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연구진 “자연 면역, 최소한 18개월 지속”

하석원
2022년 01월 30일 오후 8:21 업데이트: 2022년 02월 3일 오후 4:53

자연 면역 효과가 최소한 18개월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가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자연 면역은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되어서 얻게 되는 면역력이다.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른바 ‘백신 면역’과 구분돼 사용되는 표현이다.

이탈리아 연구진은 2020년 3월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기록된 환자 36명의 항체 수준을 작년 9월까지 총 18개월 동안 정기적으로 측정해 변동 상황을 분석했다(논문 링크). 36명 중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절반가량이었으며, 항체 수준 검사는 미 식품의약국(FDA) 기준을 따랐다.

이에 따르면 감염 후 18개월 시점에서 조사 대상자의 97%는 중공 바이러스의 일부인 뉴클레오캡시드(NCP)에 대해 항원항체반응을 나타냈다. 이는 감염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의 한 명인 비영리 의료단체 ‘나소 사노(Naso Sano) 협회’의 아시야 자이디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NCP에 대한 항체는 백신 접종만으로는 생성되지 않고, 감염됐다가 회복될 경우에만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는 백신 접종에 상관없이 감염에 의해 유도된 면역력이 지속됨을 시사한다”며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자연 면역의 보호 기능이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감염됐다가 회복되는 경우보다 항체가 급격하게 증가하지만, 증가분만큼의 보호력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감소한다고 밝혔다.

자이디 박사는 “2회 투여 백신을 접종한 감염 회복자들은 면역글로불린(Ig)G 농도가 161배 증가했지만, 이 증가분은 지속기간이 짧았다. 반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회복자들은 수치가 완만하게 감소하면서 검출 가능한 항체농도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 후 회복된 사람들의 적절한 면역 반응을 위한 백신 투여 시기, 투여량 등을 알아내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적은 숫자의 환자를 대상으로 행해졌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연구진은 18개월에 걸쳐 일정한 기간마다 혈액검사를 시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환자들을 추적하고 혈액검사를 받도록 관리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 등으로 표본 크기에 제약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18개월에 달하는 긴 관찰 기간은 성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2회 접종 BNT162b2(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개발명)가 적정체에 미치는 영향, 회복된 개인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중공바이러스의 학명)에 대한 항체가 존재하는지 관찰한 연구 중에서 관찰기간(2020년 3월~2021년 9월)이 가장 길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논문사전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공개됐으며, 동료 연구자들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자연 면역의 효능과 지속성을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면역과 비교한 연구는 이어지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면 항체가 급격히 증가하지만,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은 항체만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감염 후 생기는 기억 B세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효능이 더 뛰어난 기억항체 생성법을 학습하며, 중공 바이러스를 더 잘 중화하고 변이에도 더 잘 적응한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mRNA 백신 접종으로 생성되는 B세포는 자연 면역으로 생기는 B세포와 다르다. 백신 접종 B세포는 수 주간 발달하고 말지만, 자연 면역 B세포는 수개월간 발달하면서 더 강력한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올해 1월에도 B세포의 반응이 수개월에 걸쳐 진화한다는 결론이 네이처에 실린 또 다른 논문에서 제기됐다(링크).

또 다른 연구에서는 자연면역으로 생성된 B세포를 통한 면역이 최소 14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관찰됐다. 다만, 이상의 연구들은 오미크론 변이 등장 이전에 수행됐으며, 오미크론은 기존 델타 변이보다 자연 면역과 백신 면역 모두 더 잘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 기사는 자카리 스티버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