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로우’ 위해 활동한 美 로비스트, 외국 대리인 신분 숨겼다가 유죄

이언
2020년 09월 3일 오전 8:05 업데이트: 2020년 09월 3일 오전 9:19

미국인 여성이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사업가를 위해 미국에서 로비활동을 벌였다가 기소됐다.

미 법무부는 1일(현지 시각) 전날 하와이계 로비스트 니키 럼 데이비스(45)가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하와이 호놀룰루 출신의 컨설턴트인 데이비스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금융업자 존 로우의 도피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받고 로비활동을 벌이면서 외국 대리인 신분을 연방 정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데이비스의 고객이었던 조 로우는 말레이시아를 뒤흔든 세계 최대의 규모의 금융 스캔들의 장본인이다.

이 사건은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와 측근들이 2009년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인 원 말레이시아 개발공사(1MDB)의 공적자금 45억 달러를 빼돌린 사건으로, 조 로우는 비자금 조성 총책이었다.

미국에서는 로비활동이 합법이다. 그러나 외국 정부기관을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는 FARA에 따라 미 법무부에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해야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데이비스는 이 사실을 인지했지만, 미등록 상태에서 로비활동을 했음을 자백했다.

그녀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법무부를 비롯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를 상대로 조 로우의 민사 몰수와 범죄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로비활동을 한 사실도 시인했다.

그녀의 로비활동에는 2017년 5월 미국을 방문한 중국 정부 관료들의 법무장관, 국토안보부 장관 등과 만남 주선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형사국 브라이언 래빗 차관대행은 성명을 내고 “데이비스의 시도는 실패했지만, 이 사건은 외국 정부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대리인을 숨기고, 미국에서 자신들의 계획을 추진하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래빗 차관대행은 또한 “이러한 행동은 우리의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며, 민주주의 체제를 훼손하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유착 관계를 공개하지 않으면, 미국 국민과 공무원은 외국 로비활동의 정확한 출처와 동기를 파악하고 평가할 수 없게 되고 미국 국민과 정부 관리들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로우의 금융 스캔들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등이 얽혀 있어 미국, 말레이시아 양국 검찰이 수사해왔으며, 법무부는 지난 2018년 조 로우를 자금 세탁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조 로우는 지난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민사몰수 합의에 참여했는데, 7억 달러 이상의 자산이 몰수됐으며 1MDB에서 횡령한 자금을 상환했다.

이 합의에서 조 로우는 모든 범죄 사실을 부인했으며 어떠한 책임감이나 죄의식을 보이지 않아 논란이 됐다.

현재 조 로우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 2월 조 로우가 중공 바이러스(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우한에 숨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유죄를 인정한 데이비스는 법무부의 조사에 답변하고 수백만 달러의 보수금 몰수에도 응하기로 합의했다. 최종 선고는 내년 1월로 예정됐으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