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끝난 중국경제, 고속성장 더는 없을 것” 홍콩대 교수

김윤호
2022년 01월 13일 오후 1:37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3:28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갖가지 부정적 예측과 통계조작 의혹 속에서도 중국은 표면적으로나마 6%대의 성장률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은 올해 성장률을 5%대로 낮춰잡았다. 32년만에 최저로 예상한 것이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작년 12월 초 경제정세 보고회에서 성장률 목표를 ‘5% 이상’으로 설정하라고 권고했다. 4%대로 추락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중국의 작년 3분기 성장률은 4.9%로 급랭됐다.

이런 가운데 더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천즈우(陳志武) 홍콩대학 아시아 글로벌 연구소 소장은 지난 1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천하 경제포럼에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중국 경제의 현황과 미래 전망에 대해 강연했다.

SNS 웨이보의 팔로워 900만명이 넘는 중국의 지식인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인 천 소장은 “향후 중국 경제의 하락은 필연적인 추세”라며 “지난 40년간 목격했던 중국의 오랜 성장은 앞으로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경제, 투자·소비·수출 모두 적신호”

현재 중화권에서는 중국의 경기 하락이 단기적 현상인지 아니면 장기적 추세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천 소장은 장기적 추세라는 쪽에 손을 들었다. 그는 “중국의 경제 하락 압력은 2019년부터 대두됐다. 다만,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 중국 경제는 오히려 수출이 증가하고 경기부양의 효과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며 “무려 40년간 급속성장하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말했다.

천 소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각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특히 공급망 조정과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상하이. | JOHANNES EISELE/AFP via Getty Images/연합

코로나19 사태로 공급망 위기를 겪은 세계 각국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거래처를 바꾸는 등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경제에 대한 근본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 소장은 투자·소비·수출의 세 가지 측면에서 중국 경제의 현황을 각각 분석했다.

그는 “첫째, 중국의 투자는 무기력하다”며 “작년 1~10월 중국 전역의 고정 자산 투자의 증가속도는 전년 동기 35%에서 무려 6.1%로 급락했다. 주력 투자자인 지방정부는 재정이 바닥났다. 토지를 팔고 빚을 내 건설사업을 일으키는 식의 개발사업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한 “부동산·인터넷·금융·교육·소비재 등 중국의 민간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에 저항해 드러눕기(躺平·탕핑) 시작했다. 자금 대출은 거부되고 세금은 늘어나면서 투자 열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천 소장은 중국의 소비에 대해서도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고 실시한 강압적인 봉쇄, 그로 인한 민간기업의 줄도산, 실업률 상승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인들은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위축되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 위축은 중국 공산당 스스로도 인정한 경제 위협 요인이다. 작년 12월 한원슈(韓文秀) 중국 재경위 판공실 부주임은 한 회의에서 “중국 경제는 수요 감소, 공급 충격, 약세 전망의 3중 압력으로 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꺾이고 공급 사슬이 막혔다”고 말했다.

천 소장은 그동안 중국 경제를 견인해온 수출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신냉전으로 중국은 그동안 수출시장이었던 서방국가들과의 국제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내부 순환’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수는 소비·투자 위축으로 이미 힘든 상황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앞에 힘겨운 시절이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의 비즈니스, 정치라는 변수가 난관”

천 소장은 최근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중국 공산당의 존재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포럼에 참석한 홍콩, 대만 기업인들을 향해 “이전에 중국 공산당은 ‘경제는 경제, 정치는 정치’로 둘을 나눠서 접근했다”며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당의 영도를 강조하고 있다. 직접 정치적으로 개입하지는 않더라도 모든 곳에서 정치의 기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천 소장은 “몇몇 기업가들은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이 나서기를 좋아하는 바람에 다른 기업에 민폐를 끼쳤다고 비난한다. 마윈만 아니었더라면 기업가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공산당이 다른 대형 조직과 권력을 나누는 집단인가?”라고 반문했다. “마윈이 아니더라도 제2의 마윈, 제3의 마윈이 공공의 적으로 지목됐을 것”이라며 “현재 중국에는 정부, 공산당만 권력을 쥐고 있다. 이것이 중국 사회의 현실”이라며 정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5%대 성장 달성하겠지만…믿을 수 있나”

천저우 홍콩대 금융학 교수 | 웨이보

천 소장은 올가을 예정된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당대회를 앞둔 중국 정부가 경기 침체를 허용하겠나”라며 “통화정책, 산업정책 등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경제를 ‘안정’시킬 것이다. 2022년 중국의 경제 수치는 표면적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천 소장은 “작년 12월 중국 정부가 “수요 감소, 공급 충격, 약세 전망의 3중 압력을 스스로 시인했다. 다들 중국은 대외적으로 절대 자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라며 “상황이 정말로 다급해 필요할 경우에만 부정적으로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중국 국가통계국은 수치를 조작해 5% 이상으로 만들 것이다. 중국 경제를 연구해본 사람들은 다 알지만, 중국의 수치는 믿을 게 못 된다. 그렇더라도 어느 정도의 추세는 가늠해볼 수 있다. 올해 정말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천 소장은 홍콩에 대해서도 “향후 1~2년 내에 국제 금융중심지에서 중국 금융중심지로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며 “미국에 상장했던 중국 기업들이 홍콩으로 돌아오고, 홍콩은 외국자본과 외국인을 내쫓아 점차 제2의 상하이, 선전 같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중국 경제는 40년간 급속성장했다. 레버리지에 의존하고 빚을 내면서 성장했다. 이제 그것을 갚을 때가 됐기에 경제 하락은 필연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 이 기사는 타이베이 지사 리이신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