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中 결례에 韓 정부 강경대응 당연…양국 외교 ‘정상’ 회복 조치”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

이윤정
2023년 04월 23일 오후 6:40 업데이트: 2023년 04월 23일 오후 8:19

尹 대만 발언, 주권 국가 원수로서 당연
中, 전략적 자산으로 北 핵 무장 돕는 중
북핵 문제 중국역할론은 초한전 중 ‘인지전’
국내 반발 세력, 외교사안 정쟁수단화로 국익 해쳐

최근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언급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말참견 불허’ 발언에 우리 외교부가 중국의 국격을 거론하며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한 것을 두고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친중을 넘어 중국에 종속된 행태를 보여온 비정상적 외교를 정상으로 돌려놓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를 전 세계적 문제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주권 국가 원수로서 당연한 발언”이라며 야권 등 이에 대해 반발하는 세력을 향해선 “국익을 해치는 자해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교수는 “북핵 문제를 중국이 도와줄 것이라는 이른바 중국 역할론은 중국이 만들어서 주입해 온 가짜 프레임”이라며 “중국 공산당은 이를 한국·미국에 지속해서 주입하며 ‘인지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북핵을 전략적 자산으로 이용하기 위해 북한 핵무장을 은밀하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용 교수는 최근 출간된 ‘중국의 초한전’ 저자이기도 하다. 초한전(超限戰)은 ‘한계를 초월한 전쟁’이라는 의미로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개하는 무제한 전쟁을 뜻한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을 두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한 주권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말을 한 겁니다.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은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입장, 대다수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입니다. 대만해협은 양안(兩岸)인 데다 해상 수송로이기 때문에 단순히 중국·대만 간 문제가 아니라 중국·한국·일본·대만과 동아시아, 세계 경제의 사활이 걸려 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중국의 무력 사용이나 일방적인 해상 수송로 차단 같은 행위는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세계에 대한 도발입니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그러한 것들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고, 중국을 자극할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중국의 국격까지 거론하고 중국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매우 당연한 조치입니다. 중국이 외교부를 통해서 이런 식의 용어를 쓰는데 ‘말참견 불허’ 발언은 외교 용어가 아닙니다. 이는 주권 국가 간에 (사용할) 외교적 수사로서는 매우 적절하지 않은 용어이고 상례에 벗어난 겁니다. 상대국이 써서는 안 되고 외교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거칠고도 무례한 언사를 하면 주권 국가로서 당연히 해당 국가 대사를 초치해서 강력하게 항의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조치가 이례적이라고 여겨지는 건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친중을 넘어서 중국에 종속되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큰 산이고 우리는 작은 봉우리다’ ‘중국몽을 함께하겠다’는 등 19세기 중국 왕조와 조선의 관계로 되돌려놓는 듯한 행태를 보여왔잖아요. 그게 비정상이었고 이번과 같은 우리 정부의 대응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조치였습니다.”

-정부의 대응을 두고 국내 야당과 다수의 매체, 일부 국민들은 중국의 경제보복을 들먹이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야당과 방송·언론, 그리고 그것에 영향받은 국민들, 특히 윤 대통령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대응 방식입니다. 이건 주권 국가로서의 국익을 생각한 외교적 이의 제기가 아니라 국내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겁니다. 한국의 국익과 국격, 주권에 관련된 문제까지도 정쟁의 대상으로 놓고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건 한국의 국익을 손상할 수 있는 자해행위입니다. 이런 분들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발 좀 자제하자, 최소한 국가의 이익을 생각하자는 겁니다. 적어도 외부 사안에 대해선 이성적인 반응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대만 무력행사에 대한 반대가 대세로 굳어진 듯합니다.

“중국이 이성적·합리적 선택을 한다면 대만에 결코 무력 행사를 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중국이 자멸로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무력 위협, 무력 증강 같은 걸 노골적으로 준비하고, 투사하고, 직접적으로 얘기하고 있잖아요. 이처럼 시진핑 체제에서 중국 공산당은 매우 비이성적이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세계가 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단히 큰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나 군사적 도발은 단순히 중국·대만 양안 간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보, 더 나아가 세계 정치·경제의 문제입니다. 동아시아 모든 국가의 생명줄인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무력행사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대만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제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대만 유사는 한국 유사이고, 일본 유사, 동아시아 유사이며 미국 유사입니다.”

“이렇게 다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고, 이러한 태도는 이미 대세를 넘어 굳어진 상태입니다. 중국이 계속 이런 식으로 대만에 무력행사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위기를 조성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이는 어쩔 수 없이 한국·일본·대만, 호주·미국·유럽 국가들의 맞대응 전선을 더 강화할 것입니다.”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 AFP 연합뉴스

-중국의 외교를 흔히 전랑외교라고 부르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외교와 전랑(戰狼·늑대전사)은 공존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외교에 ‘전랑’이라는 말이 붙으면 그건 이미 외교가 아닙니다. 주변국을 공갈·협박하고 아주 간사하고 교활하게 좌표를 찍어 보복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보복 외교에 취약한 국가들입니다. 그래서 이들 국가끼리 중국 공산당의 전랑 외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두고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연대를 구축해야 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연대 가능성을 중국 공산당도 알아야 하고요.”

-북핵 문제, 한반도 안보 문제를 중국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있는데 중국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미국을 저지하고 한반도 전체를 장악해 패권을 확장하는 데 북한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북한을 위협하는 일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오히려 중국이 제공한 대규모 장비로 핵무장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북핵은 전략적 자산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중국이 겉으로 나서지 않고 뒤로 빠지면서 미국과 주일미군이 유사시에 한반도로 전개하는 것을 저지하는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동아시아에서 한반도 안보 관련 유사한 상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 전력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것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겁니다.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이 북한의 핵 개발을 비밀리에 도와줬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 문제 관련한 이른바 ‘중국 역할론’입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전개하는 초한전 가운데 ‘인지전’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중국 역할론이라는 거짓 프레임을 만들고 인지전 차원에서 ‘한국이 중국에 잘하면 북한 문제를 도와줄 수 있다’는 식으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 계속 주입했어요. 미국과 한국은 그 인지전에 속아 넘어간 겁니다. 과거 힐러리 클린턴이 중국의 정보를 살짝 공개하면서 북한 문제는 중국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미국 정치인까지 착각할 정도로 중국 공산당이 인지전을 성공적으로 전개해 왔다는 방증입니다.”

-윤 대통령의 방미가 대한민국 외교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는 자유 동맹입니다. 자유라는 가치를 동맹으로 강화함으로써 한국의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지켜나가겠다는 확고한 방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국빈 방미는 우리와 가치·안보 이익을 공유하는 미국과 동맹을 대폭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 확장 억지 수준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수준보다 더 높게 설정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 전체주의 세력 구도와 자유세계 구도가 선명하게 설정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탄탄한 안보 태세를 기반으로 한중·한일 관계를 비롯해 우호적인 동아시아 외교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방침이죠. 이번 윤 대통령의 방미는 동아시아 안보와 관련해 한미동맹의 실질적 기반을 공고히 다지는 의미로 전망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