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없다던 文정부, 한전 적자규모 키워..

이연재
2022년 10월 11일 오전 11:17 업데이트: 2022년 10월 11일 오후 12:14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을 추진했다면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 규모가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양금희 의원실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매년 2.6% 인상을 시행했을 경우, 한전의 전력 판매 수입이 4년 (2018~2021년)동안에만 17조 원 가까이 늘어나며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와 대규모 적자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는 산업통상자원부가2017년 상반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을 반영해 산출한 수치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인수위 시절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이행을 위해서 2030년까지 전기요금40%를 인상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해마다 2.6%씩 인상할 경우 늘어나는 전력 판매 수입은 2018년 1조9152억원, 2019년 3조4613억원, 2020년 4조3288억원, 지난해 7조786억원 등 총 16조7839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전력판매량에 인상을 가정한 요금을 반영해 차액을 계산한 수치다. 이를 한전이 발표한 실적에 적용하면 2080억 적자를 나타낸 2018년은 1조7072억원, 1조2765억원 적자였던 2019년은 2조1848억원 흑자로 돌아선다. 4조863억원 흑자였던 2020년은 흑자 규모가 8조4151억원으로 늘고, 발표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도 1조185억원 흑자로 전환하게 된다.

원전 축소 등 탈원전에 따른 영향을 반영해 꾸준히 전기 요금을 인상했다면 지난해까지는 흑자 기조가 이어졌고, 그에 따라 재무구조 악화도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한전에 따르면 올 초 2.6% 인상만 시행했더라도 상반기 전력 판매 수입이 3조8249억원이 더 늘어나며 올 상반기 14조3033억원에 달했던 적자 규모는 10조4604억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전은 올 2분기와 3분기, 4분기 세 차례 총 17.9% 전기 요금을 인상했지만, 올해 영업적자 규모는 3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탈원전을 반영해 지난해까지 단계적으로 전기 요금을 올린 상태에서 올해를 맞이했다면 적자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18~2021년 4년 동안 이익잉여금이 17조 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한전의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적자 규모도 줄면서 회사채 발행 한도에도 숨통이 트였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보고처럼 전기요금을 인상했을 경우 연도별 한전 전력판매량 및 영업손익 | 양금희 의원실 제공

회사채를 발행해 운영 자금을 조달하는 한전은 올해 대규모 적자가 쌓이면서 내년부터 사채 발행이 막힐 위기에 처하자 법을 개정해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 원 영업적자를 기록하자 한전과 정부는 유럽발 에너지 위기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이어진 적자는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과 전기요금 인상 지연이 원인이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올해의 천문학적인 적자 사태도 충격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양금희 의원은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내년부터 큰 폭의 요금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앞서 지난 정부에서 단계적인 인상이 이뤄졌더라면 갑작스런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정책 실패 비용을 국민과 기업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정부는 ‘탈원전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임기 내내 한전의 요금 인상을 억제했다.

한편 한전은 지난달 30일 이미 반영이 예정된 기준연료비 인상분(kWh당 4.9원)에 전력량 요금 추가 인상분(kWh당 2.5원)을 더해 이달부터 적용할 전기요금 인상폭을 kWh당 7.4원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연말 적자 개선 효과는 1조 원에도 못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