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만화가, 中 강제수용소 갇혔던 위구르족 ‘고통이 일상화된 나날’ 조망

윤건우
2019년 12월 30일 오전 11:45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38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 수용소에 갇혔던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중국 공산 정권의 ‘인권 유린’ 실상이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7일 일본 만화가 시미즈 도모미(50)씨가 그린 만화 ‘내게 일어난 일(What has happened to me)’이 지난 8월 트위터에 게재된 후 몇 시간 만에 8천여 차례나 리트윗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보도했다.

시미즈씨의 작품은 중국어·위구르어·영어 등 10개 언어로 번역돼 온라인에서 이달 33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는 자신의 만화가 큰 인기를 끌자 “(나의) 작품에 에너지가 실려 있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무슬림 소수민족이 겪는 ‘고통스러운 삶’을 일깨우는 데 사용되기를 바란다”며 “지금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 매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일함 마흐무트 일본 위구르 협회 회장은 “시미즈 씨의 만화가 위구르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데 귀중한 역할을 했음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시미즈 씨는 신장의 강제수용소에 세 번이나 수감됐던 위구르족 여성 미흐리굴 투르쑨(Mihrigul Tursun)의 증언 영상을 보고 그녀의 이야기를 흑백 만화로 제작했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일본 작가 시미즈 도모미 씨가 그린 만화 ‘나에게 일어난 일’ 중에서 위구르 여성이 증언한 한 페이지. 2019. 12. 17. | TOMI SHIMIZU@SWIM_SHU/Handout

투르쑨은 현재 미국에 살고 있지만, 그녀가 단지 ‘위구르족’이라는 이유로 극심한 고문을 견뎌야 했다.

신장에서 태어나 자란 투르쑨은 이집트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현재 남편을 만나 세쌍둥이를 낳았다. 2015년 부모님께 손주를 안겨드리고 싶어 고향을 방문했다. 그러나 우루무치 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눈이 가려지고 수갑이 채워져 중국 당국에 구속됐다. 그녀는 생후 45일밖에 되지 않은 세 아이와 헤어졌고, 전기 충격 등의 고문을 당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당국은 아이들이 아프다며 투르쑨을 풀어주었는데 창 너머로 아이들 얼굴을 본 것도 잠시, 다음 날 그들은 세 아이 중 가장 건강하고 컸던 아들의 시신을 넘겨줬다.

“지명수배자가 되고 싶지 않으면 자진 출두하라”는 당국의 전화를 받고는 투르쑨은 두 번째로 구속됐다. 그녀는 사흘 밤낮으로 고문과 심문을 받은 뒤, 잠잘 공간조차 없어 두 시간마다 교대로 누워야 하는 좁은 감방에 갇혔다. 그곳의 사람들은 매일 알 수 없는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았으며, 후유증으로 기억이 부분적으로 끊기기도 했다. 낮에는 중국 주석의 만수무강을 빌고, 공산당 체제를 찬송하는 노래를 불렀다.

방에 있던 사람들은 몇 명씩 불려 나가서는 사라졌고, 또다시 새로운 사람이 들어 왔다. 2달 동안 출혈이 멈추지 않아 죽은 이도 있었다. 투르쑨은 의식을 잃은 사이 정신병원에 이송됐고 얼마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나, 당국 감시원 2명이 늘 따라다녔다.

2017년 그녀가 세 번째로 체포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지낼 때, 이집트 정부는 자국의 국적을 소지한 아이들이 왜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느냐며 사실을 확인하려고 공문을 발송했다.

중국 당국은 26명의 친척을 구속하는 대가로 아이들을 아버지에게 데려다주기 위해 그녀의 이집트 행을 허락했다. 그러나, 투루쑨이 이집트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남편은 아내를 찾아 신장으로 떠났고 공항에서 잡혀 16년 형을 선고 받아 투옥됐음을 알게 됐다.

이집트에서도 중국 당국은 잦은 전화 통화로 감시를 늦추지 않았고, 위구르인 강제 소환이 진행되고 있어 투르쑨은 친척과 소식을 단절하고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안전을 보장하며 그녀의 이민을 도왔지만, 미국에 가서도 한밤중에 인터폰이 울리고 식료품 가게에서나 차로 이동 중에도 중국인에게 미행을 당했다. 결국 그녀는 세 번이나 이사를 가야 했다.

지난해 투르쑨은 미국 의회에서 자신이 겪은 신장에서의 인권유린 실태를 증언했다.

시미즈 씨는 “위구르 문제는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며 만화라는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여러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작품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대만인 리다렌은 시미즈의 작품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데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만화라 매우 읽기 쉬우면서도 내용이 명확하게 전달된다”며 시미즈의 작품을 호평했다.

중국 정권은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 이슬람교도들을 반테러 캠페인의 명목으로 신장위구르 자치구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 유엔과 인권단체들은 이 지역에 100만~200만 명이 억류돼 있다고 추정하며 중국 당국이 이슬람교를 부정하고 공산당에 충성하도록 세뇌 교육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투르순의 증언을 바탕으로 신장 위구르족의 인권 침해를 폭로한 만화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투루순의 증언에 대해 신장의 상황을 거짓 선전·유포 했다고 비난하며, 학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