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美 국가정보국장 “트럼프 X파일 작성자들 줄줄이 기소될 것”

한동훈
2021년 11월 8일 오후 6:10 업데이트: 2021년 11월 9일 오후 3:31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의 개입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던 존 더럼 특검이 소위 ‘트럼프 X파일’이라 불리는 문서 작성에 개입한 용의자들을 추가로 기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존 래트클리프 전 국가정보국장(DNI)은 지난 7일(현지 시각)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건의 실체는 트럼프 캠프를 모함하기 위해 당시 민주당 측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캠프가 러시아인과 공모해 만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법무부에 의해 임명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는 더럼 특검은 지난 4일 우크라이나 태생의 러시아계 분석가인 이고르 단첸코를 기소했다. 단첸코가 연방수사국(FBI)에 거짓 진술했다는 혐의에서다.

단첸코는 ‘트럼프 X파일’을 작성한 전 영국 정보기관 MI6 요원 크리스토퍼 스틸의 문서 작성을 결정적으로 도운 인물로 알려졌다. 현재 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트럼프의 대선 운동을 지원하려 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어 트럼프에 불리하게 작용한 이 35쪽짜리 문건은 클린턴 측이 자금을 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영미권에서는 작성자 이름에 따라 ‘스틸 문건'(Steele Dossier)으로 불린다.

보도에 따르면 래트클리프 전 국장은 “정보국장에 부임한 후 러시아 공모와 관련된 모든 문서를 제출하라고 (각 정보기관에) 요구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임명된 래트클리프 전 국장은 올해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날 퇴임했다.

국가정보국장은 중앙정보국(CIA), FBI 등 미국 정보기관 16곳을 통솔하는 최고 정보기관이다. 16개 정보기관이 수집·분석·보관하고 있는 모든 기밀문서를 열람할 권한이 있다. 미국 대통령보다 더 광범위한 기밀문서에 접근할 권한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존 래트클리프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 | DOUG MILLS/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

래트클리프 전 국장은 “당시 내가 발견한 것은, 당신(뉴스 진행자)도 알다시피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사이에서는 공모가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내가 본 문서에서는, 일부는 현재 기밀이 해제됐는데, 클린턴 캠프가 러시아인들과 짜고 문건을 꾸몄다는 결론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더럼 특검에 제공한 수많은 문서들이 현재 특검 조사에 활용되고 있다고도 밝혔다.

래트클리프 전 국장은 “나는 오늘 우리가 이야기했던 문서들을 기밀해제했다. 또한 이번 추가기소될 범죄와 관련된, 아직 기밀해제하지 않은 문서 1천개 이상을 더럼 특검에 제공했다”며 현재 특검팀 배심원단은 스틸 문건이 본질적으로 위법적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럼 특검이 수사결과에 기초해 기소하면, 연방 배심원단이 판단해 유죄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래트클리프 전 국장의 발언은 배심원단이 스틸 문건의 내용보다는 작성 과정에서의 범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직 MI6 요원 스틸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워싱턴DC에 본사를 둔 사설정보업체 퓨전(Fushion)GPS의 의뢰를 받아 트럼프에 대한 뒷조사를 수행했다.

‘스틸 문건(Steele Dossier)’, 일명 ‘트럼프 X파일’을 작성한 전 영국 정보요원 크리스토퍼 스틸. 그는 민주당 자금을 받은 사설정보업체 의뢰로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위법성 여부는 수사 중이다. | TOLGA AKMEN/AFP via Getty Images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출신인 글렌 심슨이 2011년 설립한 퓨전GPS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를 대변하는 유력 로펌 퍼킨스 코이(Perkins Coie)가 소유하고 있으며, 정치인이나 기업 뒷조사를 주로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럼 특검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스틸 문건’에 포함된 주장들은 하나도 사실로 확인되지 못했고 오히려 수많은 주장들이 거짓으로 판명됐다.

또한 미국 해외정보감시법원은 지난 2019년 FBI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관계자에 대한 감청 영장을 신청하면서 “근거없는 정보”를 포함해 법원을 잘못 이끌었다며 질책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해외정보감시법원은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정보요원에 대한 감청 영장을 비밀리에 승인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정보기관을 문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당시 해외정보감시법원이 “근거없는 정보”라고 지적한 정보의 일부는 ‘스틸 문건’의 내용으로 알려졌다. FBI가 민주당과 관련된 사설정보업체가 작성한 문건을 기반으로 트럼프 캠프 인사에 대한 감청 영장을 신청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비난으로 이어졌다.

래트클리프 전 국장은 스틸 문건 작성에 연루됐거나 이 문서가 거짓임을 알고도 퍼뜨린 사람들에 대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더럼 특검이 이 부분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 정부와 정부기관의 최고 수준 관계자들이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본 정보, 내가 더럼 특검에 제공한 정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추가 기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9월 더럼 특검은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법률 업무를 맡아온 로펌 퍼킨스 코이 소속 마이클 서스만 변호사를 허위진술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한편, 단첸코 측 변호인은 에포크타임스의 논평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더럼 특검의 기소와 관련해서 무죄를 주장한 것 외에 아무런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