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국 대신 아시아 성장엔진 자리 꿰찰 수 있을까

존 맥길넌
2022년 07월 4일 오전 11:14 업데이트: 2022년 07월 4일 오전 11:14

‘제로 코로나’ 등 중국 공산당의 강압적 정책에 외국 기업들 사이에서 중국 시장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그 사이 외국 기업에 접근하기 힘든 시장으로 평가되던 인도의 활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도쿄에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의 강인성, 지속가능성, 포용성, 성장력, 공정성,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IPEF에는 미국,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그리고 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가 포함됐다.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IPEF 출범과 관련,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중국 이외의 선택지를 찾기 시작하고 있다”며 “IPEF 참가국은 미국 기업에 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화의 대표적인 수혜국이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거대한 비즈니스 대부분이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이러한 추세에도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상당수 기업이 중국 이외의 시장을 탐색하며 떠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오는 2027년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가 아시아의 새로운 경제 강국, 공업 대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애플 제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지만, 일부는 인도에서 생산된다. 사진은 대만 위스트론(Wistron)이 인도 남부 방갈로르에서 운영 중인 아이폰 제조공장. 공장 인근 주차장에 직원들의 출퇴근용 대형 버스가 다수 주차돼 있다. | MANJUNATH KIRAN/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보도에서 중국이 경제적 문제들에 있어 실용적 접근법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산당의 이념을 앞세우다가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경제적·지정학적 현상들을 못 보고 넘어갔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외국 기업, 특히 미국 기업은 중국에서의 사업이 얻는 것보다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중국 공산당에 완전히 복종해야 하고, 공산당의 갈망과 요구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한다. 재론의 여지가 없고 복종만이 답이다.

중국 공산당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는 수백만 명이 ‘가택 연금’됐고 해외 출국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앞다퉈 중국을 떠났다. 그중에는 애플,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

에어비앤비는 바이든 대통령이 IPEF 출범을 공식 선언한 후 몇 시간 뒤 중국 시장 철수 계획을 밝혔다.

미 CNBC는 에어비앤비가 인도 시장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아시아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뱅갈루루(‘방갈로르’에서 개칭)에 거점을 마련했다.

이 거점은 초기 직원 수백 명을 시작으로 인도 지역에서 숙련된 인력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향후 규모를 확대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도 중국 중심의 생산 시스템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도 경제지 <라이브민트(Livemint)>는 애플의 제조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 경영진이 인도를 새로운 중국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중국 경제의 강점이었던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생산비용은 이제 인도의 강점이 됐다. 강압적인 통제가 없다는 점도 중국에 없던 새로운 매력이다.

중국 당국이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Airbnb)’가 지난 5월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 LIONEL BONAVENTURE/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신문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베이징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염두에 두고 일부 계약 업체에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지역에서의 생산량을 늘리도록 지시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 제품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매우 의미심장한 전환으로 평가된다.

애플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점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점차 미국과 그 동맹국을 향해 직접적인 위협을 늘려나가고 있다. 서방 기업들은 중국 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자국 시장이 외국 기업에 매력적으로 보이기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매력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 일간 <비즈니스 스탠더드>의 경제 전문가 바샤르 쿠마르는 인도 시장을 “깨뜨리기 어려운 딱딱한 호두”에 비유했다. 그는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도 어렵지만, 인도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 웬만한 노력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쿠마르는 미국 최대 소매유통업체 월마트가 2020년 인도 지사 상주 관리직 56명을 해고한 일을 언급하며 “인도에서 소매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월마트가 봉착한 문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세계 매출 8위의 프랑스 소매유통업체 까르푸는 월마트가 대량 해고를 하기 6년 전에 인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인도 시장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다만, 소매유통이 주요 사업 분야인 월마트·까르푸와 달리 에어비앤비나 애플은 브랜드 파워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인도는 부유층과 빈곤층의 소득 격차가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엄청나다. 그렇지만 인도는 값비싼 액세서리를 구매하고 레저 활동을 즐기는, 가처분 소득이 많은 중산층이 늘고 있는 국가다.

인도는 확실히 깨뜨리기 어려운 딱딱한 호두다. 하지만, 껍데기를 깨고 들어간 기업은 충분한 대가를 얻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도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 더 이상 중국 공산당에 굴종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