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언론 “中 대사관, 대만 장관 인터뷰 삭제 압력”

한동훈
2022년 06월 2일 오후 5:36 업데이트: 2022년 06월 2일 오후 6:03

이스라엘 주재 중국대사관이 최근 이스라엘 유력 영어신문 예루살렘포스트에 대만 외무장관과의 독점 인터뷰 기사를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이를 거부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지난 30일 <대만 외교부장 “중국은 우리를 향한 침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외교부 장관)과의 단독 인터뷰를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이 신문의 야콥 커츠 편집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사 게재 직후 중국대사관 직원에게서 해당 기사를 내릴 것을 강요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커츠 편집장은 “확실히 나는 그 기사를 내렸어야만 했다. 안 그랬다가는 중국은 예루살렘포스트와의 관계를 끊고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도 끌어내릴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기사를 내릴 수는 없다”고 썼다.

한 네티즌은 커츠 편집장의 트윗에 “협박은 기사에 대한 관심만 높일 뿐”이라며 “더 많은 대만 관리들과 인터뷰해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신문은 다음 날 지면판에도 해당 인터뷰를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냈다. 이 인터뷰에서 우 외교부장은 중국 공산당 정권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동시에 이스라엘에도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우 외교부장은 “권위주의적 정권인 중국 공산당은 다른 나라와의 무역 관계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며 “중국과 거래할 때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쪽에서 양보하면 공산당은 화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이 요구한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가 외국 신문에 대만 관리의 인터뷰 기사 삭제 압력을 가한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일이다.

작년 8월 쿠웨이트 영어신문 아랍타임스가 우 외교부장과 쿠웨이트의 싱크탱크 설립자의 화상 인터뷰를 게재했다가 중국 측 압력에 삭제한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한편, 예루살렘포스트는 지난 4월 초에도 중국 신장 지역에 관한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 대사관은 서한을 보내며 반발했지만, 신문은 압력에 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