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남성 정자 수 50% 이상 감소…“두 가지 주요 원인”

해리 리
2023년 04월 29일 오전 8:27 업데이트: 2023년 05월 8일 오전 10:08

전 세계 남성들의 정자 수가 지난 46년에 걸쳐 50% 이상 감소했으며, 그 감소세가 가속화 중이라는 메타 분석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뉴욕 아이칸 의대 샤나 스완 교수와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하가이 레빈 교수는 학술 저널 ‘인간 재생산 업데이트(HRU)’에 1972년부터 2018년까지 남성의 평균 정자 수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53개국이 실시한 223건의 연구를 바탕으로 약 6만여 명의 남성 정자 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 1972년부터 매년 1.16%씩 감소하던 정자 감소 추세는 2000년부터 더 가팔라져 연간 2.6% 이상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파른 감소세에 대해 해당 연구 저자이자 환경 및 생식 역학 분야에서 전 세계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스완 교수는 환경 화학물질에의 노출 및 건강에 해로운 생활 습관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스완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환경 화학물질과 접촉하는 일이 잦아졌다”며 “(일례로) 플라스틱 생산량을 살펴보면, 1950년 이후 매년 1%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물병, 물병 안에 든 식수, 식품, 식품을 포장한 포장지와 포장용기, 위생용품, 전자제품, 장난감, 가구, 크게는 건축물에까지 플라스틱 등 화학물질은 당연할 정도로 포함돼 있다. 특히 플라스틱 입자의 경우 흡입은 물론 피부를 통해 신체에 흡수될 수 있다.

그간 여타 다른 논문들 또한 화학물질이 인간의 생식 능력을 해친다는 사실을 입증한바, 30년 동안 해당 분야를 연구해 온 스완 교수는 화학물질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완전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조용한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스트레스와 건강하지 않은 식단, 흡연, 과음, 약물 등도 정자 수 감소와 관련 있는 주요 요인으로 거론됐다. 스완 교수는 “비만율 등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 아이칸 의대 샤나 스완 교수|Courtesy of Shanna Swan

정자 수가 중요한 이유

정자 수는 남성의 생식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일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스완 교수는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정자 수가 적은 남성과 생식 기관에 문제가 있는 여성은 기대 수명이 더 짧다. 이런 사람들이 더 일찍 죽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2016년 불임 진단을 받은 남성 약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 정자 농도가 낮은 남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당뇨병과 허혈성 심장 질환 발병 위험이 각각 30%, 48%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도 중요한 문제다. 정자 수가 적으면 임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스완 교수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데, 이 감소율은 정자 수 감소율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피해

스완 교수는 화학물질 노출과 건강에 해로운 생활 습관이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태아의 발달과 전반적인 건강, 생식 능력에 영향을 끼치고 심지어 태아의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화학물질 중 하나인 프탈레이트는 남성 태아의 생식 계통 발달을 주관하는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아기가 태어나서 평생 생식 능력이 건강하지 못한 남성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

스완 교수 외에도 영국·덴마크·스웨덴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 선천적으로 생식 능력에 결함을 안고 태어나는 아기가 늘어나는 추세는 연간 정자 수 감소세와도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쁜 공기, 나쁜 물, 화학물질 등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인식해야 한다. 이는 자신과 자녀들, 나아가 손주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라는 게 스완 교수의 설명이다.

뉴욕 불임 클리닉 소속 나타 바차마 남성생식 건강센터 소장 또한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바차마 소장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환경 화학물질과 좋지 않은 생활 습관으로 손상된 정자는 태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건강한 아이를 위해서는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학물질 노출 줄이기

정자 수를 회복하고 생식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남성들이 생활 습관을 고치는 한편 가정에서 화학물질 사용 및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스완 교수에 따르면 화학물질의 주요 공급원은 음식, 특히 가공 식품이다.

스완 교수는 “식품을 가공할 때, 예컨대 젖소한테서 우유를 짜거나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 때 보면 플라스틱을 통과하게 된다”며 “플라스틱에는 프탈레이트가 포함돼 있는데,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에 결합되지 않는 성질이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떠나 음식으로 들어가고, 결과적으로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8년에는 프탈레이트 노출과 남성의 생식 능력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스완 교수는 “주방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이나 이와 관련된 화학물질이 우려된다”며 “가능한 한 유리, 도자기, 금속을 사용하라. 모든 플라스틱은 절대 전자레인지에 넣지 말라”고 권유했다.

아울러 살충제, 방향제, 페인트, 기타 청소제품 등도 화학물질이 상당량 함유돼 있다고 스완 교수는 덧붙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Pixabay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은 건강한 식습관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스완 교수는 말한다.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식품으로 이뤄진 지중해식 식단은 식습관 개선은 물론, 화학물질 노출을 줄이는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주로 가공하지 않은 과일·채소·통곡물·콩·견과류·씨앗과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동물성 지방이 적은 생선과 해산물을 섭취하고, 붉은색 육류를 적게 섭취하도록 구성된다.

이런 지중해식 식단은 건강 상태를 증진할 뿐만 아니라 정자의 질도 개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9년 ‘네이처’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단 섭취와 정자 품질 개선 사이에서 긍정적인 연관성이 발견됐다. 해당 연구는 또한 가공육, 가당 음료, 과자 등 서구식 식단에서 많이 소비되는 음식이 정액의 품질과 해로운 연관성이 있음을 밝혀냈다.

그 밖에 정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요인들로는 비만, 흡연, 스트레스, 열, 앉아 있는 습관, 약물 복용 등이 꼽힌다.

다시 말해서 매일 적당한 운동과 함께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섭취하고 나아가 비타민 등 영양제를 복용한다면 정자 수와 질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