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시가격 2년 전 수준으로 낮춘다…文 로드맵 사실상 폐기

이윤정
2022년 11월 24일 오후 1:44 업데이트: 2022년 11월 24일 오후 1:44

종부세 대상 역대 최다
집값 내림세에 공시가격보다 낮은 거래 속출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년 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사실상 폐기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는 11월 23일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하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과 ‘주택 재산세 부과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실거래가보다 공시가격이 높아지고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이 122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조세 저항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보완에 나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건국대 유선종 부동산학과 교수(공시제도 개선 전문가 자문위원회 위원)는 과도한 국민 부담 증가와 가격 균형성 개선 등을 이유로 “2020년 수준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환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재로 열린 1차 공청회를 통해 당초 72.7%로 계획돼 있었던 내년 현실화율을 올해(71.5%)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후 실거래가가 공시가보다 떨어지는 역전 현상이 속출하면서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춰 각종 세금 부담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재산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을 10년에 걸쳐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이 골자다. 이후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현실화 로드맵 적용 효과까지 더해지며 공통주택 공시가격은 2021년 19.1%, 2022년 17.2% 올랐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이 역대 최대치로 증가한 것도 공시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0년 공동주택 기준으로 69.0% 수준이던 평균 현실화율이 지난해 70.2%, 올해 71.5%로 가파르게 올랐다. 이대로라면 2023년 현실화율은 72.7%까지 오르게 된다.

이 계획 발표 이전 수준으로 환원한다는 것이 이번에 전문가가문위원회가 제안한 수정안의 골자다. 수정안에 따르면, 내년에 적용되는 현실화율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기준 평균 69.0%로, 올해 71.5%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단독주택은 53.6%, 토지 65.5%로 감소한다.

상대적으로 현실화율이 높은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일수록 더 큰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집값이 9억 이하인 경우는 내년에 현실화율이 평균 1.3%포인트 떨어지지만, 9억 원 이상 집은 5.9%포인트 내려간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정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최근 집값 하락 및 어려운 경제 여건 등을 감안해 현실화 계획 및 보유세제에 있어 적극적인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