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통제 준비? 中, 유사시 군에 형사소송법 운용권 부여

한동훈
2023년 03월 4일 오후 3:38 업데이트: 2023년 03월 4일 오후 7:21

중국이 유사시 인민해방군에 형사사건에 관해 전권을 부여하는 규정을 채택했다.

전시상황에서 군이 형사소송법을 자유롭게 운용해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시통제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4일 전쟁 기간 중 인민해방군이 전시 상황에 맞게 형사소송법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규정을 선포했다. 이 규정은 다음 날인 25일부터 발효됐다.

이에 따라, 전쟁 시 인민해방군은 수사·기소·판결·집행 등 형사소송법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관할하게 된다. 또한 법 조항의 적용에 대한 조정 능력도 갖는다. 사실상 형사사건 처리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절차는 군의 실권을 쥔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주석은 시진핑)의 규정에 따라 이뤄진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전인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결정은 “인민군대의 신시대 사명 및 임무 수행 능력과 전투 승리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결정이 전투력 향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중앙군사위는 앞서 지난해 12월 22일, 군의 형사소송법 집행에 관한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규정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형사소송법은 범죄 수사와 피의자의 권리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군 내부에서 발생하는 형사사건에 대해서는 군이 수사권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따르면, 전시에는 군이 군 내부는 물론 민간에 대해서도 형사사건을 수사하고 기소·집행하며, 법 조항까지 조정할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중화권에서는 이번 결정의 배경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이 결정이 대만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내려졌다는 점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법학자로 유명한 베이징의 중국정법대학 퉁중진 교수의 위챗 게시물을 인용해 “이 결정은 군인뿐만 아니라 여성을 포함한 모든 일반 시민과 관련됐다”고 전했다.

퉁 교수는 위챗에서 ‘전시’라는 용어에 해석의 여지가 크다며 중국 관련법상 ‘전시’는 군대의 전투적인 작전 수행, 외국의 공격, 계엄 상황, 폭력적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시기 등으로 정의된다고 밝혔다.

또한 퉁 교수는 2009년 최고인민법원의 사건 처리 문서를 인용해, 군 시설이 아닌 곳에서 민간인의 행동이 군사적 이익에 위협이 될 경우에도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전시’란 용어가 매우 광범위한 상황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신문은 퉁 교수가 기사에 자신의 게시물이 인용되리라는 것을 인지했지만 인터뷰에 응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 탕징위안은 “이번 조치는 대만 등과의 군사적 충돌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력 충돌 발생 시 중국은 형사사건의 법 집행을 인민해방군에 맡겨 강력한 전시통제를 시행할 것”이라며 “경찰력만으로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군이 전시상황에서 형사소송의 전권을 얻게 되면 일반인의 인권은 더욱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