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안 냈는데도 2년을 못 버텼네요” 어느 건물주의 편의점 폐업기

이서현
2021년 01월 22일 오후 12:1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51

우리나라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가 가장 많은 업종이 편의점이다.

매년 5000개 안팎의 편의점이 새로 문을 연다.

초기 창업비용이 적게 들고 다른 업종보다 비교적 운영이 쉬워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 특수까지 누리면서 ‘예비 편의점주’를 꿈꾸는 이들도 많다.

연합뉴스

하지만, 편의점 시장에 뛰어든 점주들이 말하는 현실은 퍽퍽하기만 하다.

가맹본사가 ‘출점 경쟁’을 벌이는 사이 점주 간에는 ‘출혈 경쟁’이 벌어진 탓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편의점 점주 A씨가 폐업하는 과정을 소개하며 ‘절대 편의점만큼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편의점을 운영한 건 A씨의 아내였다.

연합뉴스

A씨는 “2년도 못 버티고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망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신규점포가 자리 잡는데 6개월이 걸린다고 하기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편의점의 주 매출요인이 담배였기에 매출이 아무리 높아도 결과적으로 아무 의미도 없다. 정확하게는 담뱃가게다”라고 적었다.

이어 “물건도 일반 슈퍼보다 비싸 손님들은 꼭 필요한 물건만 산다. 고객이 아무리 많이 와도 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참고로 A씨 아내가 운영했던 매장은 임대료조차 나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버틸 수 없었는데, 임대료까지 내야 하는 매장은 상황이 어떻겠냐는 것이다.

A씨는 본사에 시설금 남은 것을 다 내고서 폐점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본사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돈도 내겠다는데 왜 그러냐고 따졌더니 “점주님 같은 분들이 너무 많으셔서 본사 방침이 그러하다”는 답을 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A씨는 깔끔하게 접기로 하고 아는 사람 셋을 불러서 부탁했다.

“울 와이프 눈물의 폐업하는데 내 체면 좀 살려줘. 딱 100씩만 긁어 줘. 남은 건 다 기부할 테니.”

사정을 전해 들은 지인들은 “100이 뭐야. 200씩!”이라고 외쳤다.

A씨의 아내는 카드를 쉴 새 없이 긁었고, 지인들은 기부에 동참하겠다며 음료수 몇 봉지씩만 챙겨갔다.

온라인 커뮤니티

A씨는 복지기관에 편의점 재고 물품을 기부하면서 바자회 등에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판매대까지 싹 보냈다.

부부에게 남은 건 맥주 수십 캔과 담배뿐이었다.

그는 “긴말 하지 않겠다. 편의점은 절대 하면 안 된다. 무조건 안 된다. 빛 좋은 개살구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며 편의점 창업을 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