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씨 숨진 채 발견, 野 “진상 규명” vs 與 “정치 공세”

남창희
2022년 01월 12일 오후 3:15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2:21

숨진 채 발견된 이병철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한국 대선에 새로운 폭풍의 핵이 될 조짐이다.

1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는 전날 오후 8시 40분께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이병철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8일 이후 연락이 두절돼 가족들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정확한 사망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현재 병원에서 부검 중이다. 그러나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미심쩍은 상황으로 인해, 사건의 초점은 이씨의 지난 행적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씨는 생전 SNS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범죄자’라며 비난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연락이 두절되기 전 마지막으로 올린 게시물 역시 이재명 후보를 ‘범죄자 핏줄’이라고 부르며 가족의 범죄사를 나열한 글이었다.

앞서 이씨는 지난달 10일에는 “딸과 아들이 결혼하는 것 볼 때까지는 절대로 자살할 생각이 없다”고 적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 2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고(故)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숨진 채 발견된 날 쓴 글이다.

이씨의 변고가 알려지자, 야당 정치인들은 의혹을 제기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인 김은혜 의원은 “고 유한기 본부장 사망 당시, 스스로 절대 자살하지 않겠다고 했던 분”이라며 “얼마나 더 많은 분이 희생돼야 이 두렵고 잔혹한 행렬을 멈출수 있느냐”고 물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한 뒤 “왜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자꾸 일어나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정의당 장혜영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에 관련된 인물들의 갑작스런 죽음만 벌써 세 번째”라며 “참으로 오싹하고 섬뜩한 우연”이라고 논평했다.

장 대변인이 언급한 ‘세 번째’는 지난달 10일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유한기 본부장에 이어 같은 달 21일 마찬가지로 숨진 채 발견된 성남도시개발공사 고(故) 김문기 개발1처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즉 이씨 역시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면서 “이 후보는 고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은 고(故) 이병철씨 사망과 관련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마타도어성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그 어떤 정치적 공세도 자제해주실 것을 촉구한다”며 “사법당국은 고인의 사인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해 일고의 의혹도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선대위는 또한 “언론에 부탁드린다”며 “고인은 지난해 이 후보에 대해 ‘변호사 대납 의혹’이라는 허위 주장으로 고발조치됐고 이미 사법당국이 수사 중인 사인인데도 불구하고 ‘변호사비 대납 의혹 폭로자 사망’ 소식으로 (언론은) 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지기 전까지 이씨는 ‘대납 녹취 조작 의혹’의 당사자”라며 “기사 작성 시 이런 점을 유의해달라”며 이씨가 의혹을 제보한 인물이 아니라 조작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