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호주 “기념비적” 군사 협정…중공 “평화 위협” 비난

하석원
2022년 01월 8일 오후 6:58 업데이트: 2022년 05월 31일 오후 1:45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 재편이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념을 내세우진 않았지만, 공산주의 대국 중국의 팽창에 위협을 느끼는 주변국이 협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지난 6일 일본과 호주 양국 정상은 군 협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공동훈련 등을 위한 원활화 협정(RAA)을 체결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화상으로 만나 정상회담을 갖고 협정 체결을 진행했다.

이 협정은 양국 군 관계자 상호방문, 훈련, 연합활동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관련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말 그대로 ‘원활화’ 협정이다.

협정의 파급력은 중공의 반응으로 가늠할 수 있다. 왕원빈 중공 외교부 대변인은 7일 베이징 정례 브리핑에서 미·일·호주가 소집단을 결성해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군사력을 과시한다며 역내 평화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 어느 나라를 위협하는지는 말하지 못했다.

중공이 미국까지 싸잡아 비난한 것은 이 협정의 역사적 의미와 관련 깊다. 이 협정은 1960년 주일미군 지위협정 체결 이후 일본이 처음으로 외국군의 본토 진입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호주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일본과 비슷한 협정을 맺은 국가가 됐다.

일본이 호주군의 영토 진입을 허용하는 체결을 맺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공의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심상치 않은 안보위협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모리슨 호주 총리 “일본은 아시아 내 가장 가까운 파트너”

모리슨 호주 총리는 협정 체결식에서 “원활화 협정은 기념비적인 협정”이라며 “복잡하고 급변하는 세계에서 이 협정은 선진 국방과 안보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후미오 총리와 나는 이 점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남중국해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해 일본, 인도, 미국, 영국과 안보협력을 강화해왔다. 오커스(미·영·호주 안보동맹), 쿼드(미·일·호주·인도 협의체) 결성도 그 하나다. 모두 중공을 겨냥한 협력체다.

최근 호주는 증대되고 있는 중공의 위협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 자유민주 진영 국가들의 협력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호주 정상회담에서도 모리슨 총리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자유와 안정을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종전 선언을 위해 북한·중국과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 것으로 풀이됐다.

모리슨 총리는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중공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언급한 뒤,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과 중공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어느 진영에 속해 있는지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오커스, 쿼드 이런 문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기여하는 방향으로 운용돼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원론적 발언만 내놨다. 중공의 위협에 대한 인식에서 호주와의 뚜렷한 온도차를 나타낸 것이다.

한국이 취한 전략적 모호성은 호주, 일본, 미국, 영국의 뚜렷한 움직임과 대비를 이룬다.

모리슨 총리는 이번 일·호주 RAA 협정 체결식에서 “일본은 호주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이며, 이는 특별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담 전에는 “일본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여 인도·태평역 지역을 비롯해 더욱 도전적인 새로운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일본은 작년 10월 영국과도 RAA 체결 협상을 시작했다. 역시 중공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