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력’ 차지했던 왕치산…비주류로 밀려난 이유는

샤샤오창(夏小強)
2018년 08월 22일 오후 7:09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3

중국공산당이 대외적으로 발표한 지도층 서열 중 왕치산 국가부주석은 상무위원 7명 중 마지막 서열인 한정(韓正)의 뒤를 잇는다. 일반 당 의원과 국가 부주석 신분인 그는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정치국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이는 중국공산당 역사상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다.

2012년 시진핑(習近平)이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후 왕치산의 보좌와 강력한 반부패 운동으로 각 방면의 권력을 장악해 핵심 지위를 거머쥐게 됐다. 만약 왕치산이 없었다면 시진핑이 집권하고 난 후 초기 5년간 이뤄낸 성과와 지위도 없었을 것이다.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 이후 ‘시왕체제(習王體制)’의 정치 패러다임 지속 여부는 시진핑 정권의 다음 5년을 좌우할 중요한 요인이었다. 따라서 19차 당대회에서 지도층이 치열하게 싸운 이유 중 하나가 왕치산을 상무위원회에 유임시키느냐 하는 문제였다.

19차 당대회 이전은 시진핑의 정적인 장쩌민(江澤民) 세력을 비롯한 몇몇 이익집단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장쩌민 세력은 해외에서 ‘역적 제거’를 명목으로 왕치산을 공격하기 위해 그의 비리를 여러차례 폭로했다 결국 타협을 통해 왕치산이 상무위원회를 탈퇴하고 국가부주석을 역임하게 됐다. 이로써 그는 지도층의 핵심 권력에 여전히 머무를 수 있었다.

국가부주석은 지금까지 실권을 장악하는 직책이 아니라 그저 상징적인 직책일 뿐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지도층 권력이 직책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당시 자오쯔양(趙紫陽)이 비록 겉으론 당내 군부의 1인자였지만 실제 권력은 여전히 일반 당원인 공산당 원로파의 손에 있었기 때문에 자오쯔양은 언제든지 실각할 수 있었다. 왕치산은 비록 국가부주석에 불과하지만 19대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인 자오러지(趙樂際) 등이 왕치산에게 극존칭을 쓰는 것으로 보아 왕치산의 권력은 여전히 절대적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반년간 왕치산은 평소처럼 국가부주석의 업무를 처리하고 일부 비주류 인사들을 만나는 것 외에는 영향력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시진핑의 외교 업무를 도울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예상도 무색해지고 있다. 특히 한때는 미국 업무에 능통한 왕치산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외부의 추측도 있었지만, 5월 미국 기업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이 ‘미·중 관계의 책임자’라는 것을 부인했으며, 국가부주석으로서 하는 일은 그저 시진핑 주석이 시키는 일뿐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오늘날 왕치산이 주요 업무도 맡지 않고 비주류로 밀려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공산당 체제는 정치인사들을 역으로 도태시키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입장을 생각할 줄 아는 실력 있는 정치인은 대부분 도태되고, 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은 대부분 인품이 낮고 아첨 떨기에 능숙한 인물들이다. 오늘날 시진핑은 후자와 같은 정치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며, 치국에 힘쓰는 진정한 정치인은 얼마 남지 않고 거의 사라진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왕치산처럼 시진핑의 신임을 받는 능력 있는 참모가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해 있으니 총체적 난국이나 다름없다.

근본 원인은 19대 이후 시진핑 정권이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회복을 주창하며 위험한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진핑 정권을 위기로 치닫게 만들었으며 헌법 개정과 미·중 무역전쟁은 이러한 상황을 촉진하고 있다. 시진핑의 정적들은 이를 핑계 삼아 그를 공격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고 초기 5년 동안에는 왕치산의 도움 덕분에 중국의 장밋빛 미래를 예견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예견은 빠른 속도로 물거품이 됐다. 원래는 시진핑 정권이 반부패 운동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 정적인 장쩌민을 체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했다면 중국에서 십수 년 동안 계속돼 온 파룬궁 수련자의 인권탄압을 끝내고 사회 안정과 지지율 상승을 통한 법치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진핑 정권은 이 좋은 기회를 헛된 권력과 맞바꿔 지금과 같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시진핑 정권이 5년간 반부패 운동을 진행한 결과 장쩌민 세력, 태자당 가족, 약삭빠른 행동으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정치인 등 공산당 내부의 거의 모든 이익집단의 미움을 샀다. 이들은 대부분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으로 손해를 봤기 때문에 시진핑의 몰락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중국 관영 매체가 말하는 ‘마르크스주의의 진리와 힘’은 모두 근거 없는 거짓말에 불과하다. 정치인들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것은 마르크스주의가 아니라 사익이라는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30여 년 전 덩샤오핑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시진핑은 폭탄을 끌어안고 전진하는 모습이다.

중국 공산 정권이 오늘에 이르러 직면한 위기에 대해 체제 내부에선 이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으며, 시진핑도 왕치산도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공산당의 살길은 이제 체제 외부에서 찾는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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