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예약 후 직전 취소로 폐기 유도…이스라엘 백신 거부 확산

한동훈
2021년 02월 8일 오후 2:00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2:37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하다 접종 전 꺼내
예약시간 직전에 접종 취소하면 백신 폐기
당국, 페이스북에 관련 게시물 삭제 요청

이스라엘에서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거부가 늘면서, 보건당국이 페이스북 등에 관련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는 ‘백신 거부자'(anti-vaxxer)로 불리는 이들의 백신 거부 운동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보건당국인 의료관리기구(HMO)에 바이러스 백신 접종을 예약한 뒤 예약시간 직전에 취소하는 방식으로 ‘백신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보건당국이 경찰 수사까지 요청한 것은 이들의 활동이 단순히 접종을 취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백신 폐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백신은 영하 75도의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하다가 접종 전 꺼내어 두는데, 예약한 시간 직전에 예약을 취소하면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결국 급히 대체 접종자를 찾지 못하면 꺼내둔 백신은 효과가 없어져 폐기해야 한다.

보건당국은 일부 백신 거부자들이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이러한 수법을 공유하면서 다른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며, 페이스북 측에 관련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에는 “만약 백신 접종을 예약한 사람들 전원이 접종하러 가지 않으면 (쓰레기 같은) 백신 재고량을 모두 없앨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한 언론은 전했다.

율리 에델슈타인 보건장관은 사건의 사례가 아직은 적지만, 예방접종을 방해하려는 사람들은 “이념적인 입장에서 반대하는 위험한 그룹으로 마치 사이비 종교와 같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에 실시간 접종 데이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른 시간에 백신을 대량 공급받아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1차 접종에는 전체인구 930만명의 약 35%인 340만명이 참가했고, 2차 접종 참가자도 200만명이 넘었다.

그러나 1차 접종 이후 참여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당국은 지난 4일부터 16세 이상 국민 전원을 대상으로 한 접종을 시작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1차 접종을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백신에 대해 경고하는 게시물이 확산돼 당국이 페이스북에 요청해 대량 삭제를 실행한 바 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해당 게시물이 “백신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회사 정책 위반으로 판단해 삭제에 협조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스라엘 법무부는 잘못된 정보의 사례로 “정부가 추적용 칩을 접종자에게 주입하거나, 독극물을 주입해 인구를 줄이거나 혹은 백신의 의료실험을 위해 접종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라고 성명을 통해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