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오자마자 아랫집에 ‘전화번호’ 적힌 쪽지 건넨 윗집 아이 엄마

김연진
2020년 05월 23일 오후 1:0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28

“층간소음. 그거 안 당해보면 몰라요”

윗집에 사는 아이들이 ‘쿵쿵’거리며 뛰어노는 바람에, 아랫집에 사는 A씨네 가족은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욱하는 마음에 A씨의 아버지가 윗집에 올라가서 “조용히 좀 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윗집 아이 엄마는 “애들이니까 뛰어노는 거다. 그럼 우리 애들은 어디에서 놀라는 거냐”고 따지고 들었다.

그렇게 A씨 가족은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윗집 때문에 끙끙 앓고만 있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러던 어느 날, 처음 보는 여성이 A씨네 집 초인종을 눌렀다.

“윗집에 새로 이사 왔습니다”

그 순간 A씨는 환호성을 질렀다. “시끄럽게 굴던 윗집이 이사를 갔구나. 이제 해방이다!”. 이렇게 속으로 생각했다.

윗집에 새로 이사 왔다는 여성은 케이크를 내밀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사실 저희 집에 6살 남자아이가 있어요…”라고 고백했다.

A씨는 속으로 “아… 이제 좀 조용하나 했는데, 또 아이가 있네”라고 생각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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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윗집 여성은 “최대한 주의할게요. 조금만 양해해주세요”라며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저희 집 때문에 불편하시면 곧바로 전화해달라. 힘들게 올라오시지 마시고, 전화만 주시면 된다”라며 “최대한 전화하실 일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윗집 여성은 “혹시 집에 안 계시는 시간은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 시간에만 아이가 조금 긴장을 풀 수 있을까요”라고 덧붙였다.

이에 A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는 집이 비어 있다. 가끔 어머니가 일찍 들어오신다”고 일러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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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후 약 1년간 지내면서 단 한 번도 윗집에 전화한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평소에는 너무나도 조용했다. 가끔 ‘콩콩’ 소리가 나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A씨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적도 있었다. 한 번은 A씨의 어머니가 4시 40분께 일찍 집에 들어갔는데, ‘쿵쿵’ 하는 발자국 소리가 윗집에서 들렸다.

층간소음 트라우마 때문에 욱했지만, ‘평소에 워낙 조용한 집이니 잠깐만 참아보자’라며 잠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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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시계가 5시 10분을 가리키자, 한순간에 고요해졌다고.

A씨는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윗집 가족과 만나면 인사도 엄청 잘해주신다. 만날 때마다 ‘시끄럽지 않냐’고 물어보신다”라며 “괜찮다고 말씀드리면 ‘감사하다’고 말해주신다. 오히려 저희가 더 감사하다. 이렇게 좋은 분들이 있는지 몰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