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다가온 것처럼 끔찍해” 대형 산불로 화성처럼 붉게 물든 美 서부

이서현
2020년 09월 11일 오후 6:0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52

미국 서부 해안에 맞붙은 3개 주(州)에서 약 40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일대를 황폐화하고 있다.

산불이 강풍을 타고 맹렬한 기세로 번졌고, 재와 연기 때문에 하늘과 대기는 주황빛으로 바뀌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9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인 금문교와 빌딩은 주황색 연기에 휩싸였다.

이날 오전 샌프란시스코 하늘은 주황빛을 띠다가 점점 어두워졌다.

11시쯤엔 일식이 일어난 것처럼 깜깜해졌고, 재가 비처럼 내리기도 했다.

9일 연기에 덮인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 AP 연합뉴스
9일 화염이 닥친 캘리포니아주 북부 오로빌 지역의 비드웰 바 다리 | AFP 연합뉴스

미국 언론은 기록적인 폭염과 강한 바람 속에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수십만 에이커의 땅이 불탔고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지역 대기질 관리국의 에린 드메리트 대변인은 “캘리포니아 전역에 발생한 산불 연기 때문에 대기 오염이 건강에 해로울 정도임을 의미하는 ‘스페어 디 에어'(Spare the Air) 경보가 25일 연속 발령됐다”고 전했다.

이는 사상 최장기간 대기질 경보 발령이다.

화재로 변한 충격적인 풍경에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8일 미서부 오리건주 살렘시 | 로이터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다른 행성에 온 듯 초현실적이다. 잠에서 깨어보니 화성의 하늘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의 또 다른 시민도 “종말이 다가온 것처럼 끔찍하고 무섭다”며 “하늘이 이렇게 변하는 재앙은 처음이다”라고 두려움을 표했다.

8일 미서부 오리건주 살렘시 | 로이터 연합뉴스

SNS에서는 이를 두고 ‘핵겨울'(Nuclear Winter, 핵전쟁으로 발생한 재와 먼지로 일사량이 매우 감소하며 오랜 기간 이어지는 한랭기)이라는 표현이 퍼지기도 했다.

미국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서부 지역을 통틀어 85건이 넘는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이며, 그중 40개가 서부 해안의 주에서 불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