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정책기본법’ 제정 시급…“인구 문제는 대응방식부터 바꿔야”

이연재
2022년 08월 24일 오후 5:16 업데이트: 2022년 08월 24일 오후 5:22

23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인구정책기본법 제정, 왜 시급한가?’ 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국회의원 주최로 열렸다.

최 의원은 개회사에서 “한국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구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인구 정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으면 15년, 20년이 지나 어떤 재앙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은  “인구 문제는 대응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복지부, 기재부로 이원화된 정책 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범부처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거버넌스 개편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구 구조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구정책기본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인구정책기본법 입법 방향’에 대한 브리핑에서 최 의원은 기존 인구정책은 ‘저출산’ 중심의 정책으로서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함께 위기 의식 부족이라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에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인구정책의 기본 방향과 그 수립 및 추진 체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나아가 인구구조 변화를 포괄하는 정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인구정책의 큰 틀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구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인구 감소 대책 ▲고령사회 대책 ▲지역 소멸 대책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인구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구영향평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구정책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정책본부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인구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만큼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는 조영태 교수(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최슬기 교수(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진경 연구위원(한국지방행정연구원 균형발전상생센터 연구위원) 이선영 과장(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과장) 등이 참여했다.

“인구정책 매번 실패.. 완전히 판 뒤집어야”

국내에 거주하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합친 총인구가 1949년 통계청 집계 이후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1일 기준 5173만 8000명으로, 전년 대비 9만1000명(0.2%) 줄었다. 총인구 감소의 시계를 뒤로 돌리거나 늦추려면 출산율을 높여야 하지만 역대 정부는 번번이 실패했다. 2006년부터 15년간 380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악이다.

발제를 맡은 조영태 교수는 “20대 대선 당시 3차 토론회 주제가 인구 구조 문제일 정도로 여야 상관없이 중요한 이슈였다”며 인구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운을 뗐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 에포크타임스

조 교수는 이어 “출생률이 급격히 줄어 올해 태어난 아이는 24만~25만 명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이 청년이 되는 미래사회는 노동시장, 주거 환경, 가구 수와 거주 형태 등이 지금과 달라질 것이며 이에 따라 인구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은 인구 규모가 커지던 고도성장기에 마련된 만큼 인구 변동기·수축기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합계출산율이 회복되더라도 가임기 여성 자체가 줄어 이전 인구수로 돌아가기 어렵다”며 “더 이상 위기론·절망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미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정책으로 인구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구 정책의 판을 바꿔야 한다. 그게 바로 오늘 최종윤 의원이 제안한 인구정책기본법”이라고 했다.

그는 인수위원회에 전달한 내용과 최 의원이 발표한 내용이 같다고 밝히면서 인구정책기본법  5대 전략으로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삶의 질 악화 방지 △노동시장에 대한 세대 간 공존 시스템 확립 △지속 성장 △안전 및 정주 여건 개선 △인구감소 충격 완화 정책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 법령 제정, 정부 거버넌스 재편, 전 방위적 전문 분야 및 인구통계에 대한 기초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 교수는 “인구정책은 여·야에 상관없이 초정부적, 초당적, 초부처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미래를 위한 협치를 강조했다.

조 교수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구와 미래전략  TF’에서 공동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이어진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최슬기 교수와 박진경 연구위원이 각각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의 문제점’과 ‘인구정책기본법 제정의 필요성 논의’에 대해 발표했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좌)와 박진경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균형발전상생센터 연구위원(우) | 에포크타임스

먼저 최슬기 교수는 지난 인구정책에 대해 “인권존중과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기반으로 한 출산정책이라는 국제 흐름에 뒤늦게라도 동참한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책방향의 구체성 결여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가 인구 변화와 맞물리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생각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의 제5조 ‘국민의 책무’에 관한 조항을 지적하며 “저출산 문제가 국민의 책무인지 권리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최 교수는 “젊은 세대가 원하는 만큼 자녀를 낳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이며, 지금의 낮은 합계출산율을 청년들의 비명소리로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가 지적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 제5조에는 “국민은 출산 및 육아의 사회적 중요성과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변화를 인식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저출산 고령사회정책에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여야 한다”고 국민의 책무를 명시했다.

“인구정책기본법을 제정하려면 더 명확한 논리가 필요해”

박진경 연구위원은 ‘인구정책기본법 제정의 필요성 논의’를 발표하며 기존 법이 미래 대응이 어렵고 지방의 인구정책까지 다루기 어렵다는 측면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폐기하고 새롭게 인구정책기본법을 재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명확한 논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정책이 포괄하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그 경계가 다소 모호하다고 했다. 이어 인구정책기본법이 마련된다고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의 차별성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다양한 부처 및 영역에서 인구정책을 받아들여야 하며 모두가 미래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저출산기본법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면서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이선영 과장은 “인구 변동을 전제한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는 적응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향후 적극적인 인구 정책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