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만 국방부장 “미국 무기 무상 원조 받으면 전쟁이라는 대가 치를 수 있다”

최창근
2023년 05월 19일 오후 5:14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27

전직 대만 국방부장(국방부 장관)이 “미국이 대만에 5억 달러(약 6천600억 원) 상당의 무기를 무상 지원하는 것은 전쟁에 대한 대가일 수 있다.”고 발언하여 파문이 일고 있다.

펑스콴(馮世寬) 행정원 국군퇴제역관병보도위원회(國軍退除役官兵輔導委員會‧국가보훈처 해당) 주임위원(장관)은 5월 18일, 입법원 외교국방위원회 업무 보고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언론이 미국의 무기 무상 지원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자 “이 문제를 깊이 연구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무상 원조를 받게 되면 예측할 수 없는 대가가 있을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그 대가가 전쟁이라는 대가를 의미하느냐?’는 언론의 거듭된 질문에 “우리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아마도 선택할 것이다.”라고 답변하여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펑스콴 주임위원은 미국의 무기 무상 지원이 대만 자주 국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대만산 잠수함이 곧 진수할 예정이고 차세대 국산 고등훈련기와 차세대 전투기도 생산과 연구개발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라고 답변하여 일각에서 제기된 대만 국방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일축했다.

미국의 원조가 양안 전쟁의 대가일 수 있음을 시사한 펑스콴 주임위원의 발언을 둘러싸고 대만 정치권의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제1야당 국민당 입법원 당단 총소집인(黨團總召集人‧원내대표) 쯩밍중(曾銘宗) 입법위원은 “미국의 지원이 대만 군비(軍備) 증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후폭풍이 있을 수 있으니 냉정하게 평가하여 대응해야 한다.”며 동조를 표했다. 같은 국민당 소속 정정링(鄭正鈐) 입법위원도 ‘정관정요(貞觀政要)’ 등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병흉전위(兵凶戰危‧병기는 흉하고 전쟁은 위험하니 되도록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좋음)’ 표현을 인용하여 “최근 몇 년 동안 양안관계가 위태롭다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으며, 민진당의 정책에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움직임은 양안관계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심화하고 2024년 선거에서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민진당 정부를 몰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진당적 쉬즈제(許智傑) 입법위원은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확실히 있다.”고 전제하며 “약간의 위기가 있으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안전은 세계의 안전이기도 하다. 전 세계가 연합하여 중국에 대항하여 중국이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견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방 전문가 의견도 갈렸다. 쑤츠윈(蘇紫雲) 국방안전연구원 국방전략자원연구소장은 “미국이 대만에 5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2023년도 국방수권법(NDAA)’ 이행이다.”라며 “미국이 대만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비회원국 중 주요 동맹국으로 간주하는 것이며, 미국 무기 지원은 대만 방위력 향상과 인도‧태평양 역내(域內)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군 부사령관(참모차장) 출신의 장옌팅(張延廷) 국립칭화대(國立清華大) 석좌교수는 “미국의 군사 원조는 3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며 ▲미국의 대만 지지 증대와 국방력 강화 ▲‘예방전쟁’ 전략 채택으로 인한 더욱 명확해진 대(對)대만 전략 ▲ 중국 공산당의 침공 위협 고조 속에서 미국-대만 간 국방 협력 강화 등이라고 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비상사태 시 의회 동의 없이 발동할 수 있는 ‘대통령 사용 권한(PDA)’을 사용하여 대만에 5억 달러(약 6천600억 원) 상당의 무기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제공할 무기로는 보병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 미사일인 FIM-92 스팅어 미사일, 토우 2B-RF 대전차 미사일,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등이 포함됐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에 대하여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은 “5억 달러 상당의 군사원조에 대해서 올해 초부터 미국과 소통하기 시작했으며 대만이 원하는 무기가 품목 안에 포함돼 있다.”고 입법원에 보고했다.

논란의 발언을 한 펑스콴 주임위원은 예비역 공군 2급상장(二級上將‧중장~대장 해당)으로 공군 부총사령관(참모차장), 부참모총장(합동참모차장) 역임 후 전역했다. 2016년 차이잉원 정부 출범 후 첫 행정원 국방부장에 임명돼 2018년까지 재임했으며 퇴임 후 국방부 싱크탱크 국방안전연구원(國防安全研究院‧INDSR) 이사장, 총통부 국책고문(國策顧問)을 역임했다. 2019년 8월 국군퇴제역관병보도위원회(國軍退除役官兵輔導委員會) 주임위원으로 재입각하여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