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작고 슬림한 정부’ 구현… 대통령실 규모도 축소

최창근
2022년 04월 28일 오후 3:47 업데이트: 2022년 04월 28일 오후 3:47

인수위 현재 공무원 수 유지, 조직 진단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역대 최대 규모 공무원 증원
공공부문 팽창에 따른 국가 재정 압박
대통령실 조직도 2실 5수석 1기획관으로 축소 방침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4월 27일, 5월 10일 출범하는 신정부 공무원 인력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4월 현재, 116만 1000여 명 선인 현재의 공무원 수를 유지하고, 신정부 출범 후 민관합동 정부조직진단반을 설치하여 조직 운영 효율성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복안이다. 기능이 쇠퇴했거나, 부처 곳곳에 유사한 기능을 하는 조직이 중복 존재하는 현상을 찾아내 통폐합하는 게 주된 목표다. 신정부 인력 운용 기조와 관련해서는 무조건적 증원 지양, 기존 인력 재배치 우선 검토, 필수 분야 인력 보강 최소화 등을 제시했다.

박순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4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유능하고 실용적인 정부 구현을 위한 정부 인력 운영 혁신’을 발표했다. 박순애 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12만 9000명의 공무원을 늘렸으나 공무원 인건비 및 연금부담 급증, 큰 정부 운영에 따른 비효율 등 여러 문제점을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신정부는 유능하고 실용적인 정부 운영을 위해 공무원 인력 운영도 낭비 요소가 없도록 합리적인 조직·인력 관리를 추진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 이후 줄곧 증대된 공무원 수를 윤석열 정부에서는 더 늘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순애 위원은 그동안 대폭 증가했던 공무원 인력 규모가 앞으로는 현행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앞서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업무보고에서도 각각 공무원 정원 문제 논의, 효율적 인력 재배치 등을 요구했다.

‘작고 슬림한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후보 시절 공약이다. 2021년 11월, TV 조선 글로벌리더스 포럼에 참석해서 “대통령이 된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굳건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12월, 관훈토론회에서도 “하는 일에 비해서는 작은 정부,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적대로 현 문재인 정부 들어 공무원 수와 증가율은 1990년대 노태우 정부 출범 이후 최대치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 수는 2022년 4월 현재, 116만 1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행정부 공무원이 74만8174명,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36만9028명, 입법부·사법부 등이 2만5301명이다. 18개 행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공무원 수는 2016년 말 44만3131명에서 2021년 말 47만3458명으로 6.8% 증가했다. 질병관리청 분리에 따라 공무원 수가 줄어든 보건복지부를 제외하고는 17개 부처가 모두 정원이 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만 늘어난 공무원 수가 11만172명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증가 인원과 증가율(10.67%)은 이전 정권을 크게 웃돈다. 이명박 정부(1만2116명, 1.24%), 박근혜 정부(4만1504명, 4.19%)는 물론, ‘큰 정부’를 지향하며 공무원 수를 대폭 늘린 것으로 평가받는 노무현 정부(7만4445명, 8.23%) 때보다도 높다. 김영삼 정부 때는 4만9581명(5.59%) 늘었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였던 김대중 정부는 공무원 수를 3만1494명(3.37%) 줄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무원 17만 명 확충을 공언했고 임기 내 실현했다.

공무원 수 증대는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으로도 설명 가능하다. 법칙에 따르면  공무원의 수와 업무량은 아무 관계가 없으며, 업무의 많고 적음과는 관계없이 공무원 수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영국 행정학자 파킨슨은 1914년부터 1928년의 기간 동안 함정은 67%, 장병 수는 31.5% 감소했으나, 해군행정인력은 오히려 78%나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즉 영국 해군의 조직의 크기나 업무량은 줄어든 데 반해 행정인력은 매년 5.75% 증가한 셈이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파킨슨은 ▲부하배증의 법칙(제1공리): 어떤 공무원은 업무량이 너무 늘어날 때 같은 동료 공무원을 늘리거나 업무 재분배를 하는 대신 신입 공무원의 보충을 통해서 업무 경감을 꾀하려는 ‘심리적 특성’ 이 존재한다. ▲업무배증의 법칙(제2공리) – 제1공리로 인하여 신입공무원이 늘어나면 조직내부의 업무(부하에게 지시, 통제, 업무보고 등)가 늘어나 업무량이 더 늘어난다고 정리했다.

결과적으로 공무원 수 증대는 재정 부담으로 이어졌다. 2021년 정부가 국가·지방 공무원, 공공기관 인건비로 지출한 규모는 100조 원이 넘는다. 행정안전부 ‘행정안전통계연보’ 정부조직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535만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지난해 소요된 공무원 인건비만 75조 원에 육박한다. 국가공무원 인건비는 사상 처음으로 40조 원을 넘었으며 지방공무원 관련 경비 예산도 문 정부 기간인 2019년 30조 원을 넘어선 후 증가세이다. 더하여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매년 증가한 공공기관 임직원의 평균 보수를 더하면 110조 원에 가까운 재정이 공무원·공공기관 인건비에 투입되는 실정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분석한 결과 2021년 4분기 기준, 공공기관 임직원 정원 수는 44만3570명으로 2016년(32만8479명) 대비 35% 포인트 늘었다. 이들 평균 보수를 추계하면 31조 원에 달한다. 반면 공공기관 재정 건전성은 악화일로다. 공공기관 부채는 2016년 500조3000억 원에서 2020년 544조8000억 원으로 증대됐다. 여기에 지방 공기업은 2조원대 당기순손실 속에 부채 54조4000억 원을 갖고 있다. 국가가 떠안는 연금 부담 규모도 커졌다. 공무원연금은 군인연금과 같이 정부가 지급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적자 폭만큼 국가 재정에서 지원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공무원연금 재정적자가 2020년 2조1000억원에서 2090년이면 국내총생산(GDP)의 0.8%에 해당하는 32조1000억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장기 전망했다.

정부조직 축소의 연장선상에서 대통령실 슬림화도 계획 중이다. 현행 500명 선인 대통령 보좌조직 규모를 30% 정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3실(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 8수석비서관(정무·국민소통·민정·시민사회·인사·경제·사회·일자리) 체제를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1기획관(인사) 체제로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