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수립 70주년 맞은 베이징, 축제라고 하기에는 삼엄했다”

차이나뉴스팀
2019년 10월 2일 오후 4:52 업데이트: 2019년 10월 2일 오후 4:52

10월 1일은 중국 공산당이 정권을 수립한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중국 당국은 이날을 매우 중시하며 매년 이때 성대한 경축 행사를 한다. 중국 전역에서 국기인 오성홍기가 휘날리고 각종 축하 구호를 내걸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10년 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크게 기념하기 때문에 이번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대회는 올해 초부터 그 규모와 수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당국에 따르면 중요 행사는 톈안먼 광장에서 이뤄진다. 오전에는 열병식과 성대한 경축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저녁에는 공연과 불꽃놀이가 진행됐다.

톈안먼 광장과 베이징의 중심 도로인 창안(長安)가 일대에서 진행되는 열병식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병사 1만5천 명, 비행기 160여 대, 각종 무기 580종 등 첨단 무기가 대거 동원됐다. 그러나 이런 성대한 이벤트들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국이 초대한 사람에게만 개방하기 때문이다. 행사장 근처 시내 거주자들은 이런 활동이 많아질수록 더 심한 제약을 받는다.

계엄령에 가까운 규제… 축제 맞나

소식통들은 70주년 기념행사를 코앞에 둔 베이징 시내 중심가는 마치 계엄령이 내린 듯 삼엄한 경비 태세였다고 전했다. 지난달 7일 오후 11시부터 8일 새벽까지 국경절 행사 첫 연합 리허설이 베이징 톈안먼 광장 일대에서 약 9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됐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의 리허설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리허설이 있을 때마다 베이징 시내 여러 지역이 봉쇄됐다. 구역 내 식당, 슈퍼마켓, 상가는 문을 닫고 휴업해야 했다. 25일부터 10월3일까지 베이징 시내의 모든 농산물 도매시장은 문을 닫는다. 시민들은 공중화장실에 갈 때도 신분증을 제시해야 했고 성명, 성별, 휴대전화 번호, 화장실 종류, 예상 시간 등을 써넣어야 했다.

베이징을 통과하는 지하철 1호선은 여러 역이 폐쇄됐다. 톈안먼 인근에는 약 10m 간격으로 공안과 무장 경찰들이 차량과 행인들을 주시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베란다에 서 있거나 창문을 열 수도 없다. 창안가 도로변에는 고층 건물 창문에 모두 반사광 테이프를 붙여야 하고 커튼을 쳐야 한다.

핵심 주택가는 경비를 강화해 주민들이 출입할 때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파출소는 열병식 시간 동안 가스 공급을 중지하고 주민들은 건물 아래층에 모여 있다가 행사가 끝난 후에야 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통지했다.

도심지에서는 연날리기, 비둘기 날리기, 드론 운행이 모두 금지됐다. 무선랜 옥외 기지국, 휴대용 무전기, 무선 마이크 등 무선전신 설비도 일체 사용할 수 없다. 인터넷과 언론에서는 검열이 더욱 강화됐다.

올해는 중국 곳곳에 예전보다 많이 설치된 CCTV와 안면인식 장비, 생체정보를 이용한 빅데이터 감시, 더욱 발전한 인터넷 검열 기술 등으로 한층 강화된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에서는 폭발물 탐지견들이 쇼핑몰을 순찰하고 있고, 열병식 노선에 있는 주택, 상점, 호텔 등 입구에서 X선 보안 검색 장비와 금속탐지기가 자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베이징 퉁인 의원은 ‘10월 1일 행사 기간 병원이 계엄 지역 내에 있기 때문에 9월 30일부터 10월 2일 새벽까지 응급환자나 임산부도 병원 출입을 할 수 없다’는 공지를 인터넷에 올렸다. 베이징 시에허 의원은 ‘입원 환자를 받지 않는다. 큰 수술도 중지됐다’고 공지했다. 많은 병원에 입원환자의 외출은 허락하지만, 입실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명령이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창안제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뉴욕 타임스 베이징 특파원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10월 1일이 다가오자 아파트를 출입할 때마다 매번 보안 요원에게 신체 수색을 당한다고 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경찰이 수시로 전화해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에르난데스가 이사를 요구받는 이유는 그가 외신기자이기 때문일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세 종류의 사람을 중점적으로 경계한다고 한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우(吳)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당이 중점적으로 경계하는 사람은 ‘반체제 인사, 인권운동가, 민원인’이라고 밝혔다. 반체제 인사는 당국의 정치 의견과 생각이 다르고 인권운동가, 인권변호사는 국민을 대신해서 말하기 때문에 경계 대상이 된다. 억울한 일을 호소하려는 민원인도 경계 대상이다.

당국은 생화, 깃발로 경축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경축 분위기가 아니라 고도의 긴장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선즈(李愼之) 전 사회과학원 부원장은 “히틀러가 죽고 스탈린도 죽었으니 전 세계에서 이런 대규모 행사를 추진하는 나라는 이제 많지 않을 것”이라며 장쩌민의 50주년 ‘대 경축’을 풍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온갖 선전에서 늘 “위광정”(偉光正·위대하고 광명하며 정대하다)을 내세우지만 정작 중요 문제들을 덮어 감춘다고 개탄했다.

최근 공산주의 청년단이 오성홍기와 함께 사진찍기 운동을 벌여 10.1을 위한 ‘애국 물결’을 조성하려 했지만, 한 누리꾼이 길거리에서 오성기를 불태우는 한 중국인의 사진에 중국 공산당 지도자의 얼굴을 합성해 게시하면서 온라인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중국 공산당의 선전효과가 예전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