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박해 종식하자” 트럼프, 유엔총회 첫날 기조연설서 각국에 촉구

각국 정상에 “신념에 대한 검열, 차단, 침묵 없어야”...주요이슈로 부각

이멜 아칸(Emel Akan)
2019년 09월 26일 오후 8:31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8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에게 “종교 박해를 끝내자”고 촉구했다.

미국 뉴욕에서 74차 유엔총회가 열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종교의 자유 보호를 위한 국제적 요구'(Global Call to Protect Religious Freedom) 라는 주제로 회의를 주관하며 정식 행사를 시작했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에서 종교 자유와 박해 논의를 시작한 첫 지도자라며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내가 (종교자유 회의를 주최한) 최초가 될 것이라는 자료를 받고 놀랐다. 여러 측면에서 매우 슬픈 일이다. 오늘 미국은 하나의 분명한 목소리로 세계 각국에 종교 박해를 종식시킬 것을 촉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각국 정부에 자국민의 박해 중단, 양심수 석방, 종교 제한법 철폐, 억압받는 국민 보호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미국을 건국한 조상들은 평화롭고 번영하는 도덕적인 사회에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따를 권리보다 더 근본적인 권리는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고 강조하며 미국인이 누리는 종교의 자유는 세계적으로 모범이 될만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세계 인구 80%가 종교의 자유가 위협받거나 금지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어 다시 확인을 부탁했다고 그는 말했다.

연설 중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에 2년 동안 수감된 미국의 목회자 앤드류 브런슨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서 미국 및 전 세계의 종교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국가 주도의 박해와 테러 공격을 규탄하며, 종교계에 대한 범죄를 심판하고 처벌할 법적인 조치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기업 연합을 결성할 것이며, 직장 내 모든 신앙인을 보호하도록 고무시킬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종교 자유와 종교 유적 및 유물 보호’를 위해 2500만 달러(약 3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추가로 배정할 예정이다.

신앙인에 대한 박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이란·이라크·중국·(중앙 아메리카의) 니카라과·베네수엘라 등이 신앙인에 대한 박해가 가장 심한 국가라고 지목하며 구체적 사례를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이란 정권은 기독교인, 수니파, 바하이교도(이슬람교 시아파의 갈래), 유대인을 잔인하게 박해하고 있다.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가 이라크에서 기독교인과 야지디족(야지디교를 믿는 소수민족)을 학살했다.”

“중국 공산당은 기독교 목사를 체포하고, 성서 판매를 금지하며, 교회를 파괴하고, 무슬림 인구 100만 명 이상의 위구르인들을 감금했다.”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 이외에도 중국 공산당 정권은 티베트 불교도, 기독교도, 파룬궁 수련인 등 종교단체와 소수민족을 조직적으로 체포, 불법 감금, 고문 등을 가해왔음이 드러났다.

이번 종교자유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 중 피터 어핑 장(張) 파룬따파 정보센터 대변인은 특히 파룬궁 수련자를 대상으로 중국 공산당의  강제적 장기적출에 대해 “유엔과 국제사회가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오늘날 중국에서 자행되는 만행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유엔에서 종교 자유가 세계 논의의 일부가 되고 이런 고위급 회의가 열리는 것은 좋은 출발이라며, 최악의 가해자인 중국 공산 정권은 이런 자리를 빌어 공개적으로 수치심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권 들어 미국은 종교 박해 해결을 위한 노력에 힘써왔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워싱턴에서 ‘종교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한 첫 번째 각료회의’를 시작했다. 올해 7월 제2차 각료회의에는 시민사회와 종교지도자 1000여 명과 외국인 대표단 100여 명이 초대됐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종교자유 행사로 평가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17개국의 종교 박해를 극복한 사람들 27명을 만나기도 했다.

세계 종교 자유를 수호하는 NGO 위원회 회장인 켈시 조지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중요하고, 역사적으로 시기적절한 것이었다. (그동안) 유엔에서 종교의 자유가 너무 무시되거나 대단치 않게 생각됐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자국민에 대한 학살

‘종교의 자유 보호를 위한 국제적 요구’ 행사 이외에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종교 자유 문제를 국정과제 1위로 놓았음을 보여주는 행사가 개최됐으며, 중국이 주요 타깃이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2일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그는 기자들과 만나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이는 위구르족 박해가 테러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겠다”면서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은) 이슬람 신앙과 문화를 말살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당국의 기관지 신화일보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영국 가디언은 위그르족이 중국에 탄압받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소개했다.

이밖에,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은 오는 24일 유엔본부에서 ‘신장의 인권위기’를 주제로 또 다른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