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들이 깡춤 추는거 보고 아버지는 눈물” 충주시 홍보맨의 고백

이서현
2020년 09월 25일 오후 1:10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43

“이 사람이 공무원이 참 다행이다.”

충주시 공식 유튜브를 운영하는 충주시청 김선태 주무관을 두고 누리꾼들이 하는 말이다.

그는 지난 7월 충주시 산업단지에 남은 땅 2필지를 팔겠다며 현란한 말솜씨를 뽐냈다.

많은 시청자가 확신에 찬 그의 말발에 땅을 살 것도 아닌데 끝까지 영상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만약 다른 길(?)로 갔더라면 큰일 낼 사람이라며, 그의 탁월한 직업 선택에 박수도 보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그는 지난 23일 소통왕 특집으로 꾸며진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다.

시청 유튜브 채널 구독자를 11만명 넘게 끌어모은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공무원인 그가 소통왕의 타이틀을 얻기까지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그가 제일 처음 충추시청 홍보팀에서 한 일은 페이스북이었다.

틀에 박힌 딱딱한 홍보에 한계를 느끼고, 본인의 스타일로 일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초기, 사진 관련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해 그림판으로 일일이 사진을 오리는 중노동으로 합성을 시도했다.

하지만 재치만점의 홍보물을 완성해도 결재를 거치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니게 바뀌어 있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그때부터는 몰래 올리거나, 보고와 동시에 올리는 편법으로 자신의 주관을 밀고 나갔다.

홍보물이라면 예쁘고 깔끔한 것보다 시선을 끄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 길이 명확해서 밀어붙였고, 실제로 큰 효과를 거뒀다.

유튜브 채널 ‘충주시’

이후 “유튜브를 하라”는 시장님의 한 마디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다.

기획부터 촬영, 제작, 섭외에 출연까지 모두 그의 몫이다.

연간 운영비로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 비용으로 나가는 61만원이 전부다.

촬영을 도와주는 동료들에게 밥이나 커피를 사느라 사비까지 털어가며 만든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시에서는 녹화를 위한 부스를 설치해주겠다거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수억원을 지원받아 만든 타지역의 홍보 영상 조회수가 단 2회였던 걸 보고 느낀바가 컸다.

세금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제작비 0원’으로 탄생한 영상이 히트를 치기 시작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하수처리장에서 먹방, 화장실 몰카 단속, 구치소 체험 등을 하며 시정과 정책을 재밌게 홍보했다.

건강증진세터를 홍보하고 싶어 ‘가짜사나이 2’에도 지원했다.

그중에서도 ‘관짝 밈’을 활용한 코로나19 방역 수칙 홍보 영상은 조회수 4백만 뷰를 넘어서며 히트했다.

유퀴즈 방송 후에는 11만이었던 구독자 수가 13만 명으로 폭증했다.

그의 영상을 보면 적은 예산으로 어떻게든 재밌게 만들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때로 “세금 먹는 XX” “딴짓하고 있다” 등등의 악플을 남기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노력의 흔적에 격려를 보낸다.

유튜브 채널 ‘충주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하지만 가족의 반응은 좀 다르다고 한다.

김선태 주무관은 “시청자들은 가볍고 재밌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조용한 본 모습을 아는 가족들은 ‘얘가 이렇게까지 하는구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깡춤을 추는 걸 보고 많이 슬퍼하셨다. 아버지에게는 귀한 아들인데 이렇게까지 해서 먹고살아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그는 지난 5월 수안보 특산물인 꿩을 홍보하기 위해 잔디밭을 기어 다니고, 파닥거리는 모습으로 깡춤을 추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런저런 어려움을 털어놨지만, 그의 말에서는 충주시에 대한 애정과 일에 대한 열정이 묻어났다.

그는 “충주는 무색무취다. “충주는 재밌다. 이슈가 많이 됐던 곳이야”라는 말을 들으면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생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