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 속 중국경제 ⑤] 미심쩍은 중국의 2021년 무역 데이터

왕허(王赫)
2022년 02월 11일 오후 3:17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1

지난 1월 14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1년 중국 화물무역 수출입 총액은 39조1000억 위안으로 2020년보다 21.4% 증가했고, 흑자는 6764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래는 해관총서 발표 내용이다.

“2013년 우리 나라(중국) 무역액은 처음으로 4조 달러를 달성했다. 8년이 지난 지금 중국 무역은 잇달아 5조 달러, 6조 달러 선을 넘었고, 2021년에는 전년 대비 증가한 금액만 해도 1조4000억 달러에 달해 2005년의 연간 무역액에 해당한다. … 우리 나라 경제발전과 코로나19 방역은 글로벌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월 18일 ‘홍콩과 중국의 세관 무역 수치가 3300억 달러나 차이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공의 화려한 무역 데이터의 내막을 파헤쳤다. 기사는 중국 해관과 홍콩 세관의 데이터를 자세히 대조한 결과 아래와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중국 해관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12월 동안 중국(본토)이 홍콩으로부터 수입한 상품 총액은 97억 달러이지만, 홍콩 통계처에 따르면 2021년 1~11월 홍콩은 중국에 3404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양자의 차이는 3000억 달러가 넘는다.

중국과 홍콩의 수출입 수치는 오래전부터 일치하지 않았지만, 2021년처럼 3000억 달러 이상 차이 나는 경우는 없었다. RFA는 지난해 두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2020년부터 데이터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루정웨이(魯政委) 흥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원산지 제품 수입액과 특별보세구역의 화물수출입액에서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전자는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한 제품을 중국 원산지 명의로 다시 수입하는 경우이다. 즉 동일 상품을 수출했다 다시 수입하면서 수출입액이 증가한 것이다. 2020년 6월부터 중국 원산지 제품 수입액 증가폭이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확대됐고,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0%에 육박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선젠광(沈建光) 징둥(京東)디지털과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륙 보세구역 등 특수지역 내 수출입 통계를 보면 2020년 하반기부터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서 배수로 뛰고 있다”며 “2021년 3월 규제지역 수출은 매년 3.4배로 증가해 전체 수출 증가율을 훨씬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20년 8월부터 위안화가 평가절하 전망에서 평가절상 전망으로 바뀐 시점과 맞물려 핫머니가 대외무역을 통해 중국에 유입된 것과 관련이 깊다고 주장했다.

RFA의 이 글은 ‘중공의 무역 데이터 조작’ 문제를 다시 한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사실 이러한 황당한 일들은 해묵은 문제로, 관련 언론 보도도 수없이 많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2013년 1월, 중공이 발표한 대외 무역 데이터상으로는 수출 실적이 불가사의할 정도로 좋았다. UBS, 골드만삭스, 미즈호증권 아시아 등 외국계 은행은 모두 이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해 ‘중국 세관 데이터 조작으로 전 세계가 웃는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대만은 4월 중국 상품 수입량이 2.7% 감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중국은 대(對)대만 수출량이 49.2% 급증했다고 보고했다. 중국이 밝힌 대만 수출 데이터와 대만이 밝힌 수입 데이터가 50%나 차이 난다. 한국은 4월 중국으로부터 50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고 발표했는데, 중국은 한국에 77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도 40% 가까이 차이 난다.”

해관총서는 이에 대한 의문 제기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했다.

2014년 타오동(陶冬) 크레디트스위스(C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 데이터 조작이 얼마나 심각한가?’라는 글에서 자신이 처음 입문했을 때 선배가 준 가르침을 소개했다.

“GDP 숫자는 믿을 수 없다. 그것은 각급 관리들의 조작으로 점철됐다. 이 데이터를 경제모델로 삼는다면 입력한 것이 쓰레기이니 나오는 것도 당연히 쓰레기일 것이다. 수출입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진실하다. 외국인과의 교역은 진짜 돈과 진짜 주문서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타오둥은 이제 무역 데이터마저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중국의 10대 교역국을 상대로 한 수출액은 상대국들의 수입액과 거의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2009년부터 깨졌다. 2011년 이후 10대 교역국과의 무역에서 중국이 발표하는 수출액은 상대국이 발표하는 수입액보다 훨씬 많아졌고, 그 차이도 점점 더 커졌다. 베이징 당국이 수출 데이터 조작을 단속한 이후 데이터 격차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무역 데이터 조작은 기업 차원에서도 발생한다. 수출환급금을 받기 위해 ‘당일치기 여행(一日游)’과 비슷한 수법을 쓰는 것이 한 예다. 즉 화물이 홍콩에 도착하는 즉시 본토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당일치기 여행’을 제공하는 통관 회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단돈 수백 위안이면 된다. 수출입을 이용해 금융 게임을 하며 폭리를 취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수출업자는 상품을 보세구역이나 홍콩에 보내고, 주문에 따라 수출한다면서 은행에 가서 신용장을 발급받고, 해외 은행에서 달러 대출을 받아 수출대금인 양 국내로 송금해 재테크 상품을 사들인다. 구리의 경우 중국이 수입하는 구리의 70% 이상이 케이블이나 주택, 전기제품에 사용되지 않고 담보대출을 받아 재테크를 하는 데 사용된다.

무역 데이터 조작은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발생한다. 광둥(廣東)성 중산(中山)시를 예로 들자. 2019년 5월, 중산시는 첫 4개월 동안의 수출입 총액이 772억 1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으며, 그중 수출은 619억 2000만 위안으로 11.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증가폭은 대만구(大灣區·광둥성 9개 도시) 내 9대 도시 중 둥관(東莞)시 다음으로 두 번째로 컸다. 그러나 그해 광둥성위원회 제2순시조가 중산시에 들어서면서 ‘수출 데이터 조작’ 문제가 불거졌다.

중앙 차원에서도 조작 사례는 많이 발생한다. 그중 중앙정부 직속인 세관총서를 예로 든다.

당시 이 사례는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중국이 발표한 2008년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놓고 미·중 간 논쟁이 뜨거웠다. 중공은 150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했으나,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가 4200억 달러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 대중 무역 적자폭을 부풀렸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가 많이 나 미국 노동자·농민·농장주·상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자체 통계를 재확인했다.

양측의 데이터는 2700억 달러나 차이나는데, 이는 미국과 일본 간의 무역액(2180억 달러)보다 더 큰 수치다. 2018년 핀란드의 국내총생산(GDP)이 대략 2700억 달러였다.

사실 양국이 각각 집계한 쌍무 화물 수출입 총액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은 2018년 양측 교역 규모를 6600억 달러 정도로 집계했고, 중공 세관은 6335억 2000만 달러로 집계했다. 그런데 왜 적자 계산 결과가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걸까? 중공의 통계 방법에 비밀이 있다.

중공이 경제 데이터를 조작한다는 것은 국내외에서 공히 인정하는 사실이다. 국내 경제 수치는 중공이 장악하고 있어 내역을 알 수 없지만 대외무역 데이터는 관련 무역국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중공은 그동안 대외 무역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은 자제해왔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중국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자 경기가 호황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경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조작했고, 이 과정에서 무역 데이터도 버젓이 조작됐다.

물론 여기에는 중공의 정치 시스템 문제, 정치 생태 문제, 시진핑 당국의 집권 사상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시진핑 당국도 통계 조작을 단속한 적이 있고, 지금도 통계 시스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공 체제가 부패한 탓에 ‘관료는 통계를 만들고, 통계는 관료를 승진시킨다(數字出官, 官出數字)’는 현상은 여전하다. 또한 중공은 중국 경제가 쇠퇴하는 실상을 감추고 ‘체제 우위’의 허상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 데이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 체제가 존속하는 한 중공은 경제 데이터를 계속 조작할 것이고, 우리는 또 중공의 ‘통계 게임’을 계속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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