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한국의 미·중 정책,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명확성’으로”

정향매
2023년 02월 14일 오후 9:54 업데이트: 2023년 02월 14일 오후 9:54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위한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미·중이 경쟁하는 신냉전 구도하에서 윤석열 정부는 미국 쪽으로 다가가고, 경제무역 분야의 ‘차이나 리스크’를 분산하고, 자유민주 진영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는 정책을 취하는 ‘전략적 명확성’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정치외교 전문가인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14일 에포크타임스 대만판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한국은 중국 공산당의 본질에 대해 똑똑히 이해하지 못했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인 데다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깊어지면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한국을 도와줄 거라고 기대했다. 또한 중국의 ‘개혁개방’은 외부에 ‘중국 공산당은 바뀔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6년 7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된 후부터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 금지령)’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한한령’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사드 배치와 한한령을 계기로 한·중 무역 관계는 빠른 속도로 악화했고 한국인들은 중국 당국의 태도에 반감을 품기 시작했다. 

2019년 한국인들은 중국 당국이 홍콩 민주화운동 중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한중 왕래가 대폭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당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감은 더 커졌다.  

이런 이유로 이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은 중국 공산당에 대해 각성하기 시작한, 의식 전환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점차 ‘전략적 명확성’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다시 말해 점점 미국을 대표로 하는 진영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사드 재배치를 언급한 바 있으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대만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CHIP4’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또 지난해 12월 첫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표해 외교·안보 범위를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했다. 보고서에는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이 연구위원은 “해당 보고서는 ‘가치’를 여러 번 언급하면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전략적 협력’을 언급했다”며 “보고서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경제가 발달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이 ‘전략적 명확성’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무역 분야의 ‘차이나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 등 전략적 가치가 있는 분야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CHIP4가 바로 이런 시도다. 이는 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확장해주는 동시 중국과 맞서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 의지해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중국 당국은 한국을 도와 북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해왔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은 한국이 인도·태평양, 대만해협 등지의 평화와 안정에 더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이 큰 액션을 취할 경우 반드시 중국 당국을 자극하게 된다. 게다가 미국은 대만해협에 더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북핵 위협 앞에서 한국은 지원이 약한 상태에 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의 국민 여론은 중국 당국에 반감을 품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여전히 다수당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친미’ 정책은 실행에 옮겨지지 쉽지 않다. 이는 한국이 ‘전략적 명확성’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점”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말했다. 민주당은 중국과 협력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힘을 써주도록 하는 것에 더 비중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