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반도체 공급망 발등 찍은 중국의 대만 위협

앤 장
2022년 09월 5일 오후 8:15 업데이트: 2022년 09월 5일 오후 8:19

뉴스분석

지난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하자 중국 공산당이 보복으로 대만해협에서 군사훈련을 ‘정상화’할 것을 천명하며 대만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중국 산업의 중요 공급망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최대 소비국이지만 반도체 자급률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미 의회조사국이 2020년 10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사용되는 반도체의 90% 이상은 해외 기업이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한 것이다.

사무자동화계기와 스마트폰, 가전제품, 자동차, 선박 등 중국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자 기기·기계 제품은 모두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중국은 낮은 반도체 자급률로 인해 내수 공급은 부족하지만 수출을 위한 반도체 수요는 큰 데서 오는 막대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때문에 반도체 수입을 엄청난 속도로 증대해왔다.

지난해인 2021년의 중국의 반도체 집적회로(IC) 수입액은 총 4325억 달러(약 562조원)에 육박했다.

올해 중국의 반도체 집적회로 수입액은 집계가 완료된 7월까지만 계산해도 2447억 달러(약 318조 원)에 달하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수치이며 중국 전체 수입액의 15.6%에 달한다.

또한 이는 같은 기간 중국의 누적 원유 수입액 2120억 달러(약 276조원)와 누적 농산물 수입액 1354억 달러(약 176조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게다가 중국의 대만산 반도체 의존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수준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국인 대만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특히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와 같이 기술 수준이 높은 반도체 시장에서는 90%가 넘는 세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를 앞두고 중국 기업들이 대만산 반도체를 사재기하고 비축해두던 지난 2020년에는 중국 반도체 수입액의 3분의 1가량이 대만산 반도체였을 정도였다.

중국 반도체 ‘앞길’ 막은 미국의 대중 제재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은 반도체를 직접적으로 생산하는 것보다는 반도체 설계와 반도체 생산설비 등 생산기반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방식으로 반도체 공급망의 상류를 장악하고 있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시작된 대중 무역 제재는 지금도 이어져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장비와 생산 기술 수출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2020년 12월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를 수출 제재 대상 기업 목록에 추가해 10나노미터(nm)급 이하 반도체와 그 수준의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제조 장비의 판매를 금지했다.

올해 8월 초 블룸버그는 미국의 두 주요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관계자의 언급을 인용, 미국 정부가 중국 공산당의 경제적 야망을 억제하기로 결심했으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9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반도체 산업으로부터의 미국 반도체 내 자금 유입 및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반도체 지원 플러스 법안(칩스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은 미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회사에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또한 이 법은 보조금을 지원받는 회사들에 28nm 이하 반도체 생산공정을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에서 확장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력을 키워주는 사업에 투자할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한 셈이다.

거액 쏟아붓고도 갈길 먼 중국 반도체 자립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15년 중국 내 반도체 집적회로 자립률을 2025년까지 70%로 높이는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 프로젝트에 수년간 총 1조5000억 위안(약 300조원)을 투입했지만, 중국의 ‘반도체 독립’은 아직도 요원하다.

반도체 집적회로 시장 분석 전문기관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 시장에서의 중국산 반도체 집적회로 점유율은 15.1%에서 16.7%로 1.6%p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6년 전망치는 21%로 중국 공산당이 야심 차게 준비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프로젝트의 목표인 70%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에서 최고 수준의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자랑하는 SMIC는 지금까지 대만의 반도체 인재들, 특히 대만의 대표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연구개발 베테랑 인력을 ‘밀렵’하듯이 영입해 데려간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SMIC가 첨단 반도체인 7nm 수준의 반도체를 실험 생산도 아닌 양산 단계에 돌입했다는 소문이 나온 적도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연례 보고서에서 7nm는커녕 14nm보다 정밀한 수준의 반도체 양산을 성공했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

중국 기업들은 대체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허풍을 공식 자료에 적어놓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SMIC는 7nm 기술 보유에 대해 어떠한 공식 채널에서도 언급한 바 없다. 농담으로라도 언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대만을 향해 군사적 도발을 이어가면서 사회적으로도 대만 출신에 대한 중국인들의 적개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 위험을 느낀 대만 출신 인재들이 대만행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미국, 일본, 유럽, 인도와 같은 중국의 경쟁국가들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 확충을 희망하고 있다.

대만의 인재와 기업들은 중국이 아닌 선택지를 갖게 될 것이다.

중국의 위협은 중국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반도체 산업의 자립으로부터 스스로를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