했다.

하오쥔스 부장의 게시 글은 몇 시간 만에 1만여 개가 넘는 호응을 받으며, 많은 중국 네티즌이 이 소식을 전달했다.

“자유로운 공기를 마실 기회가 없다” 또는 “비자가 거부되지 않았다면 그게 비정상이다”라는 등의 댓글이 붙었다.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

홍콩 인권법은 “중국이 언론을 이용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거나, 적국으로 삼는 나라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에 확실히 알려 줄 것”이라고 국무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 법은 특히 홍콩의 타블로이드 판 신문 문회보(文滙報)와 대공보(大公報)를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매체로 명시했다.

두 신문을 운영하는 홍콩대공문회미디어그룹(香港大公文匯傳媒集團)은 이 법이 통과된 지 하루 만에 “자유를 억압하는 심각한 침해”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환구시보와 대공보, 문회보는 등은 중국 정권의 선전 선동에 발맞춰 현재 진행 중인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일관되게 부정적 시각으로 보도해 왔다.

미국 하원이 홍콩인권법안을 통과시킨 11월 20일, 환구시보는 이 법안을 “‘홍콩 폭력 지원법’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논평을 실었다. 또한 같은달 15일 별개 사설에서 이 법안을 지지하는 미국 의원들이 홍콩에 범죄를 저지르고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공보와 문회보는 시위자들을 ‘폭도’라고 규정하는 기사와 해당 내용을 담은 1면 광고를 자주 실었다. 중국 당국과 국영 언론이 시위자들을 ‘폭도’라고 몰아붙인 용어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앞서 문회보는 홍콩 시위대를 9.11 테러를 일으킨 테러단체에 비유하기도 했다. 신문은 올해 9.11 추모일 하루 전 “시위대가 도시 전체 학살을 계획하고 있다”는 기사를 출간했으며 “자살 공격을 계획하는 테러리스트들과 같다”고 실었다.

하지만 정작 9.11 당일 홍콩 시위대는 시위를 중단하고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문회보 논평에 대해 “(민주화) 운동을 약화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파렴치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대공보는 지난 8월 홍콩 우산시위 주도자 조슈아 웡과 만나는 홍콩 주재 미국 외교관의 사진과 실명을 공개해 비난을 면치 못했다. 해당 기사 제목은 “악의적인 외세의 홍콩 내정 간섭”이라고 적혀 있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대공보 보도에 대해 중국 정부를 직접 비난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8월 9일 트위터에 “중국 관영 언론이 우리 외교관에 대한 (사적 신상 정보) 보도는 무책임한 행위이며, 그를 위험한 지경에 빠트렸다”고 게재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당시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시위는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를 원하는 홍콩 사람들의 대중적인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