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전문가들 “기후 위기는 없다…번영·복지 해치는 기후정책 수정해야”

‘세계기후선언’ 대사들, COP27에 청원서 제출

이윤정
2022년 12월 12일 오후 4:46 업데이트: 2022년 12월 12일 오후 5:48

기후과학 탈(脫)정치화 요구
석탄·석유·원자력에 대한 투자 촉구
COP27 합의사항, 아프리카 빈곤 심화할 것

지난 11월 6~20일(현지 시간)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두고 “각국 입장만 전달한 블라블라(blah blah·중얼중얼) 총회”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기후 지성인 그룹 ‘클린텔(CLINTEL·Climate Intelligence Foundation)’이 COP27에 앞서 세계 정치 지도자들에게 청원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텔은 COP27이 열리기 전인 지난 11월 1일, COP27에 참석하는 세계 정치 지도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기후 과학의 탈정치화 ▲기후정책 수정 ▲석탄·석유·원자력에 대한 투자 등을 촉구했다.

세계적인 기후환경 과학자 및 전문가 모임인 ‘클린텔(CLINTEL)’은 2019년 네덜란드 지구물리학 명예교수 거스 버크아웃(Guus Berkhout)과 기후 전문기자 마르셀 크록(Marcel Crok)이 공동 설립했다. 클린텔은 지난 6월 “기후 위기는 없다(There is no climate emergency)”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계 기후 선언(WCD·World Climate Declaration)’을 발표해 12월 12일 현재까지 전 세계 과학자, 기후·환경 전문가 1454명이 서명했다.

세계적인 기후환경 과학자 및 전문가 모임인 ‘클린텔(CLINTEL)’은 2019년 네덜란드 지구물리학 명예교수 거스 버크아웃(좌)과 기후전문기자 마르셀 크록이 공동 설립했다. | 클린텔 제공

각국을 대표하는 26명의 세계기후선언 앰배서더(Ambassador)가 주도한 기후선언에는 노르웨이 출신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이바르 예베르(Ivar Giaever)를 비롯해 세계적인 기후학자 미국 MIT 공대 리처드 린젠(Richard Linzen) 교수, 그린피스 공동 창립자인 캐나다 환경학자 패트릭 무어(Patrick Moore) 등 세계적인 과학자와 기후·환경·경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한국에선 박석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12월,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앰배서더에 선정돼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한국의 박석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26명의 세계기후선언 앰배서더(Ambassador)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 클린텔 제공

청원서에는 “실제 현상과 맞지 않는 컴퓨터 모델을 폐기하고, 실제 현상 기후 관측과 최첨단 기후 과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정치화되지 않은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해결 방안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비합리적인 ‘완화’(온실가스 감축) 대책에서 성공적인 ‘적응’ 대책으로 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클린텔은 그 이유로 “완화는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고, 인류 역사상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으며, 끊임없이 변하는 기후를 바꾸는 데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적응은 저렴한 비용으로 정확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고, 이미 수백만의 생명을 구했다”며 “적응은 기후 정책에서 추진해야 할 확실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석유와 가스 매장량을 늘리고 일정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충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면서 “세계는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여전히 석유와 가스가 있어야 한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한편, 미래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성장 발전시키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클린텔은 지난 6월 “기후 위기는 없다(There is no climate emergency)”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계 기후 선언(WCD·World Climate Declaration)’을 발표해 지금까지 전 세계 과학자, 기후·환경 전문가 1454명이 서명했다. | 클린텔 제공

청원서 서두에는 “2030년이 되면 역사가들은 유엔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지구온난화를 중단시키는 데 완전히 실패하고, 대신 그로 인해 전 세계의 번영과 복지에 전례 없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 대대적인 기후 대책을 제안해왔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클린텔은 “지난해 10월, 유엔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제6차 평가 보고서의 심각한 과학적 결함을 명확히 지적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이를 무시하고 공개 토론도 거부했다”며 그 이유를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엔과 IPCC를 향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자신들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조치가 과학적으로 터무니없고, 기술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며, 경제적으로도 감당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왜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조치가 기후에는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왜 인정하지 않는가. △왜 이산화탄소가 지구상의 생명체를 위한 필수 물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가.

클린텔은 “기후위기설은 한물간 ‘과열 예측’ 컴퓨터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었지만, 주류 언론에 의해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며 “역사가들은 당시 많은 사람은 왜 의심도 없이 ‘기후 위기의 실존’에 대해 믿고 있었는지 의아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들은 엄청나게 비싼 간헐적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중대한 경제적 문제를 발생시키리라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추진되었는지 의아해할 것”이라고도 했다.

덧붙여 “심각한 에너지 위기의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전쟁 탓으로 잘못 돌려졌다”며 “실제 원인은 세계 지도자들이 경제적 안녕과 사회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존의 신뢰할 수 있는 발전 설비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세한 내용은 클린텔이 세계 지도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 원문과 박석순 교수의 번역문을 참조하면 된다.

지난 11월 6~20일(현지 시간)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모습 | 연합뉴스

한편, 전 세계 지도자급 인사들이 모여 기후 위기와 그 해법을 논의하는 COP은 1995년 독일에서 시작돼 올해로 27년째 이어졌다.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 리조트에서 열린 이번 총회의 주요 이슈는 ‘손실과 피해 기금 마련과 독립기구 설치’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안’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등이었다. 이번 총회에는 198개 당사국과 산업계, 시민단체 등 3만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기금(fund) 마련에 관한 내용만 주로 다뤄졌다는 점에서 실패한 회담으로 평가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한 계획이 구체화하지 못했고, 지구 평균 온도 1.5℃ 상승 제한에 관한 구체적 이행 방안도 다뤄지지 않았다. 또 여러 나라가 모든 화석 연료 사용의 단계적 감축을 주장했지만, 이 내용도 최종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원론적 의견만 앞세우며 서로의 입장만 강조했을 뿐 구체적 논의 단계에 이르면 ‘블라블라’에 그쳐 결국 추상적 합의문만 도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클린텔은 “COP27는 잘못된 기후 정책이 계속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특히 아프리카 국민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COP27에서 합의되는 요구는 아프리카에 사는 13억 명이 넘는 사람들을 한층 더 빈곤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아프리카에는 깨끗한 식수 공급과 맞춤형 작물 재배, 극한 기후 대비 기술 등이 더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경제발전은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에너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며 “아프리카는 원자력 발전소들과 연계하는 계획과 함께 화석연료를 백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