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에게 버림받아 3년간 찜질방에서 지내며 연명한 88세 할머니

김연진
2020년 06월 19일 오전 9:5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2:49

한평생 6명의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궂은일을 도맡아 한 88세 할머니.

심지어 할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던 중, 나무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등이 휘어버리고 말았다.

아픈 몸을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야 하는 할머니는 찜질방을 돌아다니며 근근이 생활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6명의 자식들은 어디로 갔을까. 할머니는 자식들의 집도, 연락처도 모르고 있었다. 할머니 몰래 이사를 가고, 전화번호도 바꿔버렸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식들에게 버려진 88세 새우등 할머니의 처절한 몸부림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사연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6명의 자식들을 둔 88세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손발이 다 닳고 등이 휘도록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으신 할머니가 계신다”라며 입을 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어 “자식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누에를 치다가, 뽕나무 꼭대기에서 떨어져 허리를 심하게 다치셨다. 그런데도 병원 한 번 가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새우등처럼 심각하게 휘어버리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15년, 함께 생활하시던 할아버지는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 그 뒤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꼬부라진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노인학대 보호기관, 사설 쉼터, 지인의 집, 찜질방을 다니시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신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그동안 할머니를 유기, 방임한 자식들은 할머니 몰래 이사를 가고, 전화번호도 바꿔버렸다. 그래서 할머니는 자식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계신다”라며 “자식들을 위해 전 재산을 모조리 털었지만,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버림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그러면서 “노인 보호기관에서 퇴소를 해야 하는데, 할머니께서는 마땅한 안식처나 보금자리가 없다. 부디 자식들을 엄벌에 처해주시고, 아픈 몸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노인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1963건으로 집계됐다. 처음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과 비교하면 약 3.3배 늘어난 수치다.

65세 이상 인구 1만명당 13.3건의 노인학대가 발생한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