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테크노크라트 출신 중국 국방부장 임명 주목해야” 대륙전략硏 세미나서 주장

최창근
2023년 03월 24일 오전 7:58 업데이트: 2023년 03월 24일 오전 7:58

지난 3월 13일 폐막한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의미를 평가하고 시진핑 3기 체제 중국을 전망하는 학술 세미나가 개최됐다.

3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 연제근홀에서 ‘중국의 양회(兩會) 평가와 안보적 시사점’ 세미나가 열렸다.

사단법인 대륙전략연구소(소장 이창형 박사) 2023년 춘계 세미나로 개최된 행사에는 김한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 조현규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신한대 특임교수)의 주제 발표가 있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 양회에 나타난 중국의 정치외교 분야 평가와 시사점’ 주제 발표에서 이번 양회를 읽는 키워드로 ‘안정 속의 발전 모색’을 제시했다. 시진핑 3기 지도부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성과 주요 직책 인선을 기반으로 한 분석이다.

그는 경제 분야에서 1991년 이래 가장 낮은 경제 성장률인 5% 전후의 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그 원인으로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 증가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 증가 ▲중국 경제가 당면한 금융과 부동산 현안 ▲급속한 노령화에 접어든 인구구조 ▲민간투자 부진 등을 제시했다. 이어 지난해 20차 중국공산당 당대회에 이어 올해 양회에서도 ‘공동부유(共同富裕)’ 강조가 감소한 것도 특징이라 지적했다.

김한권 교수는 정치 분야 특징으로 리창(李強)의 국무원 총리 안착과 더불어 ‘시자쥔(習家軍)’으로 불리는 시진핑 측근의 정부 요직 등용을 꼽았다. 이를 두고서 그는 “시진핑 1인 지배 체제 및 장기 집권 기반이 마련됐으나 다양한 시각의 정책 논의 어려움, 폐쇄적인 집단사고 우려 증가, 시진핑에 대한 충성 경쟁으로 발생하는 정책 경직성 강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양회 이후 중국의 대외 정책에 대해서도 전망을 내놨다. 미중 관계에 대해서 김한권 교수는 “개선 분위기에서 긴장 회귀”라며 “중국은 기본적으로 양자(兩者) 관계 개선을 촉구하면서도 주권, 발전, 안보 이익에서는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거듭 천명했다.”고 분석했다. 그중 ‘대만’ 문제에 대한 시진핑의 발언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 ‘중미관계 정치 기초 중 기초’ ‘중미관계에서 넘어서는 안 되는 첫 번째 데드라인’을 인용하며 중국이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북중 관계에 대해서 김한권 교수는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구도하에서 북한이 중국에 가지는, 한반도에서 미중 간 전략적 완충지대로서의 가치가 높아지며 북중 전략적 협력관계는 지속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양야쥔(王亞軍) 신임 주북한 중국 대사 내정을 두고서 “이제까지 관록 있는 중견 외교관이 맡았던 주북한 대사에 50대 초반의 왕야쥔이 임명된 것은 향후 북중관계에서 중국이 새로운 시각의 대북한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평가: 안보‧군사 분야’ 발제는 주중국대사관‧주타이베이대표부 국방무관을 역임한 조현규 박사가 맡았다.

조현규 박사는 중국이 2023년 국방예산을 한화 293조 원 책정했고, 이는 2022년 대비 7.2% 증액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하여 “2023년도 국방예산 증액 폭이 예년에 비해 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0%에 그치고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5% 전후로 설정한 점을 고려할 때 시진핑 주석 체제의 중국 국가지도부가 국방 건설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방예산 증액 배경으로 ▲미중 전략 경쟁 심화  ▲대만해협 정세 악화 ▲일본의 전수방위(공격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탈피와 재무장(방위 예산 증액) 등을 꼽았다. 아울러 이번 양회에서 식량 안보와 사회 안정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인식하고 관리해 나가겠다고 천명한 점을 지적하며 “미중 전략 경쟁과 관련한 중국의 내적 대응 능력 강화 노력으로 평가되며, 향후 중국 내부 보수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조현규 박사는 양회 기간 중 3월 8일, 군‧무장경찰 대표회의에서 ‘국방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한 시진핑의 발언을 인용하며 중국 인민해방군‧무장경찰 현대화에 방점이 찍혔다고 분석했다. 군‧무장경찰 대표회의에서 시진핑은 “국방과학 기술 자립‧자강을 이룩하여 강군 건설, 전쟁 승리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서 조현규 박사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디커플링에 대비하여 군사 분야에서 과학 기술 자립‧자강을 이뤄냄으로써 첨단 무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방위산업 분야 ‘자체 완결성’ 확보를 독려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현규 박사는 시진핑 3기 중국 인민해방군 수뇌부 인사에 대해서 분석했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와 동일한 인적 구성을 지닌 국가중앙군사위원회는 시진핑 주석 휘하에 ▲부주석: 장유샤(張又俠)‧허웨이둥(何衛東) 상장 ▲위원: 리상푸(李尚福)‧류전리(劉振立)‧먀오화(苗華), 장성민(張昇民) 상장 등 7명으로 이뤄졌다.

조현규 박사는 국무원 국무위원(부총리급) 겸 국방부장을 겸한 리상푸 상장 발탁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리상푸는 ‘전통’ 사관학교 출신이 아니며, 야전 지휘관 출신도 아니다. 1958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태생인 리상푸는 중국인민해방군국방과기대학(中國人民解放軍國防科技大學)을 졸업한 이공계 출신이다. 1982년 시창(西昌)위성발사센터에 몸담은 후 미사일 전문가로 복무했다. 2003~13년 시창 위성발사센터 주임(사령관)으로 재직하며 소장(少將)으로 진급했고, 이후 국방부 총장비부 참모장, 부부장, 전략지원부대(전자전, 사이버전, 우주전 부대) 부사령관,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 부장을 거치고 2022년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을 거쳐 올해 3월 국무원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에 취임했다.

이러한 인사를 두고서 조현규 박사는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관련 전문가(테크노크라트)를 국방부장에 임명한 것은 미중 전략 경쟁, 대만해협 문제 등 장기 문제에 대비하여 전문과학기술군으로 군사력 건설을 위한 포석이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미국과 대등하거나 미국을 능가하는 현대화된 군사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시진핑의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조현규 박사는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하여 “미국의 제제 대상 인사 목록에 올라있는 인사를 신임 국방부장에 임명한 것은 미국에 맞서겠다는 ‘항의성 인사’로 해석되며, 일부에서는 미국이 ‘모욕’을 당했으며 향후 미중 군사교류, 양국 국방장관 회담이 불확실성에 빠진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세션 발표 후 자유토론 시간에는 박남태 대륙전략 연구소 수석연구원(예비역 해군 대령), 김정노 한국통일외교협회 부회장 겸 사무총장(전 통일부 통일부 정책협력과장‧국제협력과장), 전병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원엽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등 참석자들의 자유발언과 토의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