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일시적” 연준 예측에 월가 CEO들 “아닐 수도”

이멜 아칸(Emel Akan)
2021년 07월 19일 오후 2:09 업데이트: 2021년 07월 19일 오후 3:34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일시적이 아닐 것”으로 확신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14일(현지시각)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탈세계화 추세로 인해 구조적인 원인으로 인플레이션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가장 뜨거운 경제 이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시장에 풀며 경기 부양을 촉진하고 있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 물가는 올라간다. 관건은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냐 그렇지 않느냐다. 일시적이라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지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견해다. 연준은 ‘제로금리’를 유지하며 사실상 무제한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며 바이든 행정부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우선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금리가 오르면 예금 이자도 오르지만, 대출 이자도 오른다.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수 있다.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경제권의 기축 역할을 하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미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다른 나라의 환율·금리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거나 가계대출 금리가 오를 수 있다.

블랙록의 핑크 CEO는 “인플레이션은 더욱 구조적인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며 “경제 정책을 더욱 근본적으로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CNBC에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세계화에서 국가안보로 달라졌다. 제2차 세계대전 미국의 소비지상주의 경제정책은 미국인들이 더 싸게 많은 물건를 사는 데에 초점이 놓여 있었다.

핑크 CEO는 “하지만 지난 5년간 우리는 ‘일자리가 소비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게 됐다며 “미국은 제조업 부흥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올해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2.4%에서 3.4%로 지난 6월 상향 조정했다. 연준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은 내년에 2.1%로 떨어질 것이며 이는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목표 수치인 2%에 근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4월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세계화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와 기술의 세계화로 전 세계에서 제조업이 가능해졌다. 부유한 국가에서 가격을 올리거나 임금을 올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월은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치솟는 물가와 관련해 강도 높은 질책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그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관리 능력에 대해 지적을 받자 “아직 연준이 목표한 수치보다는 경제가 갈 길이 멀다”며 양적 완화 위주의 현 통화정책을 옹호했다.

올해 들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08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계속 상승했다. 미국 CPI는 1980년대 후반 이후 4%를 넘지 못했지만 6월 CPI는 전년 대비 5.4% 상승했다. 당초 예측은 4.9%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다수 경제학자는 “현재는 과도기”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내년이면 완화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JP모건 체이스의 경영진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한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13일 애널리스트들과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모든 것이 일시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다이먼 CEO는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피력했다. 그는 “경제가 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동안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소비자 수요, 기록적인 일자리 창출, 치솟는 임금 등이 경제 성장을 계속 촉진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보다 더 높을 수 있다”며 “따라서 인플레이션 역시 사람들이 전망하는 것보다 조금 더 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투자자들은 치솟는 소비자 물가에 대해 점점 더 비관적 전망을 나타내고 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 조사한 ‘향후 12개월간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은 전분기보다 악화했다. 조사에 응한 투자자 72%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한다고 예측했으며 4명 중 1명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투자계획을 바꿀 것이라고 답했다.

/에멜 아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