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신종코로나 감염자 1700명 확진…美 정부 “북부지방 여행금지 권고”

하석원
2020년 03월 2일 오후 8:18 업데이트: 2020년 03월 2일 오후 8:18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확산국인 이탈리아에서 일요일 하루 새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감염사례가 집중된 이탈리아 북부로 여행을 금지를 권고하는 4단계 여행 경보령을 내렸다.

AP통신에 따르면,이탈리아 보건당국은 1일(현지시간) 밤 당일 566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현재 누적 인원 169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만에 50%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사망자도 5명이 증가해 34명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당국은 일주일 전 확진자 157명이 발생했을 때 이탈리아 북부 룸바르디아와 베네토주(州)를 중심으로 10개 마을에 검역·봉쇄 조치를 내렸지만, 급속도로 바이러스가 퍼져가고 있다. 당국은 노인 인구가 많아 감염자가 더 증가할 것이며, 바이러스 확산이 둔화하는데 일주일에서 열흘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당국은 여러 전시와 공연, 축제 대부분 행사를 중단 조치했다. 지난달 23일 베네토 주지사는 이탈리아 최대 축제이자 세계 3대 카니발로 꼽히는 ‘베네치아 카니발’ 진행을 중단하고 남은 일정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군인이 북부 베네토 지역의 보에가네오 마을로 통하는 도로를 차단하고 있다. 2020. 2. 28. | AP=연합뉴스

유럽의 코로나19 근원지인 이탈리아에서 다른 유럽 국가로 퍼진 사례가 속출하면서 여러 국가는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달 21일 이후 봉쇄된 이탈리아 마을 11곳에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이보다 강한 조치로 미국은 3월 1일 자국민에게 ‘룸바르디아와 베네토주를 여행하지 말라’는 4단계 여행경보령을 내렸다. 중국에서 자국민을 출국 조치한 명령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은 이번 경고로 이탈리아의 금융 도시 밀라노 행 항공편을 모두 중단시켰다. 미국의 이와 같은 조처는 단순한 관광 범위를 넘어 제반 비즈니스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가구와 디자인 관련의 주요 박람회가 바이러스 때문에 6월로 연기됐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내린 여행금지 조치에 준하는 경보령은 이탈리아 관광 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박물관, 고고학 유적지, 예술 도시와 자연미로 세계인을 들인 이탈리아 관광 산업은 국내 총생산의 13%를 차지한다.

가장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56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이탈리아를 여행한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의 9%에 해당하며, 독일에 이어 미국이 두 번째로 많은 관광객 수를 차지하는 국가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 고딕 성당 앞 마스크를 쓴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2020. 2. 23. | AP=연합뉴스

이탈리아의 최대 중심지 밀라노가 소재한 롬바르디주(州)에서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발생했고, 베네토와 에밀리아-로마냐가 각각 15%, 17%의 감염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3개 지역 모두 최소 1주일 이상 휴교령이 내려졌다. 많은 회사가 직장인들의 재택근무를 허용하면서 인구밀도가 높은 밀라노는 텅 빈 모습이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일 로마 시내의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을 방문한 프랑스 교구 사제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성당문을 폐쇄했다.

이 성당은 십자군 전쟁 나선 프랑스 루이 9세(1214~1270)에게 봉헌된 곳으로 한때 프랑스 대사관으로 이용됐으며, 바로크 미술의 거장 카라바조가 그린 그림 세 점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당일 성당 문에는 프랑스 대사관 측에서 예방적 조처로 당분간 문을 닫는다는 공지를 게시했다. 이곳은 바이러스로 인해 폐쇄된 첫 로마 시내 성당이다. 감염된 사제는 현재 프랑스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