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모양만 보고도 말의 내용을 펜으로 빠짐없이 적는 속기의 달인

정경환 기자
2019년 10월 26일 오후 12:1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01

보고도 믿기지 않는 남다른 속기사의 남다른 재능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법정 등 중요한 사안이 논의되는 곳에서 화자의 말 내용을 빠르게 적는 속기사는 말의 토씨 하나도 틀리면 안 될 정도로 고도의 정확도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다.

1994년 일반 컴퓨터 자판보다 복잡하지만 빠르게 타이핑이 가능한 ‘컴퓨터 속기’가 등장하며 그동안 사용해온 ‘수필 속기’는 점점 그 활용도가 떨어졌다.

속기 기계 | 연합뉴스

현재 우리나라에 10여 명 남아있다는 수필 속기사 중 한 명인 정상덕 씨.

그는 묵묵히 수필 속기의 길을 걸으며 학원을 개원해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속기사들에게도 낯선 수필 속기.

Youtube ‘한국스마트속기’

정 씨는 펜으로 종이에 부호화된 언어로 상대의 말을 기록하는 것이 일반 한글 필기보다 5배 빠른 속도로 내용을 메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선의 길이, 방향, 위치 그리고 점을 활용하여 아무리 빠른 말이라도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다는 그는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빠르기로 유명한 래퍼 ‘아웃사이더’의 노래 가사를 받아 적기까지 했다.

그런 이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입 모양만 보고 상대가 한 말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SBS ‘생활의 달인’

상대 입모양을 보면서 속기하던 게 습관이 되다보니 입 모양 만으로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정 씨는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를 음소거 상태로도 정확히 기록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

심지어 테스트를 위해 문밖에서 책을 읽은 상대의 입 모양 만으로도 그 내용을 정확히 속기했다. 어떤 상황적 맥락이 없는 경우라 더욱 추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입 모양만 보고 정확히 내용을 알아낸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편 정 씨는 올해로 38년의 속기 경력을 보유하게 됐으며 부천대학교 스마트 속기과 교수로 재직하며 사회 각계의 속기 수요에 맞춰 유능한 속기사를 양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