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논단] 손숙미 한선재단 선진여성위원장 “여가부 폐지보다 양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

이연재
2022년 04월 19일 오후 6:07 업데이트: 2022년 04월 19일 오후 6:07

윤석열 당선인이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여성가족부 폐지’가 가시화하자 “구조적 성차별은 엄연한 현실이니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가 있어야 한다”며 대부분의 여성계가 반발했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을 5월 10일 새 정부 뒤로 미루면서 존폐 기로에 섰던 여성가족부는 당분간 명맥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여전히 시민사회에서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은 이미 성평등 나라인데, 여성 인권만 높여달라고 하면 우리가 얻을 게 뭐냐”며 의문을 던집니다.

NTD Korea는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찬반 양측의 이유를 들어보고 앞으로 더 나은 여성의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조망해 보고자 합니다.

그 네 번째 순서로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여성위원장 손숙미 교수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8대 국회의원과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을 지낸 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여성위원회 위원장.

그는 여성가족부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남성들에게는 환영받을 수 있겠지만, 젊은 여성들과 여성계의 반발을 불러와 남녀 갈등은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성 정책이 아니더라도, 가족 정책이나 청소년 정책, 권익 증진 등의 업무는 전담 부처에서 해야 할 일”이며, “여가부를 폐지하고 특정 업무를 ‘이관’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제언했습니다.

[손숙미 |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여성위원회위원장 ] :

“그동안 우리나라 페미니즘이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해서 활동했잖아요. 그러다가 2016년에 ‘강남역 살인 사건’이라든가 아니면 또 2018년에 시작된 ‘미투 사건’ 이런 것들을 거치면서 상당히 과격화됐어요.”

“그러면서 남성 혐오적이고 여성 우월적인 페미니즘으로 바뀌었거든요. 그러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안티 페미니즘이 많이 생기게 됐고요.”

“어떻게 보면 정치권에서 득표의 전략으로 안티 페미니즘을 활용하는 그런 차원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공약을 내건 거죠.”

“20~30대 여성들은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면 ‘여성의 지위가 앞으로 추락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민주당을 많이 밀어줬거든요.”

“선거에서 여성들이 ‘우리도 합심하는 걸 보여주자’, ‘오프라인에서 우리도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자’ 해서 집중적으로 민주당에 찬성표를 던졌잖아요.”

“어떻게 보면 민주당은 아주 뜻밖에 (표를) 얻은 거예요. 저쪽에(국민의힘) 대한 반작용으로 뜻밖에 표를 얻게 되니까  20, 30대의 여성들이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가족부 폐지가 쉽지 않을 겁니다.”

“혹자는 성범죄는 법무부로 보내고 양육은 복지부로 보내고 또 여성 노동자는 노동부로 보내고 이런 식으로 여성가족부의 역할을 이관시키는 그런 것도 얘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처벌하는 데 역점을 두게 되거든요.”

“피해자를 아우르면서 예방하는 이런 식의 정책은 하기 힘들 거라고 봐요. 그리고 장관이 하던 이런 정책이 ‘국’이나 ‘과’에서 하게 되면  ‘그게 힘이 있겠나’ . 어떻게 보면 굉장히 수동적으로 되고 그 정책 자체가 미약해지는 거죠.”

“그래서 지금 여가부에서는 성범죄 피해자들을 돕고 경력 단절 여성들을 트레이닝시키고 직장을 연결시켜 주는 그런 일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손 위원장은 또 여가부를 폐지해선 안 되는 이유로 한국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을 예로 들었습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평등’할지 모르지만 사회 분위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손숙미 |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여성위원회 위원장 ] :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는 굉장히 좋아졌어요. 획기적이었던 게 호주제 폐지였습니다. 그리고 1991년도에 민법이 개정되면서 딸과 아들 상관없이 동률로 상속을 받는 것도  또 굉장히 획기적인 거였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제도면으로는 상당히 앞서 있는데 보이지 않는 차별은 아직도 상당히 남아 있는 거죠. 예를 들어서 여성들은 결혼하기 전에는 별로 못 느끼다가 결혼하고 나서 출산과 양육을 거치면서 굉장히 많은 벽에 부딪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육아휴직 제도가 있어도 회사에 눈치 보여서 다 쓰지 못하고 또 아이가 아파서 빨리 집에 가야 되는데 그런 걸 얘기하지 못하고.. “

“그런 걸 겪으면서 여성이 직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예를 들어서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열이 펄펄 난다고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을 때 남자는 ‘집에 가봐야 한다’고 회사에 얘기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겁니다.)”

“남자도 이런 말을 부끄럽지 않게 얘기할 수 있는 그 분위기가 안 되는 거예요.  결국은 ‘보육이라든가 집안일은 여성 책임이다’ 하는 인식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주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여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아이를 키워 놓고 다시 취업을 해야 되겠다’고 해서 (직장을) 알아보면 옛날 직장보다 못한 임시직이라든가 비정규직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까 여성이 임금도 굉장히 낮아지고 남녀 임금 격차도 OECD 평균에 비해서 거의 두 배나 벌어지는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제도는 상당히 앞서가는데 사회 인식이 그걸 못 따라가는 거예요. “

손 위원장은 “여가부의 한국 명칭과 영문 명칭이 불일치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양성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바꾸고 그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목표와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가부의 확대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손숙미 |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여성위원회 위원장 ] :

“저는 개인적으로 여성 정책은 계속돼야 한다고 봐요. 근데 여성 정책을 반드시 ‘여성’이 들어간 부서에서 해야 되냐? 저는 조금 의견이 다르다는 거죠.”

“(여성가족부가) 처음에 만들어질 때 영문이 ‘미니스트리 오브 젠더 이퀄리티 앤 패밀리(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입니다. 그 영문 이름은 벌써 양성평등으로 들어가 있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여성가족부에서 ‘여성’은 좀 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부처 명칭에) 여성이 있음으로 인해서 상당히 많은 갈등을 유발하고 있잖아요. ‘여성’이란 글자는 이제 없어질 단계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에 ‘양성평등 가족부’ 아니면 우리나라가 요새 인구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니까 ‘양성평등 인구 가족부’로 한다든가 이런 식으로요.”

“유엔이나 OECD 회의에서 벌써부터 양성평등을 목표로 하는 그런 기구를 두는 걸 굉장히 권장하고 있어요.”

“근데 모든 부서에 성인지 예산들이 있잖아요. 각 부처에서 성인지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또 양성평등 정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여가부에 있는 것보다 오히려  총리실 산하에 양성평등위원회로 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쟁취하는 그런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그 영역이 넓혀져야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남자하고 대적하는 여기에서 벗어나서 휴머니즘 차원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 성별에 상관없이 좀 더 자유롭게 살고 평등하게 사는 그런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그래서 저는 남녀 사이에 좀 품격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NTD 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