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혜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강아지 데리고 다니던 택배기사님이 전한 근황

이서현
2021년 01월 11일 오후 2:4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11

강아지 데리고 다니는 택배기사 ‘경태 아버지’가 누리꾼의 뜨거운 관심에 근황을 전했다.

경태 아버지가 화제가 된 것은 최근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택배 기사가 강아지를 학대하고 있다고 제보하면서부터다.

누리꾼은 “강아지가 짐칸에서 벌벌 떨고 있고 상태도 꼬질꼬질하다. 오지랖인 거 알지만 주변 위험이 많은 곳에 강아지를 혼자 두는 건 방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택배기사가 배달을 하러 간 사이 트럭에 혼자 있는 강아지 사진도 첨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꾼의 글과 사진만 보면 오해할 여지가 있지만, 여기에는 반전 사연이 숨어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택배기사 A씨는 직접 해당 커뮤니티에 해명의 글을 남겼다.

사연에 따르면 강아지는 올해 10살로 이름은 경태였다.

A씨는 2013년 장마철 집 앞 주차장 화단에서 겨우 숨만 붙어 있는 녀석과 처음 만났다.

피부병이 심해 몸에 털이 하나도 없었고 심장사상충 말기 상태로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학대를 받았는지 자연적으로 뼈가 붙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고 돌아다니는 뼛조각 때문에 몇차례 수술도 했다.

강아지에 큰 애정이 없었지만 경태를 만난 후 A씨의 삶도 180도 바뀌었다.

경태는 과거의 기억 때문인지 그가 없을 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짖고 울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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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떠는 녀석을 그냥 둘 수 없어 A씨는 택배 차량에 녀석을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차량 조수석에 녀석을 태웠다가 경태가 불안해하자 배송할 땐 짐칸에 데려다놨다.

A씨가 짐을 나르는 짧은 순간이지만 한 번이라도 더 녀석을 돌봐주기 위해서였다.

A씨는 동물 학대라고 지적한 글 작성자에게 경태를 트럭 짐칸에 두고 다니는 것에 대해 양해도 구했다고 알렸다.

그는 “이런 저의 방법이 어떤 고객님께는 상당히 불편하셨나 보다. 걱정하는 부분을 조금만 지켜봐 주시면 개선해 고치겠다”라고 밝혔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A씨에게는 응원이, 더불어 지속해서 동물학대를 지적하는 누리꾼에게는 따끔한 질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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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A씨는 지난 9일 다시 한번 글을 올리며 경태의 근황을 전했다.

A씨는 갑작스러운 관심이 당황스러웠지만 응원을 보내준 이들에게 도리가 아닌듯하여 인사 글을 남긴다고 운을 뗐다.

그는 많은 이들이 염려했던 경태와 A씨의 안위에 대해서는 마음 놓아도 된다고 전했다.

우선, 담당구역을 조금 변경했다고 한다.

또 배송하며 경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30초에서 1분 내외였는데 사연이 알려지면서 A씨가 자리를 비우면 경태를 지켜주는 분들도 생겼다.

원래 강아지 이름은 흰둥이었지만 병원 치료 과정에서 수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여 최대한 정감가는 사람 이름을 지어주라는 조언을 받아 경태로 짓게 된 사연도 덧붙였다.

각종 방송사에서 경태의 분리불안을 해결해 주고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연락도 많이 받았다.

잠시 고민도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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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경태는 노견에 속하고 언제 어떻게 떠날지도 모르는 경태의 시간 속 분리 불안을 고친다 해도 이제는 제가 경태보다 더 분리불안이 생겼다. 지금 이대로도 저희는 너무 행복하고 만족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겪으며 ‘경태가 모든 면에서 여유 있는 주인을 만났더라면 이런 한파 속에 따라 나와 고생하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많은 생각을 하고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며 “이 글을 작성하면서도 눈물이 난다. 저와 우리 경태를 격려해주신 이 은혜 잊지않고 열심히 살아가겠다.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행복한 결말을 접한 누리꾼들은 “경태 얼굴이 ‘아부지 사랑 듬뿍 받고 자랐습니다’라고 말해주는 듯” “기사님이랑 경태랑 늘 행복하시길” “담당구역 변경이라니 정말 반가운 소식이네요” “경태 실물 영접한 분들 부러워요”라며 경태와 경태 아버지를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