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힌 자국 있으면 민주당 표? 미 지방선거 재검표 논란

2021년 05월 25일 오후 5:49 업데이트: 2021년 05월 27일 오전 11:45

민주당 후보 표는 무효표까지 모두 집계
공화당 후보들은 실제 득표의 28%만 얻어

미국 지방선거 재검표에서 후보간 격차가 더 벌어진 결과가 나온 가운데 무효표를 유효표로 처리한 알고리즘이 규명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뉴햄프셔주 윈덤(Windham) 카운티 선거 감사팀은 23일(현지시각) 작년 11월 3일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주의회 하원선거 재검표 결과, 공화당 후보 4명이 총합 300표를 더 얻은 반면 민주당 후보 득표수는 75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검표는 당시 24표 차이로 패배한 민주당 측 크리스티 세인트 로랑 후보가 수작업 재검표를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하지만 재검표를 했더니 승패는 그대로였지만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격차가 24표가 아니라 99표로 수정된 것이다. 민주당 세인트 로랑 후보의 득표가 오히려 75표 줄었다.

감사팀은 집계 오류의 원인을 투표지의 접힌 자국으로 보고 있다. 전자개표기가 접힌 자국이 있는 투표지는 무조건 유효표로 처리했다는 추측이다.

감사팀이 트위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기표 오류 등 무효표로 처리해야 할 표를 한번 접었다가 편 뒤 넣으면 전자개표기에서 유효표로 인식됐다.

이렇게 처리된 표 75매 중 민주당 후보를 찍은 표는 한 장도 없었지만, 25장이 민주당 후보 표로 집계됐다.

감사팀 중 한 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시점까지 나온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투표지의) 접힌 자국 때문에 스캐너(전자개표기)가 유효표 판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적인 규명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필립 스타크 감사관은 전자개표기의 ‘접힌 표’ 처리 알고리즘에 대해 이런 가설을 내놨다.

만약 유권자가 4명의 공화당 후보 중 한 명에게 투표한 뒤 투표지를 접었다면, 개표기는 이를 민주당 후보를 찍은 표로 판독하고 ‘과잉투표’(overvote) 처리한다.

과잉투표란 전체 유권자보다 많은 투표를 가리킨다. 유권자가 100명인데 투표수가 100표 이상 나오는 경우다.

스타크 감사관은 전자개표기가 임의의 공화당 후보 표를 삭감하고 더하는 식으로 처리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렇게 되면 공화당 후보는 접혀 있지 않은 유효표만 얻게 된다.

하지만, 유권자가 민주당 후보를 찍었고 표에 접힌 자국이 있기만 하면 무조건 유효표로 처리한다. 기표 오류가 발생한 무효표도 집계가 되는 것이다.

미국 선거는 기표가 복잡해 무효표 비율이 적잖다. 무효표만 유효표로 처리해 한쪽 후보에게 몰아줘도 승부가 박빙일 경우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 측 세인트 로랑 후보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접혀진 투표지에서 내 이름이 가장 흔했던 것 같다”며 감사팀의 추론에 대해 일부 동의를 나타냈다.

이 밖에도 윈덤 카운티에서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감사팀은 트위터에 “더 극단적인 문제를 발견했다. 공화당 후보가 얻은 75표 중 28%만 집계됐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감사팀은 아직 선거 감사가 진행 중인 만큼 섣부른 결론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리 허스티 감사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감사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투표지의 접힌 자국이 원인처럼 보이지만, 유일한 원인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썼다.

그러면서 “동일한 투표지 묶음을 서로 다른 개표기에 처리시켰는데, 오류율이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전자개표기 공급업체인 아큐보트(Accuvote)와 뉴햄프셔 주 국무장관실은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