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금지가 왜? 성난 주민들 수천 명 항의에 ‘백기’ 든 中 지방당국 (영상)

이언
2020년 08월 14일 오후 5:13 업데이트: 2020년 08월 14일 오후 5:29

중국 후난성 한 지방정부의 대중교통 정책이 시행 한 달 만에 무산됐다. 경찰도 막지 못한 주민들의 거센 분노에 당국이 항복한 것이다.

후난성 사오양시가 최근 전동차 운행을 금지했다가, 주민들의 대규모 항의에 놀라 결정을 번복했다.

전기 스쿠터·자전거·오토바이 등을 포함한 전동차는 중국에서 서민의 발로 불리는 교통수단이다.

이번 사건은 공산당의 철권통치 아래 숨죽이던 중국인들의 분노와 최소한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시민의식이 맞물려 ‘폭발’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지난 7일, 인터넷에는 수천 명의 샤오양시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격렬하게 항의하는 영상들이 쏟아졌다.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 한 경찰이 전력 질주로 달리는가 하면, 중국 정부 관계자가 탄 차량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 한 채 멈춰 서 있다.

화난 주민들이 달려들어 차량 앞문을 열고 진입하려고 하자, 경찰은 이를 겨우 저지한다. 또 최소 1명 이상이 차량을 흔드는 등 과격한 모습도 보였다.

앞서 지난달 9일, 사오양시 공안국은 기자회견을 열고 ‘교통 문제의 고질병’을 집중적으로 다스리겠다며 전동차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전동차가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뿐 아니라 교통질서 혼란의 주범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공안국은 닷새 전인 4일부터 이날까지 총 5일간 전동차 354대를 압수했다고 했다.

또 앞으로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규격 초과 전기 자전거, 무허가 전기 삼륜차 등의 전동차 통행을 24시간 단속하겠다고 엄포했다.

하지만 전동차를 ‘발’ 삼아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중국 당국의 지시에 그간 억눌렸던 불만이 폭발했다.

주민들은 SNS에 전동차 통행 금지 항의운동에 동참하자는 호소문을 올리는 등 당국에 맞서 세를 규합했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큰 소동을 피우자. 그렇지 않으면 관리들은 중시하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 소식통 제공

항의운동 동참 호소문에는 “사오양시 정부 청사에 후난성 간부가 내일 방문한다”며 “큰 소동을 피우자. 그렇지 않으면 관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민들의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또한 “시 정부 청사로 찾아가 권익을 수호하자”며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제시했다.

이러한 예상 밖의 집단 반발 움직임에 사오양시 당국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당국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전동차의 통행을 허락한다고 선언했다.

민중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중국 당국은 태도를 바꿔 전동차의 통행을 허락한다고 돌연 선언했다. | 소식통 제공

중국 SNS에 따르면, 사오양시 정치법률위원회(공안기관) 서기는 “내일부터 모든 현급 도시의 전동차가 일시적으로 시내를 통행할 수 있고, 압류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압류당한 전동차도 차례대로 주민들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했다.

사오양시 당국이 물러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국이 나중에 다시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거나 주민들에게 보복을 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철거정책에 반대하는 주민들 거주지 인근에 교통사고를 위장한 화물차량 전복사고를 일으켜 주민들이 떨어진 화물을 줍는 사이, 지방정부가 철거를 강행한 영화 같은 사건도 있었다.

한편, 사오양시 주민들의 집단 항의와 관련된 글과 영상은 현재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모두 차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