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복원이 아니라 창작” 스페인서 또 벌어진 ‘복원 참사’

이서현
2020년 06월 25일 오후 1:20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2:45

아무리 아름다운 예술작품도 시간이 흐르면 변색되거나 손상되기 마련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복원 작업인데, 이 과정에서 작품이 훼손되는 사례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한 예술품 수집가가 아마추어 복원가에게 작품을 맡겼다가 분개한 사연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발렌시아에 사는 한 익명의 예술품 수집가는 아끼는 작품을 한 가구 복원가에게 1200유로(약 165만원)를 주고 맡겼다.

그가 의뢰한 작품은 17세기 스페인 바로크 회화의 거장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1617~1682)가 성모 마리아 그림의 정교한 복제화다.

스페인 예술품보존협회(ACRE) 트위터

그런데 복제된 끝난 작품을 확인한 이 수집가는 경악했다.

성모 마리아의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분노한 그는 해당 복원가에게 작업을 다시 하도록 요청했고, 성모 마리아는 더 끔찍하게 변했다.

이에 이 수집가는 다른 전문가를 고용해 수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예술품보존협회(ACRE) 관계자는 “스페인 법에서는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예술작품 복원 작업에 종사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명화 복원 자격의 엄격한 관리를 촉구했다.

에케 호모(사진=AP 연합뉴스)

스페인에서는 명작을 비전문가에게 맡겼다가 망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지난 2012년, 한 교회에 있던 100년 된 예수 벽화를 80대 할머니 신도의 손에 맡겼다가 원숭이처럼 그린 사례도 있었다.

당시 해당 벽화는 ‘비스트 지져스'(Beast Jesus)로 불리며 유명세를 치렀고, 관광객이 몰리자 기념품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성 조지 목각상(사진=AFP 연합뉴스)

2018년에는 16세기에 제작된 성 조지 목각상의 복원을 한 미술교사에게 맡겼다가 알록달록한 색으로 복원돼 미술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이 조각상은 이후 전문 기관을 통해 다시 복원되면서 거의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