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중국 ‘경제 킬러’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02월 14일 오후 6:31 업데이트: 2022년 02월 14일 오후 6:31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중공)은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주최 측이 밝힌 ‘심플하고 안전하고 화려하게’(Simple, safe and splendid)를 실천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중공 관영 매체들은 동계올림픽을 맞아 ‘100m 단위, 10분 단위’ 기상예보 능력을 처음으로 달성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많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자국민을 무시한 처사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5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날 베이징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시 기상국은 기상 과학기술에 있어 최초로 두 가지 혁신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기상 당국자는 그중 하나로 “’100m급, 분종급(分鐘級)’의 일기예보 능력을 갖추었다”며 “동계올림픽 지역에 대해 100m 단위의 해상도로 10분마다 날씨를 업데이트해 기상 예측 정확도를 크게 향상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해상도는 그 값이 낮을수록 측정 범위가 좁아지며, 범위가 좁을수록 정밀한 예보가 가능하다.

또한 베이징시 기상국은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기상국은 날씨 변화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주기적으로 일기 예보를 업데이트하며, 다양한 요구에 알맞은 표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공이 이처럼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강조하는 것은 ‘성공적인 올림픽’이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중앙에서부터 지방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기상예보는 신뢰할 수 없다고 여긴다. 1월 말 베이징시 기상국 취샤오보(曲曉波) 부국장이 밝힌 과거 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의 해상도는 1km였고, 도시 지역의 해상도는 500m였다.

동계올림픽은 야외에서 치러지는 스키 경기가 약 70%다. 알파인 스키의 경우 날씨에 매우 까다롭기에 실시간으로 풍속, 풍향, 온도, 강설량, 가시성을 예측할 수 있는 정확한 기상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중공은 동계올림픽을 위해 수년 간에 걸쳐 기상 관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12월 28일 중공 인민일보는 베이징, 옌칭(延慶), 장자커우(張家口) 지역에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중심으로 441개의 관측시설을 설치했다며 복잡한 지형에서도 100m 단위, 10분 단위로 신속한 업로드가 가능한 동계올림픽 날씨 예보 시스템을 갖춰 경기 개최 여건을 만족시킬 방침이라고 했다.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2018년 중공은 대학, 전문가, 기업을 참여시켜 동계올림픽 날씨 조건 예측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인공지능(AI)이 사용된 이 프로젝트로 동계올림픽 경기장이 있는 지역에 4년간 관련 시설 441개가 설치됐다.

따라서 중공이 자랑하는 ‘100m 단위, 10분 단위’ 혁신 기술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올림픽 전부터 개발해 보유하고 있던 기술임을 알 수 있다.

작년 정저우가 맞닥뜨린, 1000년 만의 수재는 중공의 인재

중공이 동계올림픽을 순조롭게 진행할 목적으로 일기예보 능력 제고에 시간, 돈, 물자를 대량으로 투입한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2021년 7월 20일 무렵 발생한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수재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당시 자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조처가 베이징 올림픽 때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공은 정저우 수재로 인한 피해자 수를 축소 발표했다. 중공 관영 신화통신은 국무원이 공고한 피해 보고서에 따르면 수재 사망·실종자 수가 380명(작년 9월30일 기준)이지만, 이 보고서에는 139명이 누락됐다고 전했다.

시나닷컴(Sina.com) 2021년 7월 21일 자 보도에서도 중공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몇 가지 단서를 엿볼 수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수리수전과학연구원 청샤오타오(程曉陶) 홍수방지연구소장이 중국신문주간(中國新聞周刊)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폭우를 예보할 때 강우의 중심이 자우쭤(焦作)에 있을 것이라 예측했지만, 편차가 생겨 실제로 정저우에 있었다. 이는 현재 기상과학 기술상 피할 수 없는 오차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공이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기상 예보에 쏟아부은 자금 절반만이라도 자국민들을 위한 기상 예측 시스템에 투자를 했다면 정저우와 같은 대형 수재는 피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 올림픽을 위한 예측 시스템의 특징 중 하나는 중소형 기후관측 데이터의 수집, 모델링, 분석, 예측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옌칭구 황커잉(黃克瀛) 당 부서기는 얼마 전 ‘광명일보'(光明日報)와의 인터뷰에서, 중공이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새로 선보인 시스템을 두고 “옌칭 경기 지역에서 100m 단위로 100가지 기상 조건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며 “정확한 예보를 달성하기 위해 옌칭구 핵심 지역에 여러 기상관측소를 설치했으며, 관측소의 최고 높이는 해발 2198m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시나닷컴은 1975년 허난에 발생한 폭우(일명: 758폭우) 이후 중국 기상국은 전문가들을 모아 북방 지역 폭우에 대한 토론을 개최한 적이 있었지만, 그 이후 대규모로 진행된 연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중공과학원 대기물리 연구소 가오쇼우팅(高守亭) 연구원은 과학기술부는 973개 항목에 이르는 관련 프로젝트를 수립했으나 모두 화난(華南)과 장장(長江) 유역의 폭우와 관련됐다며 “북부 지역 집중 호우에 대한 대규모 연구 주제는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허난의 758폭우는 사망자 20만 명 이상, 수재민 1천만 명을 낳았지만, 중공은 한두 차례의 연구토론회로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중공은 동계올림픽을 과시하기 위해 전문 팀들을 조직해  5년에 걸쳐 기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4년 동안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세계적 수준의 기상 관측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공은 작년 7월 20일 정저우 홍수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1000년에 한 번 있는 일”이라며 인재를 천재로 위장했다. 그러나 중공은 앞서 열린 23차례의 동계 올림픽 중 19차례가 악천후의 영향을 받았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다르다며 최초로 개발한 과학기술로 복잡한 지형인 중위도 산간지역에서 동계 다차원 기상 종합관측 실험을 실시해 처음으로 ‘100m 단위, 분 단위’ 일기예보 능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정저우 홍수와 대조되는 중공의 베이징 올림픽 긴급대응책

중공매체 ‘21세기경제망’에 따르면, 동계올림픽 기간 중 베이징시 기상국은 ‘사무소 1개, 전담팀 10개’를 꾸린 뒤,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시운영위원회 등 10개 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78개 항에 이르는 경기 서비스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8종류의 위험군을 분류해 대응 메뉴얼을 만들고 긴급 상황에 대비한 훈련도 했다. 동시에 베이징 교통위원회는 도로 시설 정비는 물론 비상근무자 1300여 명을 배치하고, 응급기계설비 800여 세트를 비치하고, 교통 부문 인력 24시간 당직 근무제를 실시하고, 마스(MaaS)·뉴미디어·옥외전광판 등을 운용해 실시간 베이징 교통 흐름 정보를 제공하고, 대중의 이동량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극단적인 날씨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발생한 정저우 홍수 당시 중공 당국이 취한 대응 방식과 사뭇 대조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저우 수재 시 허난과 정저우 당국은 기상 당국에서 발령한 적색 경보에 더디게 대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중공 당국자는 아무도 지하철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감히’ 나서지 않았다.

수재로 인한 피해자 수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피해자 수가 은폐되었다고 밝힌 국무원 보고서에서는 “긴급 대응이 심각하게 지연됐다. 대응 조치가 부정확하고 비효율적이며 위기 순간에 통일된 지휘가 결여됐다”고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면서 지역 당 위원회를 비롯한 책임 부서들을 줄줄이 나열했다. 보고서는 사망자 등 피해 실상을 은폐했다고 시인했지만 이마저도 민간이 추정한 실제 수치와 수십 배 차이 난다.

중공, ‘과학기술 동계올림픽’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 투입

‘100m 단위, 10분 단위’ 일기예보 측정 시스템 개발은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과학기술연구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중공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준비와 관련된 사항을 제시한 뒤 이에 대한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부터 중공 과기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베이징시 과학기술위원회, 허베이성 과학기술부, 스포츠총국 및 기타 부서 등과 공동으로 이를 실행해 나갔다.

‘과학기술 동계올림픽 중점 특별 프로젝트’의 시행 기간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로 알려졌다. 2018-2021년 관련 지침에 따르면, 2018년 4억 위안, 2019년 4억6천만 위안, 2020년 5억5천만 위안, 2021년 8천300만 위안의 예산이 할당됐다. 2022년 투입 예산은 적시되지 않았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중공이 베이징 올림픽에 30억 달러 이상 투입한 것으로 전했지만, 지난 5일 미국 ‘비지니스 인사이더’는 “385억 달러가 들어갔다”고 전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경제 킬러’

하지만 중공이 천문학적 예산을 들인 동계올림픽은 사실상 ‘경제 킬러’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1월 중공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제조업의 구매관리자지수(PMI), 비제조업의 기업활동지수 및 종합 PMI 지수는 각각 50.1%, 51.1%, 51.0%를 기록했다. 50%로 호황과 불황을 나누지만, 이는 지난 2021년 12월에 비해 각각 0.2%p, 1.6%p, 1.2%p 감소했다. 중국 경제가 나빠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터넷 자료를 종합해 보면, 작년 11~12월,올해 1월 1일~3월 8일까지 허베이 탕산(唐山), 스자좡(石家莊), 청더(承德), 톈진(天津) 및 산둥(山東) 지난(濟南), 위하이(威海), 웨이팡(濰坊), 산시(山西) 타이위안(太原), 다퉁(大同), 장즈(長治), 허난(河南) 뤄양(洛陽), 정저우(鄭州) 등지에서는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중공업 업체에 대해 생산 중단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베이징올림픽을 의식한 중공이 저탄소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작년 12월 16일 이와 관련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대변인은 하반기 베이징, 텐진, 허베이 및 주변 지역의 생산 중단은 동계올림픽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올림픽 개최와 공장 가동 중단은 별개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공 생태환경부가 발표한 ‘2021-2022 가을·겨울 주요 지역 대기오염 종합 통제계획’은 중국 당국이 올림픽을 위해 저탄소 정책을 확대했음을 시사한다. 동계올림픽을 위해 공장을 대규모로 폐쇄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대규모 생산 중단은 기업과 근로자에 치명적이며, 시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약화되기 마련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생산 능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소규모 영세 기업에 지원되는 정책의 효과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동계올림픽의 짧지 않은 기간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2022년 1분기 중공 경제 성장은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공이 찬양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경제 킬러가 될 운명에 처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