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북송사건의 진실은…‘북한·조총련의 인권유린’ 세미나

이윤정
2022년 09월 29일 오후 5:24 업데이트: 2022년 09월 29일 오후 9:53

가와사키 “인권 피해, 법적시효 폐지해야”
강철환 “한·일·국제사회 공동의 인권 문제”
김덕영 “북송, 자발적이었나 기만이었나”
리소라 “북송재일교포 이산가족들, 국제고아 됐다”

9월 29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북한과 조총련의 북송재일교포들에 대한 인권 유린’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1일까지 진행하고 있는 ‘제19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재일 NGO 단체인 ‘모두모이자’ 가와사키 에이코(川崎栄子) 대표와 리소라 사무국장,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김덕영 영화감독이 주제 발표를 했다.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도 참석해 북송사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가와사키 대표는 “인권 피해에 관한 소송에는 법적 시효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가와사키 씨는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 교포 2세다. 17세에 홀로 북한으로 갔다가 43년 만에 탈북해 일본에 다시 정착했다. 올해 80세인 그는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조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의 선전에 속아 북송선을 탔고 이후 43년간 인권 부재의 북한에서 지옥 같은 생활을 했다고 증언했다.

2018년 8월 20일, 가와사키 씨를 포함한 5명의 원고는 “북한에서 가혹한 생활을 강요당했다”며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에 북한 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 엔(약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 3월 23일 첫 재판에서 도쿄지방재판소는 “법적 시효가 지났다”며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지만 조총련의 거짓 선전에 대해선 유죄로 판결했다.

가와사키 대표는 “이 사안에 대해 재판에서 처음으로 범죄로 규정한 것은 큰 성과”라며 “일본 법정에서 인권 피해의 법적 시효 폐지에 대해 국제사회가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일본 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앞서 2015년 1월 15일, 가와사키 대표를 비롯한 탈북자 10명과 재일교포 1명은 일본변호사연합에 인권구제신청서를 제출했다. 북송사업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에 밝히라는 것과 당시 일본에서 북한으로 간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담았다. 북송사업에 관여한 북한정부·일본정부·조총련·북한적십자·일본적십자·적십자국제위원회 등 6개 기관이 피고에 포함됐다.

‘재일교포 북송사건’은 1959년부터 1984년까지 25년 동안 총 187회에 걸쳐 재일 교포 9만3339명이 일본 니가타항에서 북한의 청진항으로 가는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이주한 사건이다. | 가와사키 에이코 제공

‘재일교포 북송사건’은 1959년부터 1984년까지 25년 동안 총 187회에 걸쳐 재일 교포 9만3339명이 일본 니가타항에서 북한의 청진항으로 가는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이주한 사건이다. 이들 중에는 1830명의 일본인 아내와 6730명의 일본 국적자도 포함됐고 북한으로 간 재일 한인의 98%는 고향이 남한이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그의 조부모가 조총련 간부들의 선전을 믿고 북한으로 갔던 북송재일교포 2세다. 강 대표는 “일본에서 북한으로 간 교포 중 많은 사람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서 피해를 당했다”면서 “재일교포 북송 문제는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 국제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인권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표도 요덕 수용소에 수감된 적이 있다.

그는 북송 재일교포 문제의 본질에 대해 ▲남북 분단을 통한 최대의 비극 사건 ▲체제 경험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 ▲인권침해에도 장기간 방치된 상황 등 3가지로 진단했다.

한일관계에 대해 강 대표는 “친북적 반일(反日) 운동은 지양하고 북한 주민의 진정한 자유와 인권을 위한 자유 동맹 차원에서 양국이 북송 재일교포 문제를 공동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는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1일까지 진행하고 있는 ‘제19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 에포크타임스

김덕영 감독은 ‘재일교포 북송 사건의 흐름과 역사적 의미’ 주제 발표에서 “이승만 정권에서 북송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강도 높은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었다”며 “재일교포 북송사건은 1960년 이승만 정권을 몰락시킨 4·19와 흐름이 맞닿아 있다”고 피력했다. 김 감독은 2020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을 연출했다. 그는 현재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하와이로 간 대통령’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김 감독은 “당시 재일동포 북송 사건에서 일본 정부의 역할은 작지 않았다”며 “1955년 일본적십자 외사부장에 취임했던 일본 외교관 이노우에 마스타로가 북송사건의 주요 설계자였다”고 폭로했다. 이어 “1945년 일본 패망 직전까지 동부 공산권 국가를 중심으로 외교 및 첩보활동을 했던 그는 누구보다 공산정권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고 부연했다.

김 감독은 “제일 안타까웠던 건 그렇게 북한에 들어간 사람들이 북한의 현실을 마주하고 속았다는 걸 깨닫고도 돌아갈 수 없었다는 사실”이라며 북송사건 관련해 “인도주의인가? 책략인가? 자발적이었나? 기만이었나?”라고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북한에서 태어난 리소라 재일 NGO 모두모이자 사무국장은 “어머니가 북송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이유로 심한 차별을 겪었다”며 “차별의 원인이었던 재일교포북송사업의 진실을 알기 위해 탈북해서 일본으로 갔다”고 털어놨다.

리 사무국장은 “북한에서 북송 재일교포들에 대한 인권탄압이 체계적으로 감행됐다”며 “북한은 북송사업을 재일교포들이 북한에 요구한 것으로 하기 위한 계획에 동원됐던 오무라 수용소의 사람들을 제일 먼저 처형했다”고 밝혔다. 리 사무국장에 따르면 스파이-북한전복죄로 처형된 오무라수용소 연고자들은 대부분 제주4·3사건 관계자가 많았다. 이후 북한 정권은 이들에게 약 10년 주기로 간첩죄를 씌워 북한 정책 오류의 책임을 전가했다.

이어 “10만 명의 북송 재일교포 이산가족문제는 한국도, 재일교포 북송사업에 관여한 국제적십자도 다루지 않고 있다”며 “북송 재일교포 이산가족들은 국제고아가 됐다”고 말했다.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 에포크타임스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너무나 많은 개인·단체들이 이렇게 끔찍한 일에 연루돼 있다”며 “가와사키 씨가 말씀하신 ‘인권유린 재판에 공소 시효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런 행사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명한 뒤 “자유 민주주의를 믿는 미국인, 한국인, 그리고 일본인들이 모두 함께 이 싸움을 할 것이며 반드시 이길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